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이야기(03)
막내누나의 첫 해외여행의 몸종(?)으로 함께 가게 된 홋카이도 여행.
당시 홋카이도는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여행지였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데 스튜어디스분이 ‘그런데 여기 뭐 있어요?’ 라고 저에게 물어봤을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저는 게임을 통해서 알고 있었습니다. 홋카이도는 매우 매력이 넘치는 곳이라는 것을 말이죠.
그리고 그 기대는 여행 첫날부터 제대로 적중을 했습니다.
당시 저는 전혀 노리지 않았었는데, 마침 여행을 갔던 시기가 벚꽃 시즌에 정확하게 겹쳐있었습니다.
거기다 여행의 시작포인트는 홋카이도 남쪽에 위치한 하코다테였죠.
네, 그 유명한 고료카쿠의 벚꽃 시즌에 딱 맞춰서 도착했던 겁니다.
커다란 성곽 곳곳에 피어있는 벚꽃은 꽃에 별 관심이 없던 저 같은 사람에게도 감동적으로 다가왔었습니다. 하물며 꽃에 관심 있는 젊은 여성-그러니까 제 막내누나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지 쉽게 짐작이 가시겠죠.
저는 누나 동생으로 살면서 몇 번 보지 못했던 환한 표정을 그냘 정말 많이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아, 내가 가족이면서도 이렇게 누나가 꽃을 좋아하는지도 몰랐었구나, 그리고 꽃을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구나, 나중에 나도 여자친구 생기면 꽃 선물 자주 해줘야겠다, 등등을 말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은 매우 각별했습니다.
세계 3대 야경 중 하나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하코다테산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삿포로비루엔에 가서 홋카이도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인 삿포로 클래식을 마셔 보았습니다.
오타루에 가서 오르골당을 구경하고, 유리공예품을 만드는 모습도 봤습니다.
커다란 도야호의 맑고 깊은 물결을 바라보며 식사도 했죠.
노보리베츠로 가서 유황냄새 그득 품은 뿌연 온천에서 여행의 피로도 풀었습니다.
중간중간 소소한 액시던트-버스 시간을 헷갈려서 2시간 넘게 기다렸다거나, 호텔에 누나 혼자 남겨두고 외출하고 한참을 안 돌아와서 걱정하게 만들었다던가, 잠깐 목욕탕 구경 갔다 온다던 누나는 1시간 넘게 돌아오지를 않아서 동생 전전긍긍하게 만들었다던가, 기타 등등의 일들이 벌어져서 허둥거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런 것들도 다 추억이 되더군요.
그래서 지금도 막내누나와 만나면 그때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첫 해외여행이었고, 또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해서 그랬던 것이겠죠.
저 또한 게임에서 만나보았던 다양한 지역들을 직접 둘러볼 수 있었기에 매우 즐거웠습니다. 여행 가이드나 통역 비슷한 것을 하면서 누나 앞에서 좀 ‘있어 보이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도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언제나 저는 집안에서 걱정을 많이 받는 막냇동생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홋카이도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여행지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오랜만에 다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서서히 들더군요.
마침 Y양과 저의 공통된 취미 중 가장 덩어리가 큰 것이 ‘여행’이라는 것도 알았고, 처음으로 다녀온 여수 여행도 매우 즐겁게 다녀왔었죠. 그러면 해외도 한번 같이 가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다 Y양은 일본 유학파. 저도 Y양 정도는 아니지만 일본어 조금 할 줄 알고 익숙한 사람이죠. 그래서 같이 일본 여행 다녀오면 어떨까, 라는 이야기를 꺼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저를 놀라게 만들었는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