홋카이도 이야기(04)
보통 일본유학을 다녀왔다고 하면 당연히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에 위치한 대학을 떠올릴 겁니다. 그래서 저 또한 Y양이 일본유학을 다녀왔다고 했을 때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있었죠.
그래서 다음번 여행은 일본으로 가자고 했을 때, 유학시절 알고 지냈던 사람들도 오랜만에 만나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하면서도 평범한 일본 여행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Y양은 그럼 홋카이도 괜찮냐고 묻더군요. 자기가 유학을 갔던 곳이 홋카이도였다면서, 친구들도 만날 겸 온천 여행 겸해서 그쪽으로 가자는 겁니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사실 처음 여행을 생각했을 때 제가 떠올린 곳도 홋카이도였거든요. 하지만 Y양의 일본 친구들도 만나려면 아무래도 그건 어렵겠다 싶어서 일부러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어라? Y양이 유학 다녀온 곳이 홋카이도? 이쯤 되니 운명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가 느껴지기 시작하더군요.
Y양도 제가 홋카이도는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너무 좋은 경험을 해서 언젠가 또 가려고 했었다, 라고 말하니 제법 놀라더군요. 저와 비슷하게 일본여행이라고 하니 흔히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일본 여행지를 제가 이야기할 거라고 생각했었다면서요.
더해서 홋카이도에서 보냈던 유학생 시기는 Y양의 인생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시기였다고 하더군요. 그곳에서 만난 교수님은 평생의 ‘스승’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분이셨고,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과는 국적을 뛰어넘어 친구가 될 수 있었다면서요.
마침 계절은 겨울을 향해가고 있었습니다. 홋카이도라고 하면 절대로 때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눈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죠. 거기다 Y양도 마침 휴가가 애매하게 남아서 어떻게 쓸까 고민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여러모로 타이밍도 좋고, 상황도 괜찮게 돌아가고 있으니 이건 놓치지 말아야겠다 싶어 졌습니다. 일사천리로 저와 Y양은 일정을 확정 짓고, 비행기를 예약하고, 숙소를 잡았습니다.
더해서 렌터카도 한 대 예약을 했지요. 이왕 이왕 가는 김에 친구들도 만나고 또 제대로 온천도 즐기고 싶었거든요. 일반적인 관광지를 다닌다면 상관없지만, 이리저리 돌아다닐 생각이라면 홋카이도 여행에서 렌터카는 거의 필수입니다. 면적은 남한만 한데, 삿포로 일대를 제외하면 인구밀도도 엄청 낮아서 대중교통이 없다시피 하거든요.
계절은 겨울이어서 눈길운전이고, 운전대는 반대위치가 되겠지만, 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강원도에서 운전병으로 근무하면서 눈길 운전에는 나름 익숙(?)했고 일본에서 운전하는 것도 처음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더해서 홋카이도의 렌터카들은 눈길 대책이 제법 잘 되어 있습니다. 그냥 겨울 내내 눈길이고, 또 눈이 내리고 있는 지역이니까요.
그리고 겨울이 되었습니다. 한 해의 업무를 대략적으로 정리한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출발일이 되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두 사람은 오랜만에 홋카이도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보인 풍경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여 있는 설국.
강원도에서 군생활 하던 시기에는 보는 순간 입에서 육두문자가 나오는 풍경이었지만, 뭐 이제는 상관없죠. 내가 치울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저거 보고 싶어서 관광까지 온 거니까.
일본어가 네이티브 그 자체(실제로 한국인임을 밝히기 전에는 아무도 모를 정도로 유창함)인 Y양 덕분에 짐꾼 역할만 하면 되어서 저는 편하게(?) 공항을 빠져나와 예약해 둔 렌터카를 몰고 첫 목적지인 온천으로 향했습니다.
삿포로에서 제법 떨어져 있어서 차를 타고도 몇 시간 가야 하는 곳이었지만, 일본에서 비탕(秘湯)이라고 부르는, 숨겨져 있는 훌륭한 온천이라는 설명을 Y양에게 들었기에 기대감은 컸습니다.
그렇게 눈길을 제법 운전하고, 산길을 달려서 도착한 온천에서 저는 상당히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