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남편과 계약직 공무원 아내-25

홋카이도 이야기(07)

by 글쟁이게이머 L군

학창 시절에 인생의 스승을 만나서 배움을 받는 것.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일이지만 의외로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물론 세상에는 좋은 선생님들이 적지 않게 계시다는 것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격, 지혜, 학업적 성취, 사회적 인망 등등을 모두 갖추고 있는 ‘스승’을 만나고, 또 그 아래에서 수학한다는 것은 정말 많은 운이 따라야 가능한 일이죠.


그리고 저의 아내 Y양은 바로 그런 ‘스승’을 인생의 이른 시기에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을 커다란 행운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홋카이도 유학 시절에 말이죠.


그렇습니다. Y양은 유학생 시절 자신을 지도해 주셨던 일본인 교수님을 ‘스승님’이라 부르며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드물게 한국에서 홋카이도로 유학을 오는 Y양에게 다양한 배려를 해주셨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다른 문화에서 찾아오는 사람과 교류하는 법에 대해 진지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당연히 교수님이라는 직함에 맞게 자신의 전공에 아주 깊은 이해와 전문성도 갖춘 분이셨죠.


더해서 신문 등에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과 과거사 문제로 트러블을 일으키는 일본 정부를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날리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던 참지식인 이기도 하셨죠.


그러면서도 언제나 후학들을 지도하는 것에 힘쓰시고, 병색이 완연하던 시기에도 언제나 유쾌한 농담을 하면서 주변에 즐거움을 선사해 주셨다고 하더군요.


001.jpg 어떤 형태로든 ‘멘토’를 얻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죠. 그것이 과거의 위인이든, 창작물의 캐릭터든 간에(사진은 ‘달려라 하니’의 홍두깨 선생님)


그래서 정말 저는 안타깝게 여기고 있습니다. 제가 Y양과 만남을 가지기 얼마 전에 돌아가셔서 그 분을 직접 만나 뵐 기회가 없었다는 것을요. 다른 사람도 아닌 제 평생의 반려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분에게 저 또한 약간이라도 가르침을 받고 싶었는데…


하지만 그분이 세상에 뿌린 ‘씨앗’은 확실하게 싹을 틔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Y양과 함께 찾아간 홋카이도에서, 동문수학했던 교수님의 제자들을 저는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다들 자신의 위치에서 나름의 인정을 받고 있고, 또 만나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유쾌하면서도 사려가 깊어 보이는 사람들이었죠. 덕분에 Y양뿐만 아니라 저 또한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002.jpg 물론, ‘친구’와 결혼하겠다는 사람의 됨됨이가 어떤지, 혹시 이상한 사람은 아닌지 잘 확인해 두려는 눈빛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것도 다 우정의 발현이겠죠.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저와 Y양은 홋카이도 친구들이 한국에서 꼭 구해달라고 부탁했던 물건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하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의 모습이 담겨있는 기념품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희가 준비한 것이 아닙니다. Y양과 함께 그 교수님을 스승으로 모시던 일본의 동문들이 직접 부탁했던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우리가 그분들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말이죠.


그리고 저는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Y양이 그 교수님을 ‘스승님’이라 부르고 가슴 깊이 존경하는 이유를 말이죠.

또한 그분께서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또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쳤는지도 잘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꼭 그분께 드리고 싶었던 말씀을 남겨두려고 합니다.


당신의 깊은 뜻인 앞으로 제 아내를 포함한 많은 제자들이 잘 이어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계속


003.jpg 그리고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에, 할머니들의 한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소식이 더 많이 들려오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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