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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목 Feb 09. 2022

『365일 작가 연습』 주디 리브스

첫 이미지를 붙잡아라

 ‘브런치’ 글쓰기 플랫폼과의 만남은 저로서는 행운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제 노트북의 창고 속에 쳐박혀 있을 것들을 먼지를 털고 내어올 줄이야 어찌 알았겠습니까. 이 책도 처음 읽은 것은 2012년 5월이었습니다. 


  글쓰기 책은 문학 작품처럼 감정에 호소하거나 감동을 주는 것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실용서나 마찬가지입니다. 글쓰기의 기술에 대해서 기술적인 면을 조언해 주는 것이기에 내용 자체는 경구(驚句) 스타일이니 하나의 흐름으로 체계적으로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저는 제 나름으로 주디 리브스가 말하는 것을 대여섯 가지로 간추려보았습니다.


 첫째, 글의 제목을 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첫 번째 이미지를 붙잡으라고 합니다. 이 말은 나탈리 골드버그도 했습니다. 첫 번째 이미지로 4~5개의 문장으로 한 문단을 만들고는, 두 번째의 이미지를 기다립니다. 작가의 재료를 읽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믿으라는 것입니다. 앨런 긴즈버그는 말했습니다. “처음 떠오른 생각이 가장 훌륭한 생각이다.” “나는 계속해서 마음에 떠오르는 것을 따라갈 뿐이다.”


  처음 떠오르는 생각은 직관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 이미지를 따라가는 펜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성적 뇌가 가동하기 전에 머리에 떠오른 첫 번째의 이미지를 쥐고 몇 개의 문장을 만듭니다. 그 문장 속에는 시간과 장소, 사람, 감각적 세부 사항을 포함시킵니다. 완성했다면 두 번째 이미지를 붙잡습니다. 혹은 ‘나는 …을 기억한다’라고 시작하여 이미지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단어를 찾으려고 하지 말라고 합니다. 잭 케루악이 말했듯이 ”떠오르는 그림을 더 잘 보기 위해“ 애쓰라고 당부합니다. 색깔과 모양, 질감, 벽돌 위로 빛이 떨어지는 방식, 출입구의 그림자, 강물 위에 핀 안개의 움직임을 관찰합니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예술에서는 처음 떠오른 생각이 가장 훌륭하고, 다른 일에서는 두 번째로 떠오른 생각이 가장 훌륭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일종의 직관에서 나오는 글쓰기로는 ‘의식의 흐름’을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말했습니다. ”유일하게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 글쓰기는 직관적 글쓰기이다.“ 우선 마음을 비운 다음 스쳐지나가는 생각이나 이미지의 등에 올라탔다가 그 다음에 떠도는 생각과 이미지로 깡충 뛰어옮겨 타면 됩니다. 이때는 사고의 논리적 연결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놀라움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내는 이미지 속에는 글쓰는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둘째, 주디 리브스는 ‘신(神)’이 아니라 ‘신의 모자’를 쓰라고 합니다. 사실이나 관념이 아니라 세부 사항을 쓰라는 말과 같습니다. ”진실은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부 사항에 있다“라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키스를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포옹한 순간의 목선과 등의 근육이라는 세부 사항을 쓰는 것입니다. ‘비가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비가 내리고 있을 때의 느낌’을 씁니다. 


  작가의 도덕적 성찰이나 거룩한 감정이 이야기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아닙니다. 작가를 이야기로 안내하는 것은 ‘세부 사항과 작은 사건이라고 이선 캐닌이 말했습니다. 하늘의 빛깔, 공기의 냄새, 오감을 사용하여 세부 사항에 무게와 질감을 입혀야 합니다.


  글쓰기 책을 보면 ’말하지 말고 보여주어라‘는 말을 수없이 보았습니다. 이것도 결국 세부 사항을 쓰라는 말과 같습니다. 즉 추상적인 단어는 말을 하고 구체적인 단어는 보여줍니다. 형용사는 말을 하고 동사는 보여줍니다. 일반적인 것은 말하고 구체적인 것은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집’은 말을 하지만 ‘스페인 방갈로’는 보여줍니다. 이미지는 그림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세부 사항의 단점도 있습니다. 세부 사항을 너무 과도하게 사용하면 이야기가 앞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모든 것을 말하지 않고 전적으로 보여만 줄 수는 없습니다. 예컨대, 요약을 합니다.(그로부터 3주가 흘렀다), 사고를 압축합니다(그 일이 있기까지 매년 추수감사절은 똑같았다) 정보를 제공합니다.(이것으로 수업을 마치겠습니다) 모든 글을 세부 사항으로만 구성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세부 사항은 글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셋째, 손을 멈추지 말라. 이 말은 나탈리 골드버그가 수도 없이 강조한 말이기도 합니다. 나탈리는 검열관의 목소리를 피하기 위해 멈추지 말고 쓰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멈출 때마다 직관에서 벗어나 판단, 평가, 비교의 잣대를 들이대는 이성의 지배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할 일은 그저 펜을 계속 움직이는 것뿐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머리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멈추지 말라고 하는 것은 글을 쓰는 도중에 원고 수정을 하거나 더 좋은 방법을 찾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 써야합니다. 판단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합니다.


  ‘실패한 시작’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두세 문장을 쓰다가 갑자기 글이 막혀버린 것을 뜻합니다. 그럴 때는 미련없이 포기하고 건너뛰거나 다시 시작하여 리듬을 찾으라고 합니다. 예컨대 ‘나는 …을 기억한다’로 글의 실마리를 찾아서 이어갑니다.


  넷째, 재료 모으기입니다. 작가는 쓸 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평소에 재료 모으기에 관심을 가지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재료를 기록하여 축적하여야 합니다. 주디 리브스는 재료 모으기를 두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내부 모으기로서 마음 속에 있는 재료를 말합니다. 예컨대, 자신의 경험, 생각, 꿈, 읽은 책 등이 있습니다. 외부 모으기로는 주변에서 모읍니다. 예컨대 필요에 의해 인터넷을 검색한다든지 하여 자료를 조사한다든지, 남의 이야기를 우연히 들은 것 등이 있습니다. 


  저도 관심을 가지고 해보았는데 생각보다 잘 안 되었습니다. 손바닥 반만한 수첩을 사서 바지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든지, 침대의 머리맡에 메모지를 준비해 놓는다든지 했습니다. 그게 잘 활용이 안 되었습니다. 오히려 스마트폰의 메모지에 적는 것이 더 편리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종이에 쓰는 것만큼 내용이 풍부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상하게 제일 영감이 잘 떠오르는 것은 자려고 침대에 누워서 가만히 있을 때였습니다. 불현듯 생각이 떠오르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면 스마폰의 메모지에 간략하게 적어둡니다. 노트북에 시나 수필의 제목을 죽 나열하여 기록하기도 합니다. 주디 리브스는 자료 모으기가 작가가 되기 위한 핵심이자 기초훈련이라고 말합니다.


  다섯 째, 자신만의 독창적인 언어 만들기입니다. 사람은 성격이나 밖으로 풍기는 모습이 각가 다릅니다. 이것을 글쓰기에서는 문체라고 합니다. 글쓰는 스타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자신만의 독자적인 문체를 가지라고 합니다. 사실 저는 저 자신의 문체를 모릅니다. 그러나 저에게 관심이 있어 제 글을 많이 읽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저의 글쓰기에서 풍기는 모습을 알 수 있겠지요. 


  혼자 독불장군으로 이룰 수는 없는 노릇이고 처음에는 누군가를 모방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에게 울림이 오는 언어를 사용하는 작가를 연구하라고 했습니다. 저의 경우는 시는 송재학 시인을, 산문은 김훈 작가를 전범으로 삼아서 저 나름으로 연구했습니다.


  다음으로 베껴쓰기를 하라고 권합니다. 이 베껴쓰기는 유튜브 등에서도 많이 말하지만 제가 파악하기로는 정곡을 찌르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저는 산문은 주로 김훈 작가의 수필을, 시는 송재학 시인의 시집을 베껴쓰기를 했습니다. 베껴쓰기 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이광수의 「무명」이었습니다.


  베껴쓰기는 말하기는 쉬워도 행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베껴쓰기는 몇 개월 해서는 성과가 나지 않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적어도 1년반 내지 2년은 해야 합니다. 그 효과를 사실 표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객관적으로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베껴쓴 언어의 육체성은 자신의 몸에 배어들기 때문에 그것은 주관적으로 느낄 수만 있습니다. 제가 베껴쓰기를 하면서 느낀 점은 무언가 문장의 주어 동사가 그런대로 맞아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는 문장을 쓰면 어쩐지 옛날보다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을 저 자신이 느낍니다. 


  감동 받은 시나 산문이 있으면 그것을 모방해서 작품을 하나 만들어 보라고 했습니다. 제가 글쓰기를 배운 박종현 선생님은 이것을 ‘이기적 글쓰기’라고 했습니다. 예컨대 송재학 시인의 「애월 바다까지」가 있다면 저는 「미조 바다까지」라고 제목을 정하고 송재학 시인이 본 사물의 본질과는 다른 관점에서 송재학 시인의 스타일처럼 모방하는 작업을 해 보는 것입니다. 


  여섯 째, 글쓰기의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단위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니 딜러드가 말했습니다. ”혹시 문장을 좋아하나요?“ 다시 말해 작가가 되고 싶으면 문장을 좋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헤밍이웨이는 ”하나의 진실한 문장을 쓰는 것이 당신이 해야 할 일의 전부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장을 논리적 순서에 맞게 연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문장과 문장에 논리가 전혀 없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다만 문학적 문장은 행간과 행간 사이에 상상이 개입하므로 연결이 잘 안 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으나 그 상상의 묘미를 깨닫는 순간 그 문장은 논리성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강조하고 싶은 단어는 문장의 끝에 배치하라고 했습니다. 가장 강렬한 문장은 문단의 끝에 둡니다. 그래야만 독자가 다음 문단으로 넘어갈 때 긴장을 늦추지 않습니다. 문장의 구조에 변화를 주어라고 합니다. 절과 복합문, 대등구를 사용합니다. 완전한 문장과 불완전한 문장을 혼용하나 단 남용은 금물입니다.


  존 가드너는 문장을 쓸 때 리듬이 중요하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다시 말해 문장의 길이에 변화를 주어야 리듬감이 살아납니다. 문장의 길이가 다 같으면 독자들은 지루하게 느낍니다. 긴 문장, 짧은 문장을 적절히 혼용해야 합니다. 


  일곱 째, 고쳐쓰기입니다만 이것은 초보자일수록 가장 등한히 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겨우 수필 한 편 고생고생해서 쓰고 나면 성취감에 더 이상 고치기가 싫어집니다. 헤밍웨이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더 나은 작품을 만들고 실수한 부분이나 잘못된 부분을 잘라내기 위해 206번이나 읽었다네.“ 대가도 이런 말을 하니 초보 글쓰기 하는 저 같은 사람은 유구무언입니다. 


  초고는 멈추지 않고 썼기 때문에 정돈되지 않고 무질서하고 일관성도 없고 두서없이 전개되는 것이 정상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작가는 자신의 활기차고 빠르게 움직이는 직관이 펼쳐놓은 길을 따라왔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고쳐쓰기는 초고의 넥타이에 붙어 있는 상투적인 얼룩을 찾아내 세탁하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고쳐쓰기는 대부분의 작가들이 여기에 더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


  다만 초고를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고치면 처음의 야성미를 잃고 평범한 글이 되기 쉬우니까 그 점을 조심하라고 조언합니다.


  매번 초고가 완성이 되면 크게 소리내어 읽어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사실 책에서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실천이 안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마음을 달리 먹고 실행해 보려고 결심을 하기는 했습니다만. 글을 소리내어 읽는 이유는 문장의 리듬이 괜찮은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외 상투어라든가, 반복되는 단어 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작품의 진실을 경험하고, 작품의 감정의 깊이를 알기 위해서입니다. 즉 자신 안에 있는 작가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고 했습니다.


  주디 리브스가 글쓰기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외에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 많은 것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만 고른다면 저의 경우는, 첫 이미지를 붙잡아라, 세부 사항을 써라, 멈추지 말고 써라의 세 가지를 들고 싶습니다. 


  당신이 글을 창조할 때 당신의 글은 당신을 창조한다”라고 말한 레지 세이너의 말처럼 글을 쓰면서 자아는 성장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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