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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비행기 알등석에 타신 마더 태레사수녀님

나는 80~90년대에 외국항공사의 승무원으로 일 했었는데, 그때의 에피소드이다.


마닐라에서 도쿄로 가는 비행기였다.

오전 아침비행이었지만 한여름이라 무척 더운 날이었는데, 그날따라 비행기 탑승 할 때, 에어컨이

작동이 되질 않아서 기내는 정말 더웠다.

게다가 747 점보기는 완전히 풀이었기에, 탑승하는 분위기는 찜통더위에 왜 그리 승객들은

들고 오는 짐도 많은지,, 어수선했다.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승객들의 탑승을 돕던 나는

밀려 들어오는 승객들 사이에 자그마한 체구에

수녀복을 입으신 분을 발견했다.


그분은 혼자서 작은 가방 하나 들고 오셨는데,

자리가 중간 구석의 창가라서,

다른 승객들 사이에 끼어서

앉으셔야 하는 곳이었다.


연세도 많으신 분이 저곳에 앉으면 불편하실 텐데,,,

생각이 들어 자세히 보니, 뉴스에서 자주 봤던

“마더 테레사” 비슷하여 보여서 설마?

하며 여쭤봤다.


“ 혹시 마더 테레사 이신가요? “


그분은 ”맞다 “ 고 하셨다.


나는 얼른 일등석으로 가서 그곳 담당 승무원과

의논해서 옮겨 드리기로 하고 다시 여쭤 보았다.


” 저희가 일등석으로 모시고 싶은데요, 오시겠어요? “


나는 검소하고 겸손하신그분이 거절할지도 모른다고 짐작했었는데, 의외로 그분은 쾌히

” 에스, 플리이스“

를 하며 따라오셨다.

하기야 그날의 이코노미클래스는 더위에,

꽉~착 승객들에,, 누구라도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마더테레사를 일등석으로 모신 다음,

나는 이층의 조종실로 가서

기장님께 마더테레사께서 타셨는데

일등석에 계신다고

말씀드리자 반가워하시며 나중에

인사드리겠다고 하셨다.


이륙 후 안정된 비행고도로 자리를 잡았을 때,

기장님은 내려오셔서

수녀님께 무릎을 꿇고 앞에 앉으시더니


“저는 이 비행기의 기장입니다.

오늘 저희 비행기에 탑승하여 주시다니

제게 큰~ 영광입니다 “


라며 인사를 드리는데, 유난히 키도 크고 체구가

건장하신 기장님께서 무릎까지 꿇고

자그마한 할머니 수녀님께 공손히 인사드리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날은 다행히도 일등석은 거의 텅 빈

비행 이었기에 서비스가 끝난 다음

나는 마더테레사와 긴 대화를

나눌 시간 여유가 있었다.


그분은 나에게 일등석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면서

노밸평화상을 받은 직 후라 선지 마닐라에서

여러 행사에 참석하랴

빠듯한 일정을 치르느라 힘들었었는데,

비행기에서 쉬니까

너무 좋다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형제는 몇인지?


하며 자상하게 물어보시더니,

그 작은 가방을 뒤적이며 뭔가를

찾아서 내 손에 쥐어 주셨다.


그것은

”성모 마리아님이 새겨진 은으로 된 목걸이 펜던트“였는데,

내가 7형제라고

했더니 무려 일곱 개나 주셨다.


그리고 내손을 꼭~ 잡고 축복기도를 해 주셨다.

나와 나의 형제들을 위해서,,,

그러시면서 “ 힘들 때 도와줬던 한국아가씨”를

항상 기억할 거라고 하셨다.


비행기 승무원으로 근무를 하면서 많은 분들을

뵈었지만,

마더테레사와의 만남은 나에게 잊히지 않는

귀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내가 만났을 때 그분은 노벨상을 받으신

세계적인 유명인사 셨는데도,

마치 이웃에 사는 친한 할머님처럼

따뜻하고 부드럽게 손을 꼭~ 잡고

여러 가지 얘기를 들려주시며,

항상 긍정적으로 세상을 밝게 바라보며

살아가라고 말씀해 주셨다.


다행히 내가 탑승하시는 순간에 그분을 보게 되었고, 작은 도움이었지만 도와 드릴 수 있어서

그 훌륭하신 분을 편안히 모실 수 있었다는데에

큰 보람을 느꼈던 날이었기에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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