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3
많은 곳에서 인용되는 이 라틴어는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모든 인간은 언젠가 찾아올 죽음 앞에서는 무력한 존재에 불과하니 오만함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죠.
그 깊은 울림은 다양한 창작물에 영감을 안겨주었고, 게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여러 게임들이 이것을 주제로 제작이 되었고, 그중에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게임도 하나 있었죠.
‘페르소나 3’라는 제목의 게임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게임이 최초 출시되던 2006년 즈음에 제작사인 아틀라스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회사가 문을 닫는 것을 직원들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다시피 하고 있었고, 그런 와중에 제작된 것이 바로 이 게임이었죠.
그래서인지 ‘페르소나 3’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밝고 예쁘장한 그래픽으로 상당히 묵직한 분위기를 그려냅니다.
언뜻 보기에는 초능력을 가진 고등학생들의 활극 같은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중입니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하나씩 안고 있고, 자포자기를 뛰어넘어 살아가는 것 자체를 내려놓은 인물도 있죠.
작중에서도 끊임없이 ‘죽음’이 언급되고, 실제로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터지면서 사람이 죽기도 합니다. 주인공과 깊은 인연을 맺는 사람 중 일부는 대놓고 시한부나 그에 준하는 상황에 놓여있기도 하죠.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 주인공은 자신과 소중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을 위해 ‘많은 것’을 봉인하고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기억이 남아 있고 또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남겨진 사람들이 어떤 것을 해야 할지는 아마 그 누구도 알지 못할 겁니다.
그 사람들 또한 언젠가는 ‘정해져 있는 결말’을 맞이하게 되겠죠.
메멘토 모리.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습니다.
그것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 피할 수 없는 결말은 우리에게 두려움과 절망, 허무와 같은 감정을 안겨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대가 남겨준, 내가 남겨줄, 그리고 다음으로 이어질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웃고, 추억하며, 화도 내고, 짜증도 부렸다가,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PS. 아, 그리고 여담입니다만 이 게임을 만든 아틀라스는 ‘페르소나 3’가 대히트를 거둔 덕분에 기사회생에 성공, 지금은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게임회사가 되었습니다. 페르소나 시리즈 또한 신작이 나오면 월드 와이드로 히트를 거두는 인기 프랜차이즈가 되었다죠. 이것도 일종의 해피엔딩?
PS2. 엄밀히 따지자면 메멘토 모리는 게임 오프닝 영상에서 나오고 대사로 언급되는 장면은 없지만, 어쨌든 게임에 나오기는 했으니 적당히 넘어가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