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이야기』-17

17 사랑을 향해 날아간 이카루스의 날개

by 현목

17 사랑을 향해 날아간 이카루스의 날개


봄비가 오는 사이사이로 햇빛이 드나듭니다. 햇빛은 눈부시지도 않고 그렇다고 햇빛이 영 없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날씨입니다. 아무래도 햇빛은 봄비의 겨드랑이를 간질이는 것 같습니다. 들리지 않는 웃음 소리가 흐드러지게 피는 꽃처럼 만개를 했습니다. 여기 저기서 큭큭거리며 얼굴을 감추고 있습니다. 뭔가 못 볼 것을 봤다는 표정인데 봄비의 어디가 어떻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네요. 아무리 시치미를 떼고 있어도 분위기라는 게 있는데 그걸 무시하기도 그렇지만 실은 그 이유를 모르니 환장하기는 이쪽입니다.


혹시 동시에 있어서는 안 되는 장면이 짜장 이 순간에 펼쳐지니까 서로 어리둥절하기보다는 그런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당황함이 이렇게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부인하려고 큭큭대는 것은 아닙니까. 건 봄비도 모를 일입니다. 햇빛이 그렇게 사선으로 비치더라도 봄비가 해야 할 일은 있으니까 상관은 안 해야겠지만 그게 또 그리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꾸 신경이 쓰여서 곁눈질로 햇빛을 바라보니 그도 피싯 웃고 있는 게 틀림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봄비가 이해를 잘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봄비 자신의 이해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햇빛이 봄비 뒤를 자꾸 뒤쫓아다니는 게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와 봄비는 동시에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구름이 끼어서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든지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쨍쨍 비추든지 둘 중에 하나여야지 이건 둘다 짬뽕이 되다니 죽도 밥도 아닌 것이 맘을 이렇게 싱숭생숭하게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의 날개는 태양을 향하여 너무 높이 솟았다가 제 날개에 쓰인 초가 녹아서 추락하였습니다. 봄비는 태양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피하였습니다. 피하면 피할수록 쫓아오는 오는 햇빛이 싫어서가 아니라 둘이는 같이 할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둘이 같이 하면 봄비는 존재를 잃어야 합니다. 햇빛을 도망하다가 봄비는 생각을 달리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비굴한 모습이 아니라 이카루스의 어리석음을 다시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행하기로 작정하였습니다.


햇빛을 이제야 바라보니 눈이 부셨습니다. 자신의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숨이 턱에까지 차올라 왔습니다. 목숨이 부서지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두렵다기보다는 그 속에서 안주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래 장수하는 것만이 자신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가설수록 자신이 없어져야 하는 이 모순을 이제는 다시 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자신이 없어져야 할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용기가 났습니다. 눈이 부셔서 더는 쳐다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한 순간에 자신은 다 증발되어 버리고 이제까지 키득거리며 웃고 있던 봄비가 아니었습니다. 묘지의 적막함과 쓸쓸함조차 증발하여 버리고 세상은 양광으로 다시 신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봄비의 시신만이 잔상으로 여기저기 번쩍이는 물웅덩이가 흩어져 있었습니다. 죽은 자신을 초상하는 것이 아니라 햇빛이 자신에게 다가와서 반짝이는 그 빛이 좋았습니다. 죽은 공간에 존재하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영혼이었습니다. 비록 감각할 수는 없지만 자신은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아니 그것마저 불가능했습니다만 그 모습은 사라져 가는 파도처럼 세상을 향해 밀려나가고 있었습니다. 태양이 그것을 아느냐 하는 것은 별로 상관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죽어서 세상의 초록이 살아난다는 거창한 대의명분을 내세우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짝사랑하던 태양을 향해서 자신의 몸의 방향을 틀 수 있었다는 용기에 자신의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하였습니다. 삶이란 무슨 대단한 개념과 목적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기분에 따라서 몸은 던졌다는 사실이 지상에서는 처참한 잔상으로 남아 있지만 상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