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남겨진 그 게임의 명대사

헤비레인

by 글쟁이게이머 L군

게임에는 영화라던가 다른 취미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터렉티브(Interactive), 상호작용이지요.


기본적으로 게임에는 컨트롤(Control), 조종이라는 행위가 필수적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게이머를 지칭할 때는 플레이어(Player)라는 단어가 주로 사용되죠.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시청자(Viewer)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으로 상황을 변화시키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게임에서 얻게 되는 재미와 감동은 다른 취미와는 그 맛과 향기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멋지게 역경을 이겨내는 장면을 보았을 때 얻게 되는 감동과, 게임에서 내 손으로 몰려오는 고난을 멋지게 클리어했을 때 느끼게 되는 감격은 아무래도 결이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당연히 그 반대 상황, 그러니까 고통스럽고 슬픈 상황도 더더욱 저릿하게 다가옵니다. 과하게 감정이입을 했을 때에는 그 고통으로 한동안 게임을 멈춰야 할 때도 있을 정도로 말이죠.


001.jpg 그래서 자유도가 높은 게임에서 죽어도 나쁜 짓을 하는 선택은 못 하겠다는 게이머들도 많습니다. 세간의 걱정과는 반대죠?(사진은 다양한 분기로 유명한 '택틱스 오우거')

그런 이유로 지금 저는 ‘헤비레인’이라는 게임을 다시 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4명의 주인공이 폭우가 내리면 어린아이를 납치해서 죽이는 종이접기 살인마를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게임은,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서 게임의 내용이 달라지고 엔딩도 다양하게 갈리는 ‘인터렉티브 무비’라는 장르의 게임입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에단 마스는 자신의 실수로 두 아들 중 한 명을 사고로 잃어버린 이혼남입니다. 그런데 나머지 한 명의 아들도 종이접기 살인마에게 납치를 당하고 말았죠.


그리고 종이접기 살인마는 그 이름처럼 아들이 있던 곳에 작은 종이접기를 하나 두고 갑니다.

거기에는 정말 목숨을 걸고 시도해야 하는 위험한 행동을 하라는 지시와 함께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죠.


How Far Will You Go To Save Someone You Love?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당신은 어디까지 갈 수 있습니까?


ss_d7ed4a5e3d155e23331902909f56f90c752c3643.1920x1080.jpg 제목처럼 묵직한 분위기가 플레이어의 심장을 짓누르는 게임, 헤비레인

영화적인 연출과 게임의 인터렉티브성이 합쳐지면 어떤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려준 명작이었기에, 저도 이 게임을 매우 좋아했고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도 분명히 있지만, 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임 초반부에 그려지는 주인공 중 한 명인 에단 마스가 아들과 사별하는 과정, 그리고 종이접기 살인마에게 자식을 빼앗긴 또 다른 부모의 피눈물,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목숨도 저울질하는 주인공을 다시 '플레이' 할 엄두가 나질 않기 때문이죠.


왜냐하면 그 사이에 저도 아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어렴풋이 알고만 있던 그 고통과 슬픔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지금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게임을 관통하던 저 대사는 가슴에 깊이 새겨두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미리 알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들을 위해서 귀찮아도 해야 할 일은 일상에서도 참 많더군요. 그럴 때 저 대사가 떠오르면 묘하게 기운이 납니다.


그래, 아들을 위해 목숨도 걸겠다고 다짐했는데,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 하면서 말이죠.


main_visual.png 그런 의미에서 무지하게 귀찮지만 오늘도 아들을 위해 가벼운 운동도 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제가 건강해야 뭘 해도 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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