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딱히 외모가 출중한 것도 아니고, 주변에 내세울 만한 특기도 미묘하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들 보기에 멋진 취미를 가진 것도 아니고.
예전의 저는 스스로에게 위와 같은 평가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기 전에, 미리 스스로에게 낮은 점수를 매겨서 자기 비하를 해버리는 형태로 발현되는 방어기제. 당신이 말하지 않아도 나는 내가 한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무슨 소리를 들어도 나는 아무렇지 않다. 대략 이런 형식으로 발동되는 자기 방어죠.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거 제법 효과적인 자기 방어 수단입니다. 누가 내 자존감을 깎아내리기 전에 이미 바닥을 다져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소리를 들어도 딱히 상처를 받지 않거든요.
하지만 저렇게 자기 비하에 빠져있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일리는 없죠. 별 것도 없는 사람이 잘난 척하면 꼴불견이지만, 반대로 무슨 소릴 하던지 간에 ‘그래, 나 원래 이렇게 한심한 놈 맞아 ㅋㅋ’ 같은 반응만 보이는 사람도 좋은 소릴 듣기는 힘들 겁니다.
인생에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필자는 여러 가지 시도를 했습니다. 그중에는 자기 비하에서 벗어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죠. 단점이야 이미 차고 넘치게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 어떤 장점이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뭐, 결국 내려진 결론이라는 것이 ‘그래도 사람은 착해’였지만, 여하튼 장점이 아주 없지는 않더군요.
그리고 그즈음에 저는 결혼을 제법 일찍 했던 대학동기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친구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한 그 친구에게 그 비결(?)을 물었더니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너 내가 얼마나 많이 미팅하고 맞선을 봤는지 모르지?’
결국 만나야만 기회가 있는 것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고, 수많은 좌절 끝에, 아니 그런 아픔이 있었기에 이렇게 멋진 인연을 만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
저도 그 친구를 따라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 세상은 넓고 취향은 다양한 법이라잖아. 무조건 기회가 생기면 만나보자. 그러다 보면 나 같은 녀석도 좋게 봐줄 사람 하나쯤은 만날 수도 있겠지. ‘짚신도 제 짝이 있다’라고 하잖아?
그리고 저는 천천히 행동에 나섰습니다. 주변에 좋은 사람 아니어도 좋으니 소개해달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다녔고, 누가 만나보라는 사람이 있으면 조건을 따지지 않고 바로 달려갔습니다.
물론 결과는 처참했죠. 정말 별의별 이유로 거절을 당했습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단점들을 다시 깨닫게 되는 일은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었죠. 한때는 마음이 꺾여서 그냥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까 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저를 많이 도와주었던 고마웠던 형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서 이런저런 만남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고, 힘들어할 때 격려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형님이 저에게 해주었던 한 마디는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네요.
‘어차피 너의 인생에 필요한 사람은 딱 한 명이다. 나머지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 뿐’
이 말은 특히 저에게 많은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게임을 할 때에 좋은 캐릭터를 얻기 위해 끄고 다시 시작을 지겹게 반복하는 ‘리세마라’도 기꺼이 감수하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찾는 과정이 그것보다 쉬울리는 없겠죠.
그렇게 생각하니 이 정도 스트레스는 견딜만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게임에서도 ‘리세마라’는 아주 짜증 나지만, 그걸 견뎌내면 이후 게임 진행이 편안해지고 즐거워지게 됩니다. 인생도 결국 비슷한 거 아니겠어?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후로도 만남과 ‘까임’을 한동안 반복하였습니다.
그리고 슬슬 다시 지쳐가기 시작할 때 즈음, ‘운명의 만남’이 찾아오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