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가르치는 글쓰기』-24

손주에게 보내는 편지(9)

by 현목

순유 순규에게 (16)

독후감도 수필처럼 관점이 핵심이다



순유 순규야 잘 있니, 멀리서 소식은 듣는다는마는 그 놈에 코로나 때문에 너희들 얼굴 본 지도 오래 됐네. 순유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교 성적도 좋아지고 있다고 하니 할아버지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왠지 나도 기분이 좋아진단다. 순규도 말레지아 다녀오고 나서는 어른스러워지고 공부하는 것도 틀이 잡혀가면서 성적도 나아진다니 말레지아에 가서 고생한 보람이 있네.


지난 주에는 할아버지가 글쓰기 때문에 너희들에게 스트레스를 준 것 같아 미안한 생각도 든다. 하지만 너희들이 내 생각에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어서 고맙다고 말할 수밖에는 없구나. 사실은 너희들이 너무 성의 없게 글쓰기를 대하는 것 같아 나 스스로 반성해 보고 이런 식으로 계속 강압적으로 너희들에게 글쓰기를 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겠다 싶어서 너희들의 의사를 물어본 것 뿐이다. 물론 글쓰기가 너희들이 지금 공부하는 영어수학보다 우선 순위를 차지할 수는 없지. 다만 나는 그 와중에서도 조금만 시간을 내어서 글쓰기의 기초를 닦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은 게지.


오늘은 독후감 쓰는 법에 대해서 말해 보고 싶다.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어떤 느낌이 들 것이다. “에이 이건 재미 없네.” “야 이건 뭔가 감동이 오는데.” 등등의 자기 나름의 느낌이 있는 것인데 이런 것을 쓰는 법을 말하겠지. 할아버지가 인터넷, 혹은 예스24 같은 인터넷 서점을 뒤져봐도 딱히 독후감 쓰는 법을 잘 정리한 책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살아오면서 나나름으로 경험한 것을 너희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첫 번째는 책을 읽고 나서 이런저런 내용이 있다고 소개하는 방법이다. 이것의 대표적인 것이 책을 소개하는 글이라고 하겠다. 예를 들어 인터넷 서점 예스24나 교보문고에 가서 어떤 책을 치면 그 책을 소개하는 글이 나온다. 이것은 마치 복덕방 주인이 집 사러온 손님에게 이집은 부엌이 어떻고, 안방이 어떻다고 주절주절대는 것과 같단다. 이 방법은 별로 평가받지 못한다.


두 번째는 이 방법이 할아버지는 제일 좋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것도 약점은 있어. 이 방법은 일본의 가바사와 시온(樺沢紫苑)이라는 정신과 의사가 쓴 책에서 내가 깨달은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책을 읽으면 당장 그 자리에서 자신이 느끼는 것을 아무 거리낌 없이 생각나는 대로 ‘마구 쓰기’를 하는 것이다. 며칠 지나면 느낌도 내용도 많이 잊어버리기 때문에 안 된다. 거의 그 자리에서 자신의 느낌을 솔직히 쓰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보기에는 약점이 있는데 책을 읽은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그렇게 느꼈다면 다시 찾아서 확인해 봐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책을 읽으면서 미리 책에다가 자신이 감동하는 느낌이 오거나, 동의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혹은 아, 이것은 꼭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할 때마다 책 여백에 기록을 해 둔다. 그리고 나중에 독후감을 쓸 때 그것 중에서 필요한 것을 모아서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책을 읽으면서 미리 필요한 것을 A4용지에 적어놓는 방법이다. 책을 읽어보면 수필이나, 단편소설은 내용이 간단하기 때문에 어떤 느낌을 일률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 복잡한 경우는 챕터(chapter)마다 내용이 다 다르고 내용도 많다. 예를 들어 철학책이라든가 학술책은 내용이 복잡하다. 이런 경우는 한꺼번에 책 읽은 느낌을 말할 수가 없다. 나는 이때는 책을 메모하여 정리한 다음에 내가 필요한 부분만 선택해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쓴다.


다섯 번째는 할아버지 방식인데 독후감을 쓰기보다는 그 내용이 중요해서 책 전체를 요점 정리해서 보관해 두기도 한다. 글의 중간에 내 의견(파란 글씨)을 적어두기도 하지.


어떻게 보면 독후감도 넓은 의미에서는 수필에 속할 것이다. 수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뭐라고 했지? 수필이란 나의 경험에 대한 감상을 말하는 것인데 단순히 경험의 나열이 되면 안 된다. 따라서 독후감도 책의 소개에 그치지 말고 그책을 통해 자신이 깨달은 것, 관점을 꼭 말해야 한단다.


마지막으로 내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처음에 산문을 쓰면 문장이 서로 밟히는 것을 많이 느낀다. 나도 옛날에 많이 그랬다. ‘문장이 밟힌다‘라는 것은 주어, 동사가 일치하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복문일 경우에 특히 그런 것을 많이 보는데 앞에 구의 주어가 뒤의 구의 주어와 다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는 데는 할아버지는 베껴쓰기를 하면서 많이 배웠단다. 그래서 너희들에게 베껴쓰기를 권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오늘은 이만 쓸 게. 바이.



2020년 7월 25일 밤 10시 03분 토요일

학이재(學而齋) 우거(寓居)에서

할아버지가



*할아버지 블로그 blog.naver.com/hyunmokk에 가서 ‘서재’를 치면 할아버지가 쓴 독후감들이 있단다. 참고해서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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