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출간 기회 왔을 때 출간할 걸.

by 김까치

글먹. 글로 먹고산다는 말. 나는 이 헛된 꿈을 대학 졸업하고 꾼 적이 있었다. 나는 나의 욕망을 나만 아는 비밀로 숨겼다. 하지만 티가 나기도 하나보다. 이 말도 안 되는 이력의 뒤에, 나조차 인정하기 싫은 것 뒤에 언제나 나를 지렛대처럼 지지하고 있었던 건 결국 작가라는 이력이라는 것을.


언제 독자에게 제대로 환영받는 글을 썼던가. 아마 고등학교 1학년 때였을 것이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에 수, 목에 태왕사신기라는 드라마가 나왔다. 거기에 영감을 받아 글을 썼고, 반응이 좋았다. 처음 출간 제의를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인생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한 나에게 인생이 슬픈 가운데 기쁘고, 사랑하긴 하지만 화가 나는 것 자체를 글로 쓰기엔 역부족이었다.


대학을 그저 다니고, 대학을 졸업한 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취업에 대한 막막함이 있기도 했지만, 무언가 쓰는 활동을 통해 내 안에 끓어오르는 화를 잠재워야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에세이라는 글의 장르는 내가 한번도 써보지 않은 것이었고, 웹소설은 내가 써본적이 있었기에 또 써보게 되었다. 웹소설 출간으로 유명한 플랫폼은 3대장으로 네XX, 카XX, 리X가 있었다. 그중 하나에서 공모전이 열렸고, 나는 참가하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재능이 있었나보다. 출간 제의가 2군데서 왔었다. 친구가 초반에 내 소설을 봐주긴 했지만, 조회수에 많이 기여하지는 않았다. 웹소설이 컬쳐스낵으로 불리며, 처음 태동하던 때였기에 출판사도 눈여겨 봤었나보다. 난 용기가 없어 그 제안을 받아들이질 않았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인가를 가늠해보기도 했었던 것 같다.


나는 중간에 관두고, 새로운 것을 자주 쓰는 ‘연재중지’작가였고, 내 초점은 공모전 수상이었기에 2군데서 출간 제의가 온 것이 무슨 대수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이 실수였다. 공모전 수상이라는 것을 내려놨고, 그저 출간, 완결 두 종류에 목표를 뒀다면 그게 웹소설이든, 에세이든 상관없이 출간작가가 되었을 것이고, 나에게 훨씬 많은 기회가 작가로써 열렸을 것이 분명했다. 근데 그것을 결정적으로 수락하지 않은 것은 쓰면서, 내가 그 작품에 잡아먹히는 것뿐 아니라 실제 내 삶이 굉장히 피폐해졌기 때문이었다.


맥주는 기본적으로 4캔씩 매일 마시고, 달고 짠 과자를 먹다가 취침시간이 점점 3시, 4시로 늦어졌다. 취업이 뒷전인 적이 많았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생각은 다자라지 못한 어른이 할 법한 것이었다.


‘ 취업은 이걸 다하고, 하면 돼.’


결과가 핑크빛으로 보장되었을 때, 해도 결과를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취업이든, 시험이든 모든 깨지는 현실을 맛보면서, 적당히가 아니라 아주 많이, 내 세상이 눈을 뜨면 하루 아침에 바뀌었으면 할 정도로 글에 매달렸다. 하지만 어떤 것에 너무 많이 매몰되고, 너무 많이 생각할수록 그것은 남의 눈에 굉장히 부자연스럽고, 애쓴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았다. 돈이 다 떨어져서 원고집필을 미뤘는 데 그사이 내 것을 보고 내 것을 탐낸 누군가가 가지고 갔다. 심지어 나보다 더 상업성이 좋게 만들었고, 그인지 혹은 그녀인지 떠오르는 샛별 작가가 되었다. 돈을 얼마 벌었는 지는 회계원장을 볼 수가 없어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조회수였기에 나는 많은 돈을 벌어들였을 거라 확신한다. 문제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자신이 그러한 행동을 했다는 것에 대해 숨김이 없었다는 거였다. 처음엔 그저 의심이었고, 착각이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점점 확신으로 변하면서 다시 글을 쓰겠다는 마음이 부러졌다.


말도 안되는 싸움이 되어버린 현실이었지만, 그래도 싸워야하나, 싸우지 말아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포기하고 이어가지 못한 건 내가 맞는 데. 하지만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었기 때문에 참지 못했고, 돈이 없어도 발품을 파는 건 내가 할 수 있었고, 내 담당이었기 때문에 저작권위원회를 비롯해서 법률구조공단, 서울시 공정거래센터 등에 이러한 사건에 대해 문의를 구했다.


결론적으로 고소장은 내가 작성했고, 결과는 좋지 않았으나 한가지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내가 처음 주장한 것이 틀렸다면, 혐의없음이 나왔을 것이지, 증거불충분이 나올 리가 없다는 것을. 경찰이 나에게 우호적이지도 않았다. 모든 것이 악재였으나 그럼에도 주장했다. 법학개론에서 배운 것중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지만,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 받지 못한다”는 거였다.


하지만 뭔가 될성 싶으면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 나에게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기억했다. 아빠도 그러한 일을 경험했다. 그것도 2~3번이나 잔인하게. 나는 그래서 뺏어간 사람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덕분에 원래의 것은 제대로 쓸 수 없게 되었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이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그들을 부리는 것은 결국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아가 완벽주의의 나무판자가 현실의 도끼로 부서지면서, ‘글먹’이라는 것은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환상속의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고나서, 그 다음에 네가 하고 싶은 일 하는 거야. 몇 번을 말해? ”


엄마의 말이 틀린 말이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엄마도 무언가 점점 달라지고 있는 것을 느끼나보다. 엄마는 에세이를 사서 보는 사람이 아닌데, 엄마만 보는 책장에 에세이가 생겼다. 어쩌면 나는 출간이 되어도 엄마한테 말을 못할 것 같다. 마음이 아파서도 있겠지만, 그동안 뭘하고 있었는지 엄마가 안다면, “너, 방청소 안해? 이거 다 치워! ” 쓰레기가 담긴 쓰레기 봉투를 방에 부워버릴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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