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남편과 계약직 공무원 아내-05

이거 혹시 ‘흔들 다리 효과’?

by 글쟁이게이머 L군


‘집까지 모셔다 드릴까요?’


비도 오고, 이대로 헤어지기는 조금 아쉽고. 하지만 과하게 들이대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 걱정도 되고, 이게 계기가 되어서 또 까이면 어떡하지,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교차하는 가운데 제 입에서 나온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불안감에 젖어있는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었지만, Y양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아, 그럼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게 흔히 말하는 ‘그린라이트’인가요? 뭔가 오늘은 잘 풀리는 날인 건가요?


당연히, 한 방에 뭐가 잘 되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었죠. 나중에 Y양에게 물어보니, 나름 괜찮겠다는 느낌이 있었던 건 맞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었을 때에는 ‘편하게 가면 좋지’ 정도의 생각 밖에 없었다고…


001.jpg 뭐, 어쨌든 ‘좋은 시작’이었던 걸로?(사진은 딱히 관련은 없지만 영화 ‘300’)


어쨌든, 주차장에서 차를 꺼내서 Y양을 태운 다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가던 도중, 사건이 하나 터졌습니다.


출발하고 얼마 되지 않아, 도로는 제법 넓지만 차들이 별로 없는 도로를 지나던 도중이었습니다. 샛길에서 들어오는 붉은 차가 우측 앞쪽에 보이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서 운전을 계속했죠. 말씀드렸다시피 차도 별로 없었고, 도로도 한산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붉은 차가 도로를 냅다 가로질러서 제 앞쪽으로 확 끼어들어 왔습니다. 천천히였다면 그나마 괜찮았겠지만, 거의 풀악셀 수준으로 빠른 속도로 말이죠.


운전하시는 분들은 아마 아실 겁니다. ‘아, 이거 사고다’라고 직감하게 되는 순간.


바로 그게 순간 머리를 스치 더군요. 사고는 당연히 나쁜 거지만 하필 이럴 때, 하필 옆 자리에 ‘내 인생의 반려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설레발)’이 타고 있을 때에!


그래서 온 힘을 다해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제발제발제발제발! 하면서.


002.jpg 막간을 이용해서 공익광고 하나, 작정하고 밟는 재미를 느끼고 싶으시다면 좋은 게임이 많으니 그쪽에서 달려보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사진은 ‘그란투리스모 7’)


비 오는 날씨, 갑작스러운 끼어들기, (저쪽의) 과속 등등, 아찔한 요소들이 여럿 중첩된 위기의 순간이었지만,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종이 한 장 차이로 말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게임을 많이 즐겼던 것도 이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레이싱 게임 같은 것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게이머들은 자연스럽게 반응 속도 훈련을 하게 될 수밖에 없거든요. 화면에서 공격이 날아오는 것을 저스트 타이밍으로 피해야 한다거나,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포인트를 정확한 타이밍으로 날려줘야 한다던가. 이런 것들을 게임에서 정말 흔하게 만나니까요.


그렇게 저는 평상시 게임을 많이 했던 것에 도움을 받았다고 우기려고 들면 우길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어찌저찌 사고가 나는 상황은 피했습니다.

그리고 그 직후 저의 언행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Y양은 나중에 말해주더군요.


그러니까 아찔했던 순간을 어떻게든 피한 다음, 옆자리에 앉아있는 Y양을 보고


‘괜찮아요? 어디 다치진 않았어요?’


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제일 먼저 저렇게 말했다고 하더군요. Y양은 이때 제법 마음이 움직였다고 합니다.

보통 저런 상황이 되면 육두문자부터 나오는 사람도 많은데, 이 사람은 같이 있는 사람의 안부부터 묻는구나… 하면서요.


-계속


003.jpg 사실 저도 운전하면서 제법 거친 말을 자주 하는 편이긴 합니다. 그날은 정말…’ 뭔가’가 있었던 날이 맞았을지도?(사진은 만화로 유명한 ‘이니셜 D’의 아케이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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