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소심한 내 친구 선주의 이야기

by 레오


새벽녘, 아이들이 잠든 고요 속에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달각거리는 문소리와 사뿐한 발걸음에 문득 잠이 깼다. '남편이 들어왔구나.' 하루 종일 고된 육아로 만신창이가 된 몸은 쉬이 움직여지지 않아 다시 눈을 감았다.

남편은 지난주 출장을 다녀왔고, 이번 주는 일이 많아 며칠째 밤늦게 귀가하고 있다. 아침 식사를 차려두었지만, 바나나 반 개만 먹고 "이거면 충분해!"라며 가방을 들고 나서는 그의 축 처진 어깨가 짠하게 느껴졌다.

오늘 동네 엄마들과 브런치 모임을 가졌다. 어떤 남편은 요즘 아내보다 골프에 빠져 즐겁다 하고, 어떤 남편은 반찬 투정을 해서 힘들다 했다. 철수 아빠는 철수 엄마에게 너무 사랑한다고 전화를 했다 하고, 영희 엄마는 어제 영희 아빠와 부부싸움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각자의 남편들이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고 싫어하는 것에 투정하는 모습들을 보며, 나는 홀로 뚝 떨어진 섬에 갇힌 기분이었다. 아무 말 없이 일만 하며 사는 내 남편은 투정도 사랑한다는 표현도 하지 않았다. 잔잔한 호수 같은 그의 행동, 절제된 감정! 오늘따라 그의 모든 것이 힘들게 느껴졌다. '혹시 책임감만으로 사는 건 아닐까?'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브런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이러한 혼란스러운 감정과 오늘 아침 남편의 뒷모습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난 주말 하루 종일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들고 TV를 바라보던 그의 멍한 표정, 병든 닭처럼 누워 잠자던 모습이 오버랩되어 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오만가지 생각으로 고단했다.

결국 꾹 참았던 마음을 담아 남편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다.

"신랑아! 당신은 삶이 행복해???"

잠시 후, 남편에게서 온 답장은 짧고 간결했다. 그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문장이었다.

"이 정도면 행복한 거 아닌가!"

그래, 이거면 다행이다. 행복하다니. 그 짧고 간결한 답장에 두근거리던 내 심장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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