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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토끼가 유치원생 딸을 울렸다

오늘은 부활절 “ 부활절의 추억”

내가 처음 오스트리아로 이사 왔을 때는 인스브루크로 와서 잠깐 살았었다.

그때 우리 딸의 나이는 5살! 유치원생이었다.


어느 날 내가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갔더니, 애가 엉엉 울고 있었다.

깜짝 놀란 내가


“ 아니 웬일이니? 무슨 일이 있었어?”

아이는 더 서럽게 울면서,


" 엄마! 친구들이 그러는데, 내가 나쁜 아이 일거래“

” 왜 에? “

묻는 나에게 아이는 설명했다.


아침에 유치원에 가보니 반에 있는 모든 친구들이

새로운 장난감을 들고 와서 자랑하는 것이었다.


” 어머~ 너희들 그 장난감 어디서 난 거니? “

” 이거느은,,, “부활절 토끼” 가 갖다 준거야 아.

너는 토끼가 안 왔었니? “


” 아니이? “

우리 딸이 얘기하자 반아이들은 합창하듯


” 그런데에, 부활절토끼는 착한 아이한테만

온대에.

나쁜 아이한테는 안 온대“


졸지에 우리 딸은 안 착한 아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여기는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 갖다 주러 성탄절에 오듯이, 부활절에는 토끼가

와서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 선물을 놓고

가는 날이 있는데,

한국에서 살았던 이 엄마는 이런 부활절토끼는

들어본 적도 없었으니, 전혀 몰랐고, 우리 딸을

나쁜 아이로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왜 토끼를 계란과 함께 “부활절상징” 으로 하냐면

봄이 되면 들에 가장 먼저 뛰어나와서

봄이 왔음을 알리며 기쁜 봄소식을 전해주는 동물이

“들토끼”라고 한다.


둘째인 아들을 키울 때는, 부활절에 토끼의 선물을 잘 준비해 놨다 줬기에 누나처럼 울릴 일은 없었다.


그런데 또 토끼가 나무 아래에도 작은 깜짝 선물을 놓고 간다고도 한다.

하루는 유치원에서 온 아들이 정원의 나무들을 다니며 선물을 찾고 있었다.

다행히 나는 미리 포켓몬 카드 몇 장을 숨겨 놓았었다.

하지만 카드를 다아 찾아온 아들은 계속 열심히

찾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혼자 하는 말이


” 이상하다? 더 큰 선물이 분명히 있을 텐데,,,,

난 착한 아이니까 토끼가 나를 이뻐할 거야 “


끝내 더 이상의 장난감선물을 찾지 못했던

아들도 엉엉 서럽게 울면서 토끼한테

포켓몬카드만 놓고 갔다고 무척 서운 해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어찌나 미안했던지,,,

선물을 좀 더 준비해서 아이를 기쁘게 해 줄걸,,,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다음 해부터는 아들은 부활절 토끼를 기다리지도

않는 어린이로 벌써 성장해 있었다.


나는 이렇게 아이들을 부활절에 울렸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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