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희 교수의 책 중에서 로르카라는 시인의 이름을 보고 흥미를 느껴 인터넷 서점에서 찾아보니 정현종 시인이 로르카 시인의 시 중에서 선별하고 자신의 감상을 단문으로 적어놓은 책이 있어 사서 보았습니다.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시인은 1898년에 스페인의 그라나다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의 출생 연도를 보니 마침 시인의 이름이 생각났습니다. 출생 연도를 보니 1899년 프랑스에서 출생한 프랑시스 퐁주 시인이 생각났습니다. 로르카의 시를 읽으면서 마침 제가 읽은 프랑시스 퐁주의 시와 비교가 되었습니다. 로르카는 1936년 스페인 내전 중에 사살되어 서른여덟 살의 짧은 생애를 마감했습니다. 그는 스페인에서 유명한 시인이라고 하는데 여기의 시들 17편만을 읽고 판단 내리기는 뭐 하지만 그래도 기대한 만큼은 못한 것 같습니다. 우선 너무 감정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열정적이라고 하겠으나 그런 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올지 몰라도 저에게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습니다.
「여름의 마드리갈」이라는 시는 정현종 시인의 말로는 ‘성애를 노래한 적나라하고 강렬한 작품’이라고 했습니다. 워낙 유명세를 탄 시인이니 이런 평이 나오지 이름도 없는 시인이 이렇게 썼다면 과연 이런 평이 나왔을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여기서 인용하기 민망한 표현도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프랑시스 퐁주는 로르카와는 생각이 다릅니다. 그는 사물시를 쓰면서 시인 자신의 감정을 배제하려고 노력합니다. 감정은 자칫하면 독자와는 상관없이 시인 자신이 감정에 도취되어 흥분할 수 있습니다. 잘 쓴 글은 ‘슬프다’라고 자꾸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글쓴이의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스스로 ‘슬프다‘라고 느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로르카는 프랑시스 퐁주와는 다른 면모를 보입니다.
물론 빛나는 은유의 구절도 다수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새로 만들어낸 은방울 웃음에/산산이 부서진 침묵, 외로운 언덕 위/시골의 묘지가/해골 씨앗을/뿌려 놓은 들판 같다, 빈 구멍들과/초록 머릿단을 하고/생각에 잠기고 슬프게/지평선을 숙고하고 있다, 나무들!/너희는 하늘에서 떨어진/화살이 아니었니?, 네 음악은 새들의 영혼에서 솟아난다, 나무들!/너의 단단한 뿌리들은 알게 될까/흙 속에 있는 내 심장을?, 밤의 둥근 침묵/무한의 보표/위에 한 음표, 바람으로/흔들린/검은 하늘, 어떤 영혼들은/푸른 별들을 갖고 있다/시간의 갈피에/끼워 놓은 아침들을,/그리고 꿈과/노스탤지어의 옛 도란거림/이 있는/정결한 구석들을, 시간이 만들어 낸/미로는/사라졌다, 새벽꽃이 벌써/자기를/열었다
시집을 주마간산 격으로 지나치면서 인상에 남는 은유들을 골라 보았습니다. 이 시집을 보면서 멋을 부렸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단단한 책표지와 함께 시 한편에 여유로운 정현종 시인의 감상과 또 그 사이사이에 흑백의 사진들을 끼워놓아 읽는 사람은 여유를 만끽합니다. 시를 읽으면서는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도 어쩌면 행복한 일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