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도 합니다. 그냥 합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그러려니 하면서 웃어넘기지만, 한때 저를 상당히 불쾌하게 만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야, 너는 좋겠다. 게임하면서 돈 벌잖아?’ 같은 소리죠.
사실 이건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들어보는 소리이긴 합니다.
너는 니가 좋아하는 걸로 놀면서 돈도 버는구나? 부럽다~좋겠다~
딱히 악의를 가지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기는 합니다만, 한창 힘들던 시기에는 듣는 순간 짜증 이상의 감정이 솟구쳐 오르곤 했습니다.
내가 지금 어떤 고생을 하는지도 모르고 저런 소릴 하네? 게임 관련 일이라고 놀면서 하는 줄 아나? 엄연히 일이라고 일!
…뭐 이런 이야기가 목구멍까지 올라오긴 했습니다만, 지금은 그냥저냥 허허거리고 넘어가는 중이죠.
앞서도 말했듯 진심으로 약 올리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고, 사정을 잘 모르면 누구나 그런 이야기 정도는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예전에 어떤 유아교육과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아이가 좋아서 이 전공을 택한 사람들은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당신은 이제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아침알람으로 쓰는 것과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될 것이다.
이 말씀이 저에게는 상당히 공감이 갔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게임이 좋아해서 게임에 관련된 글을 쓰는 직업을 골랐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일로 게임을 해야만 했고, 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좋든 싫든 어떤 게임이든 무조건 해야만 하는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고 싶을 때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가 있죠.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제가 좋아하는 게임의 신작이라도, 자타공인 최고의 작품이라 해도, 정말 하기 싫을 때 억지로 하게 되면 너무 괴로웠습니다. 그것을 정상적인 상황에서 했다면 아주 즐거웠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더 그랬죠.
그래서 가끔은 ‘일 게임’을 끝낸 뒤, 해당 게임을 여가 시간에 다시 즐기는 경우가 저는 의외로 많습니다. 일이 아니라 취미로, 오롯이 저만을 위해 플레이해보고 싶어서요.
반대로 여가시간에도 게임이 진짜 하기 싫어질 때도 있습니다. ‘일’로 지쳐버린 머리가 게임을 보면 다시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래도 저는 제 취미와 일을 사랑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보람도 있고, 나름의 자부심도 있거든요.
그래도 어려울 때는 유명한 김연아의 명언을 떠올립니다.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네, 일이잖아요. 그냥 하면 되죠.
그러다 보면 어찌저찌 정리가 되고 그러더군요.
그러니, 오늘도 그냥 해봅니다. 게임이든, 원고든. 뭐가 되었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