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살 때의 일이었다.
집을 구하러 다닐 때 가본 여러 동네 중에서 “메구로구의 지유가오카” 근처 그 동네는 첫인상이 참 깔끔하다는 것이었다.
아파트도 마침 새 아파트이고 온돌까지 되는데 다 길건너에는 대영 마트 “다이에이”도 있어서 마음에 들어서 계약하게 되었다.
그런데 새벽녘에 우연히 나가 보면 항상 그 동네 골목길을 구석구석 열심히 긴 빗자루로 쓸던 아저씨 한 분이 계셨다.
“아! 이 분이 이 동네 담당 환경미화원이시구나. ”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 고맙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깨끗한 동네 살고 있는 주민이에요”
라고 인사드리며 친해졌다.
그리고 이따금 한국에 다녀올 때면 김 이나 인삼차도 선물로 갖다 드리곤 했다.
그 동네에는 꽤 큰 인쇄 회사가 있었는데 동네 아주머니 말로는 그 회사는 도쿄 시내 굴지의 백화점들의 인쇄물만 하는 잘 알려진 곳이며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라고 하셨다.
그 앞에는 항상 까만 색의 멋진 승용차들이 5대쯤 서 있었는데 아마도 임원용인 듯했다.
하루는 그곳을 지나가는데 우연히 승용차 한 대가 멈추더니 기사가 나와서 하얀 장갑까지 낀 손으로 정중하게 문을 얼른 열어 드리는데 보니까, 내리는 분은 다름 아닌 내가 항상 인사드리던 환경미화원 어르신이셨다.
아니, 그럴 수가!
나중에 알고 보니 바로 그분이 그 회사의 회장님이시라는 거였다.
그 며칠 후, 새벽에 그분을 다시뵙 자 내가 받았던 그 동네 첫인상을 말씀드리며
“왜 청소를 직접 하느냐”고 여쭈었더니 그분 말씀이
“ 내가 30 년을 매일 새벽에 동네를 다 다니며
빗자루로 깨끗이 쓸고 있죠.
그렇게 하면 다른 새벽운동을 따로 할 필요 없어요청소하고 나면 마치 조깅 하고 온 것처럼 온 몸을
땀으로 적시죠!
그리고 깨끗한 우리 동네 골목을 보면 흐뭇하고
이웃들도 행복 해 하니 보람 있고,,,일석이조 뭐! “
그분의 설명을 듣고, 난 큰 감동을 받았다.
얼마 후 시간이 흐른 뒤에 나는 갑자기 내 차의 주차장을 찾아야 할 일이 생겼다. 일본은
주차장 계약서를 반드시 첨부를 해야지 소유 허락이 나오는데 내가 하던 장소가 빌딩 신축을 하느라
없어지게 되어 난감했다.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겨야 될뿐더러 도쿄 시내 중심지라서 보통 한 달에 30만원도 넘으니 부담도 되어서 고민하고 있던 차에 그분을 우연히 새벽에 뵙게 되어 그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그분이
“우리 회사의 주차장에 주차 하사죠!“
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내가 사는 아파트 바로
앞 코너라서 주차하기에도 아주 편리한 자리를 주겠다고 하셨다. 너무 자리도 좋으니 가격을 떠나서
당장 계약 하고 싶어서 월주차료를 물어봤더니
“무료”라는 것이다.
상상도 못 하던 행운이었다. 금싸라기 이 장소에
나는 무려 2년 동안 공짜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 고마우신 “환경미화원 어르신 ” 덕분으로!
내가 그분께 해드린 건 그냥 새벽에 인사드리고
한국 얘기해 드리고 했던 것뿐인데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큰 선물을 받게 되었고 도쿄생활 중에
있었던 흐뭇한 추억으로 내 뇌리에는 항상 남아 있고 그 어르신께 진심으로 감사 드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