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가르치는 글쓰기』-26

손주에게 보내는 편지(10)

by 현목

순유 순규에게 (19)

자발적 학습



순유, 순규 잘 있냐. 학교 수업도 이제는 좀 시작했는가 모르겠네. 순유는 학원 다니느라 바쁜 모양이더라, 학원에 비중을 많이 두는 것 같은데 그것도 일리는 있는 것 같애. 순규는 듣기로는 학원에서 성적이 마음 먹은 대로 안 되었다고 학원을 안 다니느니 한다는데 그렇게 부정적으로 대응하면 어쩔까 싶다. 앞으로 어려운 일이 많을 텐데 그때마다 소극적으로 반응한다면걱정이다. 어리지만 좀 더 잘 생각하기 바란다.


할아버지가 경남과학기술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어른들을 위한 강좌를 일주일에 한번 저녁에 간단다. 거기 선생님이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을 하다가 퇴직하신 분인데 내가 논술에 대해서 그분에게 문의하면서 우리 손주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분은 이렇게 답장을 해 주셨다.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 중 한 분이 자녀나 손주를 지도하시면 십중팔구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논술과 독서를 함께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나는 너무 내 욕심에 너희들에게 강압적으로 시킨 것 같다. 나의 선생님의 조언도 있고 하니 이제부터는 ‘너희들의 자발적인 참여 의사’를 존중하겠다. 다시 말해 이후로는 언제까지 해라든가, 하지 않았다고 카톡을 보낸다든지, 전화를 한다든지 하는 일은 없겠다. 너희들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하는 것이고, 너희들이 필요하다고―사실 너희들은 너무 어리므로 너희들 판단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지는 의문이 있지만―생각하지 않으면 하지 아니 할 것이다.


다만 지난 번에 약속했듯이 월초 수요일에 과제를 내주는 것은 계속하겠다. 그것을 받고서 하기 싫든지, 혹은 바뻐서 우선 순위에 밀려 못하든지, 자신이 이것은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하든지 오직 너희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기겠다.


너희들 네 명 중에 한 명이라도 나의 의사에 따라서 계속하면 나도 계속할 것이고 네 명 중에 아무도 아니하면 나도 그때는 그만 둘 수밖에 없겠다.

이 편지를 받고 심사숙고 하기 바란다.



그럼 이만 총총.

2020년 10월 25일 밤 일요일

학이재(學而齋) 우거(寓居)에서


할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