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남편과 계약직 공무원 아내-03

이번엔 다르려… 나?

by 글쟁이게이머 L군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는 속담처럼, 사람마다 하나 정도는 나름 괜찮게 하는 일이 있는 법.


어릴 적부터 게임을 아주 좋아해서 그쪽으로 진로를 잡고 싶었지만, 수학도 못하고 아트 쪽 재능도 없었던 저는 게임 개발 쪽으로 직업을 가지기는 어렵겠다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조금은 할 줄 안다고 내세울 만한 것은 글에 관한 재주였죠. 다년간 단련시킨 자기비하방어술(?) 덕분에 그다지 드러내지는 않지만, 학창 시절부터 국어 관련 수업은 성적이 잘 나왔었고 말이죠.


그래서 이 재주와 게임에 관련된 것을 찾다 보니 게임에 관련된 글-리뷰나 평론 등등-을 쓰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뭐, 결혼하고 지금까지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걸 보면 아주 못써먹을 재주는 아니었던 모양이네요.


아, 굳이 덧붙이자면 언어적인 재능도 약간은 있는 것 같군요. 어쨌든 딱히 정식으로 교육을 받은 적도 없으면서 일본어는 조금 할 줄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걸 이용해서 한국어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게임들도 예전부터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고, 일본어 번역일도 가끔씩 했었죠.


이렇게 어떻게든 부족한 재능이나마 쥐어짜서 원했던 개발 관련은 아니어도 게임 관련 업종에 지금까지 종사하고 있으며, 또 지금도 게임을 매우 좋아하는 것을 보면 저는 정말 평생 게이머가 맞는 것 같기는 합니다.


085.jpg 생각해 보니 나름 책 읽는 것도 제법 좋아하긴 했습니다. 만화책을 더 많이 보긴 했지만요. 와, 새삼스럽지만 ‘오타쿠’ 그 자체네?(사진은 단간론파 시리즈의 문학소녀 후카와 토코)


그리고 이 능력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저에게 기회를 안겨주게 됩니다.


일이 일이다 보니 가끔 누군가가 쓴 글을 검수해 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가 가끔 있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자기 지인이 회사 소개글 같은 것을 만들었는데 괜찮은지 한번 봐달라며 부탁을 하더군요.


마침 여유가 있던 참이어서 선선히 그 부탁을 받았고, 몇 가지 수정사항 등을 체크한 검수본을 보내주었습니다. 받은 쪽에서 고맙다며 무언가 답례할 방법이 없냐고 묻더군요.


당시 저는 한창 미팅이니 맞선이니 돌아다니면서 '딱 하나면 족한 인연'을 만나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 아니어도 소개시켜줘’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었죠.


그래서 반쯤 지나가는 말처럼 딱히 금전적인 보답은 바라지 않는다, 대신에 주변에 아는 여성분 있으면 소개해 주면 감사하겠다. 조건은 따지지 않는다. 뭐 이런 식으로 대답을 했었습니다.


그랬는데 어라? 정말로 자리를 한번 마련해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비슷하게 좋은 인연을 만나려고 노력 중인 자신의 지인이 있다면서 말이죠.


002.jpg 여담이지만 자리를 마련해 주신 분은 얼마 뒤 해외로 이민을 가셨습니다. 뭐 그냥… 그렇다고요


사실 그런 말을 꺼내기는 했지만, 당시 저는 조금 지쳐있었습니다. 계속되는 도전과 계속되는 ‘까임’에 말이죠. 조건반사처럼 소개를 부탁했고, 또 그 흐름에 따라 이런저런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거기다 이번에 나오신다는 분은 직업도 공무원이라고 했습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직급도 그다지 낮지 않고, 또 자기 분야에서 제법 인정도 받고 있는 그런 분인 것 같더군요. 더더욱 ‘이게 되겠어?’라는 생각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는 일. 소개를 부탁한 것도 나였고, 또 그 부탁을 들어주신 분들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죠.


그렇게 운명(?)의 날은 찾아왔고, 저는 나름 최선을 다해서 자신을 꾸미고 약속장소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003.jpg 이것도 여담이지만, ‘이런 그림’이 그려진 옷을 입고 소개팅에 나간 적은 없었다는 것을 노파심에 밝혀둡니다(사진은 ‘라스트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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