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플러스 원

by 레오


후텁지근한 오후, 카페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앞에 두고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끈적이는 불쾌감과 어젯밤 부부싸움의 여파로 잠 못 이룬 피로가 뒤섞여 머릿속이 온통 뿌옇다. 사소한 농담에서 시작한 말들은 비아냥이 되고, 끝내 터져버린 감정들이 난무했던 어제의 난장판이 떠올랐다.


직원의 "♡♡카드 쓰시면 오늘 1+1 행사로 한 잔 더 드립니다"라는 말에 무심코 아메리카노 한 잔을 더 받아들었다. 평소 같으면 남편이 마셨을 텐데 한 잔 더 주는 그 커피가 오늘은 영 달갑지 않다. 어제 그렇게 싸웠는데, 새삼 뭘 챙겨준다고...

가득 채워진 커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문득 결혼 초 남편의 말이 떠올랐다. "결혼 후 가장 좋은 일이 뭐냐"는 내 질문에 남편은 "음… 고깃집 가서 고기 시킬 수 있고, 전골집 가서 전골도 먹을 수 있네"라고 했었다. 그땐 그저 웃어넘겼는데, 지금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결국 전골 먹는 게 불편해서 결혼을 했단 말인가? 쳇! 요즘은 1인 가구 시대라 혼밥, 혼술 시스템도 잘 되어 있는데. 샤브샤브도 삼겹살도 1인분 가능이라고 쓰인 간판들이 얄밉게 눈에 들어온다. '요즘 젊은 세대라면 저 인간, 결혼 안 했어도 잘 먹고 잘 살았겠네. 한 20년만 늦게 태어나지 그랬니!' 그 생각을 하니 괘씸한 마음이 생겼다. 이런 사소한 것에 괘씸해하는 내 자신이 우습기도 했다.

어느새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은 녹아 커피색은 옅은 갈색이 되고, 컵 표면의 응결된 물방울들이 뚝뚝 바닥으로 떨어졌다. 습한 날씨만큼이나 복잡한 감정들이 저 물방울들처럼 뚝뚝 떨어지는 기분이다. 결국 남은 한 잔마저 벌컥 벌컥 다 마셔버렸다. 커피 두 잔 마시는 게 어렵진 않다, 단지 배가 부를 뿐이지 하며 툴툴 털어버리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단지 집에 가서 그와 저녁을 먹기 싫을 뿐!


카페를 나와 길을 걷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국지성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다. 후텁지근했던 공기가 거짓말처럼 시원해지고, 빗방울이 땅에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복잡했던 마음을 씻어내는 듯했다. 마치 내 안의 끈적한 감정들이 빗물에 쓸려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 아들이 좋아하는 햄버거 가게의 1+1 행사가 눈에 띄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래, 오늘은 소심한 복수를 해야지!'

-♡♡아, 학원 끝나고 버*킹에서 햄버거 먹자.-

하고 문자를 보냈다. 아들을 낳아 좋은 점이 바로 이거였구나!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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