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건프라, 그리고 다시 보기
1979년에 시리즈 첫 작품이 일본에서 방영되어, 지금까지도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로봇 애니메이션계의 전설,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그 인기는 한국에서도 상당한 수준이라, 적지 않은 마니아들이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죠.
그리고 저 또한 그런 사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주시는 용돈을 받으면 바로 문방구로 달려가서 ‘조립식 장난감’을 만들었고, 건담이 나오는 게임을 밤새워 플레이하면서 대사들을 외웠고, 지금도 여유가 생기면 ‘건프라’를 구매하고 있으니까요.
아내인 Y양도 제 취미는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의 취미를 인정하고 따로 또 같이 놀 때가 제법 많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집에서 게임을 할 때 Y양은 드라마를 보고, Y양이 카페로 나가서 그림을 그리면 저는 건프라를 챙겨가서 맞은편에서 만든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지금은 육아라던가 기타등등이 있어서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좀 줄어들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이 조금 더 성장하면, 서로가 취미를 즐겁게 공유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 물론 아들도 포함해서요.
그렇게 서로의 취미를 강요하지 않기에, 저희 부부는 가끔 영화관도 따로 갑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건담 시리즈인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가 한국에서 재개봉을 했을 때도 저는 아내가 아닌 친한 ‘오덕친구’와 함께 다녀왔었죠.
최근 영화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고전명작 재개봉의 흐름에 맞춰서 이 작품도 한국에서 재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저는 매우 기뻤습니다.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어린 시절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화질이 나쁜 비디오테이프에 작은 화면으로 봤었거든요.
커다란 화면으로 보는 전투장면은 박력이 넘쳤고, 고화질로 다시 만난 건담의 모습은 어린 시절의 두근거림을 되살려 주기에 충분했죠.
그리고 영화 감상을 마친 뒤, 저는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막연하게 느꼈던 멋있는 것, 젊은 시절 깊게 이해하지 못했던 의미들을, 세월이 흘러가면서 쌓이게 되는 경험들 덕분에 하나둘씩 제대로 알아가는 것은 제법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요.
더해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예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는 깨달음의 즐거움이 커지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덕분에 멋진 아내와 결혼했고, 훌륭한 아들이 태어나 건강하게 저희 부부와 함께 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