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니
나름 게임업계에 관련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저 또한 게임업계의 다양한 화두에 대해서도 이래저래 알아보거나 생각하게 될 때가 제법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게임업계의 오래된 논쟁거리 중 하나인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다양한 문답을 주고받게 되는 경우도 있죠.
영화는 확실히 ‘예술’의 영역에서 다뤄지고 있는 중이죠. 하지만 산업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이제는 대중적 인지도에서도 영화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게임 쪽에서 ‘예술’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아직 역사가 짧다든지, 자본집약적이고 상업적인 면에서 생각해 볼 부분이 많다든지, 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기는 합니다. 그리고 게임이 굳이 예술이 될 필요가 있는가, 그 이전에 예술이란 무엇인가 등등을 따지다 보면 이야기가 끝이 없어지기도 하죠.
하지만 게임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 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저니’라는 게임을 플레이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2012년에 최초 발매된 이 게임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제목 그대로 어딘가를 향해서 계속 나아가는 것이죠. 모래로 뒤덮인 사막을 지나, 유적을 지나, 무서운 괴물이 눈을 번득이는 곳을 지나, 주인공(플레이어)는 저 멀리 보이는 빛나는 산으로 나아갑니다.
이 게임에는 대사가 없다시피 합니다. 딱히 복잡한 컨트롤도 없습니다. 앞에 보이는 목적지를 향해서 그저 나아가기만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 여정은 역경도 있지만, 매우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유적, 반짝이는 모래, 유적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눈보라가 치는 설산 등등, 다양한 풍광이 플레이어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입에서 나오게 되죠.
‘예술적이다’
이런저런 상황을 겪으며 나아가다 보면 플레이어는 누군가를 만나게 됩니다.
어딘가에서 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또 다른 ‘플레이어’죠.
하지만 서로 대화할 수는 없습니다. 간단한 몸짓으로, 발자국으로 함께 나아가야 할 길을 서로 알려줄 뿐이죠. 그리고 딱 하나 허락된 ‘대화’는 이것뿐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이런 기호도 아닙니다. 알 수 없는, 표식 하나가 떠오르고 악기의 음색 같은 소리 하나만 들려올 뿐이죠.
하지만 그거면 충분합니다. 쓸쓸한 여정 속에서 만나게 된 ‘나와 같은 존재’는 무어라 형언하기 힘든 안도감과 동질감을 안겨주니까요.
그렇게 모든 여정을 마치고 목적지에 도달하면, 커다란 환희 속에서 플레이어는 맞이하게 됩니다. 이 여정의 끝에 존재하는 것을 말이죠.
이것이 무엇인지는 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신 분들을 위해 오롯이 남겨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엔딩’을 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예술적이었다’라고.
게임이 예술이 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예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저는 ‘YES’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플레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 주고, 말 한마디 없이도 ‘동반자’의 따스함을 알려주는 작품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