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어느 날, 아미동 부산대학병원에서 연수강좌를 마치고
지하철을 탔습니다 어둔 지하철 칸에 노을이 끼어들었을 리가
없는데 내 눈에 보였습니다 노약자 석에 앉은 나의 옆의 옆의
나이 든 사람이 폴더 폰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내 한 잔 낼 테니 나올래 사람이 우찌 그렇노 많이 묵어야
좋나 잔말 말고 나오이라
앞의 노약자 석에는 세 명의 남자의 얼굴에는 원족 가는
아이들의 웃음이 톡톡 터졌습니다
여기 자갈치다 지금 가고 있다 기다리래이
앞이 올라갔다가 불쑥 내려가는 인토네이션의 부산 사투리가
툭툭 내 옆구리를 치고 내 입가에 조그만 물살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진주 오려고 동래 역에 내리니 이미 어둠이
엎드려 있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이 봇물처럼
터져 밀려가는 가운데 한 사나이가 섬처럼 우뚝 서서 전활
받았습니다
저번에 묵었던 거어 제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지만 내 몸이 파랗게 젖는 시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