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이 뭔지 모르는 아이들
얼마 전 일본에서 Y양의 유학시절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 한국으로 놀러 왔습니다. 저희 부부가 결혼할 때에도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왔던 사람이기도 해서, 저도 기쁜 마음으로 만나서 함께 식사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그러던 와중,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서 그 사람에게 물어봤습니다. 직업이 고등학교 교사였기에 제 질문에 훌륭한 답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질문은 ‘요즘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게임도 잘한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인가?’였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일본의 현직 고등학생 교사인 그 사람은 ‘맞다고 생각한다. 보통 집중력 있는 학생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게임도 열심히 잘하더라’라는 대답을 들려줬습니다.
그러면 집중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주로 무얼 하냐고 물어보니, 핸드폰으로 하루 종일 숏폼만 보더라,라는 대답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숏폼의 전성시대라고 하죠. 길어야 1분 안팎인 짧은 영상을 휘리릭 보면서 도파민에 빠르게 젖어드는 사람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든 어른들도 이것에 ‘중독’되다 시피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하물며 어린 학생들은 어떻게 될지는 쉽게 상상이 갈 겁니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도 위와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더군요.
한 가지 의미심장한 것은, 숏폼에 빠져든 학생들은 게임도 잘 안 한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플레이를 해야 재미를 느낄 수가 있죠.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컨트롤을 포함한 이런저런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거 귀찮게 왜 합니까? 그냥 쇼츠만 휙휙 넘기다 보면 손쉽게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데요.
그리고 숏폼전성시대가 시작되고 얼마 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보고도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게임업계에서도 진지하게 이런 흐름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중이죠.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사람에 따라서는 ‘중독’이 되면 어떡하냐고 두려워하는 무언가가, 자신의 지위(?)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니 말이죠.
그래서 몇몇 교육현장을 뛰는 분들은 ‘숏폼을 보느니 차라리 게임을 해라’라고 지도를 하는 케이스도 있다고 하더군요. 어린 시절 오락실에 부모님 몰래 갔다가 귀 잡혀 끌려 나왔던 기억이 생생한 저로서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납득도 가더군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분명히 필요합니다. 더해서 적지 않은 개발자들이 자신이 만드는 게임에 재미 그 이상의 무언가를 담기 위해 노력도 하고 있죠.
그렇기에 저는 제 아들에게도 적당한 시기에 게임기를 주려고 준비 중입니다. 최소한 핸드폰보다는 먼저 익숙해졌으면 싶거든요. 그리고 제 아들이 하는 게임들도 직접 골라주려고 합니다. 이왕이면 재미 그 이상의 가치도 느끼면 좋을 테니까요.
뭐, 이런저런 우려의 목소리가 제 주변에서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멍하니 쇼츠를 보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네요.
최소한 저는 그 게임들이 무언지 잘 확인해 볼 생각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게임을 집중하면서 즐기는 것이, 어디서, 누가, 어떤 의도를 담고, 어떤 내용인지도 모를 쇼츠들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어 너무 이른 시기에 도파민 중독(?)에 빠지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