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물벼락, 두 쌍의 부모
지금의 저는 Y양과 결혼을 했고, 두 사람 사이에는 멋진 아들도 태어나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 키우는 집이 흔히 그러하듯, 좌충우돌하는 아들 덕분에 이런저런 일들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끔은 짜증도 나고, 또 누군가에게 사과해야 할 일도 있고, 반대로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종의 조치를 취해야 할 때도 있죠. 그리고 그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떠오르는 사건이 2개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던 어떤 두 부모의 모습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것도 같은 날에 말이죠.
첫 번째 부모는 차에 타고 있었습니다. 아직 Y양과 사귀던 시절, 처음으로 둘이서 여수로 여행을 갔을 때, 전날부터 많은 비가 내렸기에 도로 곳곳에는 물 웅덩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름 조심하면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바로 옆을 지나가던 자동차가 무슨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물을 팍! 하고 뿌리면서 지나가더군요.
순간 저는 Y양을 감쌌었고, 다행히 젖은 건 저 하나로 끝이 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 물을 있는 대로 뒤집어쓰고 말았죠. 당연히 매우 유쾌하지 않은 기분으로 멀어지는 그 차량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상밖의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차가 멈춰 서더니, 후진해서 저희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차를 세우더니, 운전석에 있던 분이 내려서 저에게 고개를 숙이시더군요. 더해서 사과의 의미로 세탁비라도 챙겨주고 싶다는 말씀도 하시더군요.
그리고 그 모든 모습을 조수석에 앉아있던 그 부부의 아이가 보고 있었습니다.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을 확인한 뒤, 저는 쿨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사과해 주셨으니 괜찮다. 아이가 많이 놀란 것 같으니 잘 달래주시고 빗길 운전 조심하시라고요.
그 말을 듣고도 그분들은 몇 번 더 저에게 사과를 하신 뒤에 떠나가셨습니다. Y양도 나름 쿨한 태도를 보인 저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제대로 사과할 줄 알았던 그 아이의 부모님들의 모습도 보기 좋았고 말이죠.
그리고 오후가 되어 바닷가 모래사장으로 갔을 때 두 번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날씨가 미묘해서 해수욕은 무리였기에, 저와 Y양은 적당히 모래사장 근처에서 산책을 즐긴 뒤, 가볍게 모래를 씻어내고 돌아가기 위해 공용 수돗가로 찾아갔습니다.
먼저 와있던 부부가 아이를 씻겨주고 있기에, 그래서 잠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난데없는 물줄기가 저를 향해 날아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피할 겨를도 없이 물벼락을 맞은 뒤, 저는 어떤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알고 보니 아이를 씻기던 부모가 수도꼭지를 잘못 잡아서 제 쪽으로 물이 크게 날아온 것이더군요.
저는 당연히 사과를 할 것이라 생각하면서,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같은 멘트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그 부모는 저를 잠시 힐끗 쳐다본 뒤, 계속해서 자신의 아이만 케어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휘리릭 자리를 떠나가 버리더군요.
저는 당황하고 말았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Y양은 황당해했습니다. 순간 한 마디 할까 고민도 했지만, 기분 좋게 여행 와서 나쁜 추억을 키우고 싶지는 않았기에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카페에 들러서 휴식을 취하다 보니 오늘 겪은 일들이 묘하게 머릿속에서 교차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러 사과를 하기 위해 돌아온 아이의 부모, 뻔히 자신들이 잘못을 저질러놓고 나 몰라라 해버린 부모의 모습이 말이죠.
그 모습들은 지금도 제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긴 지금은 더더욱 자주 떠오르고 있죠.
제가 부모로서 해야 할 행동과 해서는 안될 행동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말이죠.
어느 쪽에 해야 할 행동이고, 어느 쪽이 해서는 안될 행동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