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에게 보낸 편지(3)
눈에 보이는 대로 쓰기
순유야 잘 있었니? 네가 이젠 초등학교 3학년이 되네. 이제는 네 전화를 받거나 네 모습을 보게 되면 이젠 소년이 된 냄새가 말투에서부터 나오는 것을 느끼게 된단다. 학교 생활도 성실하게 해서 선생님들에게 칭찬을 받는 걸 보면 할아버지는 마음이 기쁘다. 비록 집안에서는 때로는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적이 있긴 하지만 그건 엄마나 아빠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하는 어리광이라고 봐야겠지.
혹시 너는 이 글을 읽으면서 할아버지가 뭔 소리를 하려고 이렇게 시작이 긴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있기는 하지.
네가 초등학교 1학년 2학기부터 할아버지가 3분 프리라이팅을 해보자고 제안을 하고 네게 반강제적으로 시킨 것 기억나니? 나는 네가 할아버지가 말한 대로 잘 해주길 바랬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되지 않았어. 그건 네게 조금은 어려운 과제였는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네가 흥미를 갖지 않은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네가 나중에 소년에서 청년으로 더 나아가 어른이 됐을 때 자신에 대해 글로 잘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기를 바랬다. 물론 네가 더 커서 자신에게 잘 맞지 않는 것이라고 판단되면 그때 할아버지가 부탁하는 것을 그만두어도 된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소질, 혹은 성향을 가진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것은 그때 가서 판단하도록 하고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생각한 것을 한번 해 주길 바란다.
지난 번에는 3분 프리라이팅이라고 해서 첫째 머리 속에 떠오른 대로 쓰고 둘째 머뭇거리지 말고 거침없이 쓰고 셋째 3분이면 무조건 중지한다고 했지. 기억나니? 사실 이 프리라이팅은 네게는 조금 무리였던 것 같애.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을 파악한다는 게 네 나이에게는 조금 힘든 일이었던 같애.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방향으로 해보려고 한다. 순유야 우리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은 좋다, 싫다(감정) 옳고 그르다(도덕) 맞다 틀렸다(이해) 등의 생각이 있을 수 있다. 이걸 네가 잡아내는 게 어려웠던 것이지. 글을 쓰는 데는 이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네가 보는 대상, 물건, 물체들을 있는 그대로 글로써 그려내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번에는 이것을 해보자는 것이다.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은 막연하지만 네 눈에 보이는 책상, 걸상, 식탁, 멀리 보이는 산이나 하늘은 구체적이니까 어렵지 않다면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할까? 그 방법으로 할아버지가 생각한 것이 내가 이번에 사준 그림책을 보고 3분 동안 네 눈에 들어오는 그대로 연필로 적어 보는 것이다. 이번에도 3분간만 해본다. 그래서 이것을 3분 프리디스크립션(묘사라는 영어 말이다) 라이팅이라고 부른다.
그럼 할아버지가 한번 시범적으로 고흐의 그림책을 가지고 해 볼까. 명화 색칠 놀이란 책의 6페이지를 보아라. 오른쪽의 미완성 그림은 네가 색연필 혹은 그림 물감으로 색칠을 하면 된다. 그리고 나서 왼쪽의 ‘밀짚 모자를 쓴 자화상’이란 제목의 그림을 자세하게 보거라. 이 그림은 밀집 모자를 쓴 고흐를 고흐가 자기를 자신이 그린 것이란다. 자 할아버지가 그럼 3분 프리디스크립션라이팅을 시작해 볼게.
고흐 아저씨의 눈의 색깔이 파랗습니다. 그리고 얼굴의 한 가운데 있는 코가 중간에서 꺾여서 아래로 내려 가고 콧구멍이 한쪽만 보입니다. 입술 주위에 갈색의 수염이 덮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염 때문에 윗입술이 보이지 않습니다. 턱이 뾰족한데 그 위로 갈색 수염이 덮고 있습니다. 머리 위에 밀짚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밀짚모자를 눌러써서 이마가 보이지 않습니다. 목 아래에 입은 윗도리도 노란 색을 하고 있습니다. 윗도리의 옷깃이 빨간 색으로 삼각형을 만들고 있습니다.
순유야 이렇게 쓰고 나서 3분이 되자 할아버지는 쓰던 글을 멈추었단다. 너도 그렇게 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훈련을 쌓으면 네가 눈으로 보는 세상의 모습도 네가 그려낼 수가 있다.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되면 글을 쓰는데 어마어마한 재산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순유가 이런 실력을 갖길 정말 소망한다. 왜냐하면 네가 나이가 들어서 세상을 잘 판단할 수 있는 때가 되면 글로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네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할아버지는 확신하기 때문이다.
순유야 너무 싫다는 마음을 가지지 말고 한번 순수한 마음으로 도전해 보자.
2016년 1월31일 늦은 밤에
순유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할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