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하루를 보낸 이들을 위하여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불쾌지수가 치솟고, 갱년기 우울증과 신경질이 극에 달한 날이었다. 저를 깨웠다고 짜증 내는 아이, 반찬 투정하는 남편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남들이 산 주식은 고공행진인데 내가 산 주식은 마이너스라니,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터벅터벅 걷는데 친구가 자신이 산 주식이 신고가를 쳤다고 귓등을 긁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예전에 팔아버렸던 주식이라 또다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러다 동네에서 우연히 혜순 씨를 만났다. 최근 샤부샤부 음식점을 열어 바쁜데도 늘 생글생글 웃으며 걱정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워낙 낙천적이고 둥글둥글한 성격이 늘 부러웠다. 힘이 없어 보이는 나를 보며 오늘 가게에 커피 한잔 마시러 오라고 권했다.
"장사 잘돼요? 샤부샤부 집이라 여름에 비수기라 힘드시죠?" 내가 걱정스레 묻자 혜순 씨는 특유의 밝은 미소로 답했다. "뭐, 그럭저럭요. 욕심 안 내면 먹고살죠. 저는 많이 바라지 않아요. 오늘 안되면 내일 하면 되고, 내일 안되면 모레 하면 되는 거죠! 여름에 못 팔면 겨울에 팔면 되고요! 힘든 건 운동도 돈 주고 하는데 운동삼아 한다 생각해요."
이어지는 이야기는 더 인상 깊었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우리 딸은 장사 안 되는 날은 걱정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괜찮아, 네 아르바이트비는 내가 줄 거야' 하고 안심시켜요. 어제는 저녁 장사가 너무 안 돼서 일찍 접을까 했는데, 글쎄 1인 여성 손님이 오셔서 샤부샤부 1인분을 시키는 거야. 드시다가 맛있다고 전복도 하나 시키기에 넣어드렸지. 그런데 하나 더 달라고 하셔서 서비스로 하나 더 드렸더니, 고맙다고 와인 한잔 마시겠다고 하더라고. '혼자 다 드시려고요? 그러지 말고 제가 서비스로 한잔 드릴게요!' 했더니 '아니에요, 그럴 순 없죠. 그냥 마시다가 남으면 싸갈게요' 하시더라고. 그렇게 혼자 와인을 드시다가 저보고 같이 한잔 하자기에 마지못해 옆에서 함께 마셔드렸지. 그분이 '어머, 여기서 이렇게 마시니 친구랑 술 먹는 기분이라 너무 좋네요' 하시더라고. 결국 그 손님 덕분에 와인까지 팔아 매출을 올렸어요!"
'역시 생글생글 혜순 씨! 멋지다!'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3천 원짜리 전복 하나 서비스로 주고 3만 원짜리 와인 매출을 올리다니! 심지어 손님의 술친구까지 되어 만족감을 주다니, 정말 고수라고 생각했다. 마음이 넓으니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는 것 같았다. 유연한 사고방식과 너그러운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오늘 기분 안 좋은 건 훌훌 털어버리고 내일 다시 잘하면 되는 거다. 더우면 에어컨 틀고 나가지 않음 되고, 아이나 남편이 뭐라 하면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면 그만이다. 주식이야 언젠가 또 오르겠지 하고 생각하면 그뿐이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지배해서 힘들었을까?
그냥 그렇게 둥글게 살면 되는 것을, 나는 참 힘들게 살고 있었다. 혜순 씨 덕분에 한 수 배운다!
생글생글 혜순 씨, 당신 정말 존경스러워요. 긍정의 에너지 흠뻑 받고 갑니다. 장사 잘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