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남편과 계약직 공무원 아내-27

덕질은 힘든 인생에 큰 위로가 된다

by 글쟁이게이머 L군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형이 한 명 있습니다. 그 형은 유유상종이라는 표현이 딱 맞게 저와 같은 ‘오덕’에 해당하는 취향을 다수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모 아이돌 그룹 멤버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죠.


전자야 거의 평생에 걸친 업보(?)이니 그렇다 치고, 후자는 오래 알고 지낸 제가 보기에도 조금 의아했습니다. 이전에는 그런 모습을 거의 보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물어봤더니 그것에 대해 매우 인상적인 대답을 듣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에 그 아이돌이 노래하며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위로를 얻었고, 그 아이돌이 했던 말들 덕분에 살아갈 희망을 발견했노라고. 자신은 그 아이돌에게 목숨을 빚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001.jpg 예능에서 기운차게 활약하는 강호동 씨의 모습을 보고 병을 이겨낼 힘을 얻었다는 분도 있었죠. 그분 사연에 강호동 씨도 펑펑 울고, 나도 울고…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도 인생을 살면서 쉽지 않은 순간에 다양한 게임들을 하면서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중에서도 페르소나 시리즈는 제가 힘들 때마다 정말 많은 위로를 안겨 주였던 게임이죠.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마음속의 또 다른 모습을 구현화시켜서 힘으로 발현시킨다는 설정을 가진 이 시리즈는, 3번째 작품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감각적인 스타일을 완성시켜서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게임입니다.


복잡한 컨트롤은 필요 없지만, 이런저런 전략성이라던가 스케줄 등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게임이죠.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도 인상적입니다.


그렇게 흥미로운 게임에 오롯이 집중을 하다 보면, 무언가 머릿속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느낌이 듭니다. 순수한 몰입이 가져오는 일종의 무아지경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시간을 어느 정도 보내고 나면, 저를 힘들게 하는 현실도 직시할 수 있게 되더군요.

일종의 현실도피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은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복잡한 인생사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그런 시간.


그리고 그런 시간을 어느 정도 보내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힘도 얻게 되고 그런 거죠.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002.jpg 더해서 잘생기고 모두에게 인기 많고 능력도 끝내주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도 하고, 뭐 그런 거죠(사진은 ‘페르소나 3 포터블’)


그래서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취미를, 조금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덕질’을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편이 좋다고 자주 말을 합니다.


당연히 Y양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자주 했었죠.

취미 부자인 Y양은 다양한 것들에 관심이 많았지만(독서, 제빵, 악기 연주 등등), 작심삼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면 그 이상은 잘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쯤 꾸준히, 그리고 깊이 있게 파고드는 무언가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그래서 함께 이것저것 많이 건드려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Y양은 그림에 제법 오랫동안 취미를 붙이고 있죠.

여행을 갈 때에도 간단한 화구는 언제나 챙겨서 다니고 있고, 덕분에 마음이 어지러울 때에도 그림을 통해 위안을 얻게 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확실해진 경험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많은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제대로 즐기는 취미 하나 가져보시죠?


-계속


003.jpg 최근 저는 할로우 나이트 시리즈에 빠져 있는 중입니다. 아름다운 아트와 어우러진 특유의 고난이도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데, 또 그게 매력이기도 한 게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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