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남편과 계약직 공무원 아내

혼자 보내는 밤

by 글쟁이게이머 L군

Y양은 업무 특성상 해외 출장을 정기적으로 가고 있습니다. 유부남들 사이에서 농반진반으로 떠도는 ‘아내가 없는 날’이 저에게는 정기적으로 생기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날들이 딱히 저에게 큰 의미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가 잦았고, 그래서 집안일도 제가 더 많이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내는 (계약직이지만) 공무원인지라 평일에는 출근해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아내가 출장을 가는 날은 집안이 좀 쓸쓸해지는 날, 식사를 혼자 해야 하는 날,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습니다. 또 아내의 출장일은 제 일이 바빠지는 시기와 겹치는 경우가 많아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 경우가 많았죠.


001.jpg 결혼하고 나면 아무래도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해지다 보니 이런 날을 ‘휴가’처럼 느끼게 되는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사진은 본문과 별 상관없는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그리고 얼마 뒤 저희 부부에게는 커다란 축복이 찾아왔습니다. 너무나도 소중한 아들이 태어난 것이죠.


이후 한 동안은 출산과 신생아 육아 등으로 정말 정신없는 시기를 보냈습니다. 말할 수 없이 커다란 행복과 함께 이긴 했지만, 그 행복이 육아의 고통을 줄여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육아로 고생해 보신 분들은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아들은 건강하게 성장해 나갔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키울 나날이 구만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 손으로 밥 먹고 화장실은 다녀올 수 있게 되었죠. 덕분에 약간이지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여유가 생기더군요.


그러던 와중 연중행사 비슷한 느낌으로 아내는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할머니께서 손주랑 같이 있고 싶다고 하셔서 아들도 할머니댁에서 외박을 하게 되었죠.


그렇게 저는 몇 년 만에 집에서 혼자 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002.png 어른판 ‘나 홀로 집에’까지는 아니더라도, 여하튼 오랜만에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


나름 편하긴 하더군요.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고 혼자 조용히 쉴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저를 지배하는 감정은 편안함이 아니었습니다. 쓸쓸함, 허전함 같은 감정이 훨씬 크게 느껴지게 되더군요.


결혼하면 사람이 바뀐다, 자식 보면 사람이 달라진다, 이런 이야기들을 흔히 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평범한 사람답게,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도 물론 중요하고 또 필요합니다. 그게 부족해서 육아 스트레스 등으로 크게 고생하는 사람은 저 또한 주변에서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진짜로 필요하고 또 소중한 것은, 저를 ‘아빠’라 부르고 ‘남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진짜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한번 더 되새길 수 있으니까요.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서 말이죠.


003.jpg 그리고 가족은 여러 가지 형태로 있을 수 있죠. 이 세상 모든 가족이 서로의 소중함을 조금 더 잘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사진은 게임 ‘잇 테이크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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