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이야기(02)
보통 일본여행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도쿄라던가 오사카 같은 대도시를 먼저 떠올리게 될 겁니다. 요즘에는 가깝고 따뜻한 후쿠오카 지역도 각광을 받고 있죠.
하지만 세상에는 뻔한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는 법. 그것에 해당하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제 막내누나였습니다.
아직 결혼하기 전, 이직을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막내누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나름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왔는데,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 한 번 제대로 가본 적이 없네?
하지만 무작정 해외여행을 가자니 아무래도 언어 등 걱정되는 것들이 많고, 그런다고 패키지여행을 가자니 영 재미가 없을 것 같고, 또 첫 해외여행을 너무 멀리 가는 것도 부담스럽고…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집에 들어왔더니, 어라? 전역 얼마 전에 했다는 핑계로 놀고먹고 있는 한심한 막냇동생(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가 있네?
그러고 보니 저 녀석 예전에 혼자서 일본 배낭여행 다녀왔었지? 게임에서 배운 일본어로 의사소통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고 자랑도 했었고. 그럼 이 녀석을 이용해 보는 건 어떨까?
뭐 이런 생각을 막내누나는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말하더군요. 나 일본여행 한번 가보고 싶으니 좀 도우라고.
대략적으로 막내누나가 걸었던 조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처음으로 나가는 해외여행이니 뭔가 특별한 것을 경험하고 싶다.
2. 남들 다 가는 도쿄 같은 대도시나 문화제 같은 건 관심이 없다.
3. 경비는 기본적으로 내가 부담할 테니 여행계획은 니가 짜라.
4. 통역을 포함한 가이드 역할 등등, 여하튼 귀찮은 것도 니가 다 해라.
일단 3, 4번은 딱히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다년간 즐겨 왔던 게임과 만화 덕에 여행 다니면서 큰 불편은 겪지 않을 정도의 일본어는 가능했으니까요. 얼마 전 다녀온 배낭여행으로 실전 테스트(?)도 무사히 통과한 상태였죠.
거기다 누나라는 믿을 수 있는 물주가 함께하는 일본공짜여행? 이건 못 참죠. 가이드가 아니라 몸종 노릇이라도 기꺼이 하겠사옵니다 누님! 이라고 속으로 외친 뒤, 겉으로는 나름 쿨하게 긍정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니 조건이 은근히 까다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통 일본여행이라고 하면, 그것도 첫 일본이라고 하면 도쿄, 아니면 오사카 같은 대도시부터 시작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번 조건에 완벽하게 걸리죠. 그럼 다음은 교토나 나라 같은 전통적인 관광지인데, 그것도 2번 조건으로 깔끔하게 아웃.
지금이라면 다른 지방 소도시 쪽을 알아보면 되겠지만, 당시에는 아직 저가항공이 그다지 많지 않았고, 일본 관광도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전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문득 떠오른 겁니다. 있었네. 막내누나가 건 조건들을 모두 클리어하는 곳이. 대도시 아니고, 문화제 보러 가는 곳 아니고, 평범한 일본과는 다른 ‘특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네, 바로 홋카이도였습니다. 일본이지만 얼마 전까지는 일본이 아니었기에 이국적이고, 자연경관도 남다르고, 대자연과 맛있는 먹거리가 공존하면서 관광지로 나름 개발도 되어 있는 곳.
그리고 제 설명을 들은 막내누나는 잠시 검색을 해본 뒤, 제법 흥미가 동했는지 ‘진행시켜’라는 시그널을 보내왔습니다.
이후 비행기 티켓과 대중교통, 숙소 등을 다양하게 알아본 뒤, 최적의 동선을 만드는 것에 성공한 저는 보무도 당당하게 막내누나를 모시고 홋카이도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됩니다. 그리고 그 여행은 막내누나와 저에게 여러모로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게 되는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