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꼭 요코하마 월드컵결승전 보러 갈 거야”
일곱 살의 아들은 누구한테나 이 말을 하며 이미 가는 게 확정된 것처럼 얘기하며 다녔다.
축구선수 되는 게 꿈이었던 아들은 축구도 열심히 하면서, 2년 후에 있을 2002년 FIFA 한일 월드컵을 볼 즐거움으로 매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아이의 방도 좋아하는 축구선수들의 사진들을
붙여두고 매일 바라보며 그들을 직접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월드컵결승전에 가 본다는 건 정말이지 상상만 할 수 있다고 난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를 실망시킬 수 없어서 그냥 그러려니
하며 지냈다.
당시에는 우리가 고베에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애들 아빠의 직장을 도쿄로 옮기게 되어서
월드컵경기를 하기 1 년 전에 도쿄로 이사 가게
되었다.
드디어 월드컵경기는 시작되었고, 나는 결승전은 아니더라도 아무 경기라도 가보게 하려고
입장권을 사려고 노력했지만,
그 어떤 방법으로도 구할 수가 없었다.
대신 여기저기서 하는
한국경기 응원 하는 이벤트 장소로 가서
” 대~한민국 차차착~“
을 외치며, 응원하면서 그나마 아이를 즐겁게
해 주곤 했다.
우리나라가 잘하고 있으니 얼마나 신이 나는지
너무나 재미있고 행복하게 도쿄의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들뜨게 보냈다.
아이는 그만큼의 응원에 만족하지 않고 여전히
”요코하마에서 있을 결승전관람“
을 굳게 믿고 꼭 가 볼 거라고 말하며 다녔다.
나는
” 그건 불가능하단다. 티켓을 구할 수가 없어 “
라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크게 실망할
아이가 안쓰러워서
아무 말 못 하고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애들 아빠는 월드컵본부가 있는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호텔에 투숙하는 세계각지에서 온
VIP 손님들께 신경 쓰느라 거의 호텔에 살다시피
해서 아이는 아빠얼굴도 보기 어려웠었다.
결승전을 앞둔 3일 전에 나는 우연히 만난
애들 아빠의 상사 부인분께
„ 아들이 월드컵경기 결승전을 보러 갈 거라고
2년 동안이나 얘기해 왔는데, 이제 3일밖에
안 남았으니 못 간다는 걸 곧 알게 될 텐데
티켓을 구할 길이 없다 “
고 말씀드리자, 인정 많은 성품의 미국인부인은
무엇인가를 생각하시는 듯한 표정이었다.
결승전 2일 전
퇴근해서 집에 온 애들 아빠는 자고 있는 아이의
머리맡에 봉투를 하나 살며시 놓으며,
아침에 보여주라는 것이었다.
다음날 일어나서 봉투를 열어 본 아이는
화들짝 놀라며 환호를 질렀다.
”야 호!!
내 꿈이 이루어졌다! “
봉투 안에는 결승전입장권티켓 2 장이 들어 있었다.
상사내외분이 가시려고 준비해 두었던 티켓을
아이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어서 선물한 것이다!
평상시 함께 공도 못 차 볼 정도로 항상 바쁘기만
하던 아빠의 손을 잡고 아이는 뛸 듯이 기뻐하며
그리하여 드디어 꿈에 그리던
월드컵경기 결승전을 보러 갔다.
더군다나 자리도 특별석이어서 아이는 세계적인
축구명사들이 앉는 곳에서 브라질의 전설적인
축구선수 ” 펠레“ 옆자리에 앉을 수가 있었단다.
그 귀한 입장권을 선물해 주신 고마운 두 분께
아이는 감사편지를 보냈고, 긴 시간이 흘렀지만
그때의 감동을 아직까지도 잊지 않고 있다.
나는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이 닥쳐서 마음이
무거워지려 할 때마다, 그걸 이겨내기 위해
좋은 책도 읽고 명상도 하며 열심히 노력한다.
마치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우리가 밝은 미래를
꿈꾸며, 긍정적인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잘 지내다 보면 우리의 꿈은 현실이 될 거라고
믿는다.
우리 아이의 꿈이 이루어졌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