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08. 23
유난히도 무더운 2018년도 여름이었다. 사람의 체온을 넘어서는 온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열대야도 기승을 부려 에어컨 없이는 지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대구와 아프리카의 합성어인 대프리카를 넘어서 이제는 전국이 아프리카화 되었다. 서울이 대구보다 더 더운 날이 많아져서 인지 전국방송과 언론에서 폭염에 대한 보도가 연일 대서특필되고 심지어 전기료 누진세마저 완화해 주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급기야 4대의 변압기 중 2대가 고장 나 버렸다. 다행히 몇 시간 만에 임시로 고치긴 했으나, 결국 대용량 변압기로 교체하는 공사를 해야만 했다. 공사가 완료되기 전 몇 일간은 아파트 관리소장의 읍소를 하루에도 수차례 들어야 했다.
‘지금 전력사용량이 최대치에 달했습니다. 각 가정에서는 에어컨 가동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에어컨 사용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 거의 울먹이다시피 하는 관리소장의 부탁에 에어컨을 켜는 것은 불가능했다. ‘여시재’로의 휴가가 선풍기를 끌어안고 더위와 벌인 사투에서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강원도 인제에 있는 여시재로의 피서는 내 친구가 집주인 이호준 작가와 페이스북 친구여서 가능했다. 여시재가 있는 인제 예술인촌에는 이호준 작가의 18년 지기 친구 김주표 전각장인이 살고 있다. 술자리에서 이호준 작가와의 인연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이호준 작가를 꼬셔 여시재로 오게 했다고, 부처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김주표 님이 전해주었다. 두 사람은 관포지교의 정을 나누고 있었다.
글이 긁다에서 파생했다고 본다면 글을 쓰는 작가 이호준과 전각쟁이 김주표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한 사람은 종이에 한 사람은 돌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세상에 따뜻한 안부를 전한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긁는다.
우리가 머물던 둘째 날 미국에 사는 50대 후반의 한국인 여자 한 분이 여시재에 머물기 위해 방문을 했다. 역시 페이스북을 보고 예약을 했다고 한다. 세상은 지금 소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2562년 전 부처님도 세상은 고기를 잡는 그물 같은 것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하셨다. 인드라망이다. 각 그물의 코마다 구슬이 달려 있어 서로를 비춰주고 있다. 세상은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공동의 생명체인 것이다. 2,500년 전 부처님의 말씀은 이제야 여실히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작고하신 《저 낮은 경제학을 위하여》(1990년)의 저자 정운영교수의 신문 칼럼이 기억난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구의 열대우림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지구 산소의 20% 이상을 생성해서 지구의 허파라고 불린다. 이러한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있는 브라질인들을 많은 사람들이 돈벌레라고 손가락질 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그럴 자격이 있는가? 열대우림파괴는 브라질인들에겐 일거삼득이라고 한다. 우선 나무를 베어 팔 수 있으며, 벌림 지역에 목초지를 가꾸어 젖소를 키우고 우유를 판다. 수명이 다한 젖소는 소고기로 팔린다. 매일 아침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현관문을 열고 신문을 가져오는 것이다. 70%가 산림인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목재나 종이재가 부족해서 브라질에서 수입을 한다. 우유와 소고기도 브라질에서 수입을 한다. 우리가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브라질의 삼림이 파괴되도록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에 있는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보는 나비효과는 이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의 소비행동이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열대우림의 파괴를 부추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인드라망이다. 너와 내가, 자연과 인간이, 부처와 중생이 한 몸, 한 생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