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드디어 찾아온 만남의 날.
며칠 전에 오랜만에 모임에서 만났던 친구가 골라준 깔끔한 옷을 입고, 미용사 친구가 다듬어준 머리를 하고 약속 장소로 찾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어라? 창 밖을 보니 비가 제법 내리고 있더군요.
주차할 곳이 마땅찮은 곳이 미팅 장소여서 차는 놓고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자칫하면 일껏 신경 쓴 외모가 흐트러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변수랄까, 신경 쓰이는 요소가 있었습니다
처음 만났는데 차로 적당한 곳까지 배웅하는 것이 맞을까 어떨까.
이게 은근히 민감한 구석이 많아서 지금도 저는 이것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것 때문에 실수 아닌 실수를 했던 적도 있었던 것도 같고, 그거 때문에 ‘X’를 받은 것 같기도 하고, 그것도 다 그냥 사람이 별로인데 가져다 붙인 핑계 같기도 하고…
여하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약속장소인 카페로 갔습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면서 기다리다 보니 누군가 말을 걸어 오더군요.
네, 오늘 만나기로 한 그 사람이었습니다. 바로 Y양이었죠.
Y양의 첫인상은… 좋은 의미에서 소탈해 보이는, 미소가 보기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과하게 꾸미지는 않았지만 센스 있게 입은 옷,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은은한 지적인 느낌, 그러면서도 적절한 겸손함과 배려가 느껴지는 언행 등등. 여러모로 ‘좋은 사람’의 느낌을 진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를 이어가면서 저는 Y양에 대한 첫인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로의 취미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도 딱히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도 없었고 말이죠.
일단 본인부터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또 취미도 이것저것 즐기기 때문에 오히려 흥미롭게 제 취미 이야기도 들어주더군요. 그리고 본인의 취미는 여행과 독서, 그리고 어학공부라는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저도 관심이 많은 분야였던지라 자연스럽게 취미 관련으로 한참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첫 만남 이후의 식사 시간.
저는 자연스럽게 이런 소개팅 자리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메뉴(파스타, 브런치 등)을 예상하고 미리 근처에 괜찮은 식당을 체크해 뒀었습니다. 그런데 어라? Y양은 날씨도 굳으니 괜히 멀리 갈 것 없이 바로 앞에 보이는 김치찌개집으로 가는 게 어떠냐고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뭐, 나중에 Y양에게 물어본 바로는 정말로 김치찌개가 먹고 싶었는데 마침 눈앞에 보여서 말을 꺼낸 것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만, 애매하게 내리는 비 때문에 사알짝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저에게는 그런 것도 저에 대한 배려로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다시 자리를 옮겨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는 서서히 느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하고는 ‘좋은 관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라는 느낌을 말이죠.
그리고 얼마 뒤, 비도 오고 하니 제가 원하시는 곳까치 차로 배웅해드리려고 하는데 어떠시냐는 이야기를 고민 끝에 Y양에게 건넸습니다. 자칫하면 과한 들이댐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이대로 보내기에는 아쉬웠기에 용기를 내서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죠. 그런데…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