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보지만 ‘야빠’는 아니라구요!
제 아내인 Y양은 오덕으로 살아가는 저를 존중해 줍니다. 그래서 제가 게임을 하거나 애니를 보거나 딱히 터치를 안 하고, 오히려, 가끔 재미있는 것은 함께 어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Y양도 저에게 좀 자제하라는 취미활동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야구시청이죠.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야구를 보는 것 자체가 아니라, 야구를 보는 태도랄까… 야구를 볼 때마다 나오는 거친 언행을 좀 자제하라는 것입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저는 그다지 욕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운전하다가도 누가 갑자기 끼어들어도 어지간하면 ‘화장실이 급해서 저러나 보다~’ 하면서 조용히 넘어가는 편이거든요.
오히려 조수석에 앉아있는 Y양이 더 흥분해서 뭐라고 할 때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 조차도 야구를 볼 때는 입에서 육두문자를 내뱉을 때가 많다고 합니다. 이기면 이겼다고 좋아서 XX! 지면 당연히 화나서 XX! …이런 식으로요. 스스로 생각해 봐도 좀 과하다 느낄 때가 많은지라 자제하려고 노력 중이긴 합니다.
그리고 ‘야구는 내 인생과 무관하다’라고 되뇌이며 제 할 일을 하다가, 6시 반이 되면 어느 틈엔가 야구를 틀어놓은 다음, 정신없이 보면서 이런 말들을 입에 담고 있더군요. 아니그런데저쉐리는저타이밍에왜빠따를휘둘르고JR이야아오저건또볼질이네차라리승부하고맞으란말이다넌수비연습안하냐어떻게그걸놓치냐니가그러고도프로냐연봉이아깝다으르렁크르렁
…네, 당연히 Y양의 불벼락이 떨어집니다. 대략 ‘아들이 다 듣고 있는데 참으로 교육적인 말씀을 하고 있군요’로 요약이 가능한 내용의.
뭐, 농담을 빼놓고 말하자면, 그만큼 진심으로 좋아하기에 감정적으로 대하게 되는 것이긴 합니다.
선수들과 일희일비를 공유하며, 분노하는 만큼 승리했을 때, 그리고 기나긴 시즌의 끝자락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죠.
이런저런 거 따지지 않고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를 즐기는 가장 좋은 점이 아닐까 합니다. 의외로 현대인이 느끼기 힘든 감정이거든요 그거.
그래서 저는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 농구, 배구, 이스포츠 등등, 뭐가 되었든 응원하는 팀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순수한 감정의 발현,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데 이 순수한 감정이 게임이라는 ‘요물’과 만나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버립니다
해외에서는 이혼사유 중 하나로 인정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축구팀을 운영하는 게임, 풋볼매니저의 악명(!)이 너무나도 유명하죠. 오죽하면 별명이 과부제조기겠습니까. 이 게임이 신작이 나오면 집안을 내팽개치고 게임에만 빠져버리는 남편들 때문에 말이죠.
야구도 비슷한 게임이 많이 있습니다. 저도 한때 프로야구 매니저라는 게임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렸던 기억이 있네요. 그 밖에도 정말 다양한 야구 게임들이 ‘야빠’들의 정신을 쏙 빼놓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에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조심하세요. 야구도 좋고, 게임도 참 좋습니다. 그런데 그 둘이 만나버리면 상상을 초월하는 일도 벌어지니까요. 특히 과도한 과금으로 집안의 제정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거나 하는 일은 없으시길 빕니다.
…진짜 이혼사유가 되는 수가 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