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와 느린 춤을』 메릴 코머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입장은 서로 다르다

by 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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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메릴 코머(meryl Comer)라는 분은 방송기자이자 앵커였다고 합니다. 그의 남편 하비 그랙닉 박사는 미국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일했습니다. 그가 58세 때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을 받습니다. 메릴 코머는 하비의 세 번째 부인인데도 불구하고 19년 동안 병수발을 하비의 전처의 아들은 초기 단계에 두 번 방문하고 그 후로는 18년 동안 찾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메릴도 간병하는 동안 이혼도 생각했습니다. 그를 끝까지 버리는 않았지만 갈등이 없은 것은 아닙니다.


메릴은 처음에 요양병원에 하비를 보내 돌보지만 병원에서 하비에 대한 태도에 불만을 가지고 기어코 퇴원하여 자신이 끝까지 책임지고 간병했습니다.


환자 보호자측과 병원측은 각기 처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를 대우하는 데 있어 똑같을 수가 없습니다. 보호자측은 돈을 떠나서 환자를 최대한 인간으로 존중하여서 성심성의껏 대해주길 바랍니다. 병원측은 보호자가 원하는 기준은 알고 있으나 적은 인력으로 많은 환자를 대하여 하기 때문에 환자 보호자의 요구에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은 부분 돈입니다. 돈이 많은 재벌은 일인 독실에다가 간병인도 24시간 이용할 수 있고 의료인력에 대한 동원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메릴 코머는 나중에 나오지만 여기에 해당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극단적인 경우이고 대부분 병원에 종사하는 사람은 평등하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검토하고자 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알츠하이머병이란 무엇인가, 둘째 메리 코머(보호자)의 입장은 무엇인가, 셋째 병원은 어떤 입장인가 하는 것입니다.


일단은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란 어떤 병인지 개요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메릴이 말하는 치매는 병자체에 대한 얘기는 너무 단편적이고 피상적입니다. 다음의 알츠하머병에 대한 설명은 『치매 임상적 접근』(대한 치매학회)에서 인용했습니다.


치매에는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병변이 발생하여 치매가 초래된 혈관 치매, 전두-측두엽의 기능 이상에 의한 전두엽 치매, (알츠하이머는 내측 측두엽과 두정엽의 위축이 두드러진다) 레비소체(Lewy bodies)치매 (레비소체는 둥근 모양의 호산기성 세포질내 포함체이다), 파킨슨병 치매, 수두증에 의한 치매, 알코올과 관련된 치매가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노년기에 발생하는 가장 흔한 치매 유발 질병이다. 즉 알츠하이머병은 연령에 따라 증가하는 신경퇴행성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의 분자신경생리는 신경세포 및 시냅스 소실, 신경세포 내 과인산화된 타우 단백질로 구성된 신경섬유 농축체 형성, 세포 밖 응집된 형태의 αβ의 침착이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대뇌피질 세포의 점진적 소실로 인하여 기억력 장애를 포함한 광범위한 인지장애가 초래되고 행동장애도 나타나 결국은 환자가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이 상실되는 질환이다. 주요 임상 증상은 다음과 같다.


①인지기능장애: 인지기능이란 무엇을 알아차리고 함축적인 사고로 깨닫게 되는 지적인 과정이다. 대뇌 피질의 여러 부분에서 퇴행성 변화가 발생한 결과이다

②기억장애 및 지남력: 가장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은 기억장애이다. 이것은 가장 흔하게 보이는 증상이다

③언어장애: 병이 진행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점차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말수가 점차 줄게 되어 결국은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발전한다.

④지각 및 구성 장애: 잘 알던 장소에서도 길을 잃거나 살던 집을 찾지 못해서 헤매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얼굴인식불능증은 알츠하이머병의 중후반부터 발생하는데 심해지면 가족이나 배우자도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⑤실행증: 잘 사용하던 일상 도구의 이용이 어려워진다.

⑥전두엽 집행기능장애: 문제해결, 추상적 사고가 힘들어지면서 판단력 장애가 나타난다. 알츠하이머병의 초기에는 주로 기억장애를 중심으로 하는 인지기능장애가 나타나지만 병이 진행하면서 전두엽집행기능장애가 발생하여 복잡한 일을 처리하기가 어려지고 일상생활의 간단한 일도 혼자서는 할 수 없게 된다.

⑦행동심리증상: 보호자에게 고통을 주고 결국 요양시설에 입소하게 되는 주된 이유는 행동심리증상인 경우가 많다. 행동증상은 공격성 증가, 의미 없는 배회, 부적절한 성적 행동, 소리 지르기, 욕하기, 불면증, 과식증 등이 있고, 심리증상으로는 불안, 초조, 우울증, 환각, 망상 등이 있다.


초조, 불안, 배회, 수면장애, 공격성 증가, 탈억제 등은 보호자나 간병인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환자를 의료시설에 입원시키게 되는 주요 이유가 된다. 전체 알츠하이머병 환자 중 무감동/무관심이 가장 흔하게 나타났다. 행동심리증상에 대한 약물치료에는 신경이완제, 항우울제, 벤조디아제핀 등이 있다.


이상 간단하게 살펴봤으나 결국 치매 환자는 기억장애보다는 행동심리증상이 보호자나 병원 측으로는 부담이 되고 대처하기가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것을 신경이완제 같은 강력한 진정제를 투여하면 보호자로서는 저렇게 하지 않고 좀 더 인간적으로 대해주면 좋지 않나 하고 서운한 감정을 갖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메릴 코머가 호소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메릴 코머가 병원에 어떤 생각과 감정이었는지 보겠습니다.

먼저 하비의 행동심리증상이 어떤 것이 있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배회, 갑작스런 분노, 공격적 행동, 거부증, 부적절한 성행위(바지 벗기), 환각이었습니다. 메릴 코머는 말합니다. “하비는 잠을 잘 때를 빼놓고는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돌아다녔다.” “공격성은 누그러들지 않았다.”


메릴은 공격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공격행동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신체공격 행동으로는 때리거나, 깨물기, 물건 던지기, 침을 뱉는 행위 등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언어공격 행동으로 욕하거나 다양한 언어폭력이 있습니다.


사실 배회한다, 공격성이 있다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으나 실제 병원 현장에서는 간단하지않습니다. 배회하면서 누군가의 음식을 훔치기도 하고 다른 환자의 수면에 방해되기도 합니다. 공격성으로 인해 다른 환자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고 밤에 그렇다고 하면 그 병실의 환자의 수면을 방해하므로 병원 입장에서는 전체를 생각하여 특단의 조치를 취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것을 알면 보호자는 인간적으로 대하지 않았다고 섭섭해 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아마도 메릴은 당했던 것 같습니다. 그녀의 심정을 이렇게 호소힙니다.

“하비의 감정조절을 위해 리스페달이라고 하는 다른 항정신성 약물을 투여해보겠다고도 했다.” “할돌(할로페리돌: 조현병에 사용하는 진정제)은 어떻게 된 건가요? 하비는 아무런 도발도 안 했는데 하비를 야만인처럼 다루었다고요.“ ”내가 물었다. .. 그는 여전히 멍해 보였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사건이 이후 하비는 점차 불규칙한 행동이 잦아졌다. 하비는 24시간 전 병원에 데리고 왔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예전의 하비로 돌아오지 않았다.” “거의 모든 요양시설이나 간병시설들이 환자 보호보다는 일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주로 관리되고 운영되었다.” “지금은 주 정부의 법률에 의해 금지되었지만 당시에는 의료용 의자를 사용해서 환자를 묶어두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잘못 행동하면 곧바로 항정신제를 투여했다.”


여기서 메릴은 병원이 너무 자신들의 편의 위주로 투약하여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든 것에 분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녀로서는 배회하고 공격하는 하비가 더 인간적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메릴은 결심을 합니다. 병원을 떠나야겠다고.


“구급차를 부를 필요도 없고 진정제를 투여할 필요도 없습니다. 결국 하비가 어떤 부작용을 보이든, 감당해야 할 사람은 저니까요.” “나는 의사에게 말했다. 제가 알아서 하비를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메릴은 결코 병원에 대해서 우호적이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그녀에게 믿는 구석이 없다면 이것이 가능했을까요. 그녀가 집에 가서 하비를 간병하는 모습은 일반 사람이라면 불가능했습니다. 재력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카퍼릿지 병원에서 개인 간병인 비용을 포함해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1년에 18만불(2억)이라고 하니 엄청나게 특급 대우를 받았을 것 같은데도 만족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집에 돌아온 메릴은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말합니다.

“솔직히, 나도 가끔씩 속으로는 생각했지만 차마 입밖으로 말하지 못했던 말들을 친구들이 대신해주는 것뿐인지도 몰랐다.”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이혼해야 하나? 나는 그를 사랑했고 즐거울 때나 힘들 때나 서로 보살피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했다. 그를 요양시설로 보내고 내 인생을 찾아 나설까?“ ”지력을 잃어버린 삶이 제대로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니, 그가 목숨을 끊을 수 있게 도와야 하나?“


메릴은 하비의 세 번째 부인입니다. 하비는 남편의 부정을 보고도 이혼하지 않고 치매인 남편을 평생 끝까지 간병했다는 것을 보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의리입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시간이 지나니, 이런 질문도 점차 부질없어졌다. 진짜 중요한 건 인간으로서 신뢰와 책임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해야 한다고 느끼는 일들이 무엇인지였다.“


메릴은 하비의 집에서의 간병에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비가 자신의 행동 때문에 무시당하거나 묶여 있거나 약에 취해 지낼 가능성이 없음을 알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었다. 나는 하비가 비록 치매에 갖혀 있기는 하지만 그의 머릿속 깊은 곳에서는 내가 그를 돌보고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하고 바랐다.“ ”우리는 하비를 집으로 데려왔고 그 후로는 그는 집을 벗어난 적이 없다.“ ”약을 새로 바꾸어 데파코트(valporic acid/항전간제) 열여섯 알과 아티반 네 알을 매일 먹게 했지만 공격성은 누그러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병원과 요양원에서 보고 겪은 일들 때문에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고, 누구도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간병인으로서는 최고 수준인 시간당 25달러의 급여를 요구했다.“ ”의사(필립핀 출신 서른 다섯 살의 의사 마빈)가 우리와 함께 일하게 된 덕분에 약의 용량을 줄여도 되었다. “이제는 네 명의 간병인들이 교대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네 명의 간병인과 의사 한명이 하비를 케어하는 이러한 재력이 누구에게나 가능할까요. 사람은 자신의 처지에 따라 여인숙에서 자기도 하고 별이 다섯 호텔이 스윗 룸에서 자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돈이 하비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켰다는 점도 간과할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병원의 입장은 어떤 것일까요.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저의 언술이 딱히 정당하다고 말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비의 행동심리증상은 배회, 갑작스런 분노, 공격적 행동, 거부증, 부적절한 성행위(바지 벗기), 환각이었습니다. 이런 환자를 메릴이 자신의 집에서 간병하듯이 병원에서는 할 수 없습니다. 많은 환자를 관리하면서 하비에게만 매달릴 수 있는 인력도 없고 같이 동거하는 환자의 형편도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보호자는 환자의 개인을 최대한 존중하고 대해주기를 바라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전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도 개업가에서 의업을 하다가 요양병원에 와서 근무하면서 느낀 점이 많습니다.


노인이 제일 어려운 것이 ‘걷는다’는 것입니다. 걸을 수 있어야 화장실에 다닐 수 있습니다. 설사 손과 팔은 불편하여도 식사를 떠먹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걷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으면 대소변을 받아내야 합니다. 메릴은 아마도 부자니까 집에서 간병하면서도 자신이 하지 않고 간병인이 했을 것입니다. 이게 사실 정말 쉽지 않은 노역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환자가 너무 행동심리증상이 심하여 걷지도 못하면서 침대에 내려오려고 합니다. 이것을 누군가 하루 종일 지켜볼 수 없다면 그를 침대에 손을 묶어두어야 합니다. 이것을 보호자가 보면 펄펄 뜁니다. 사람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는 심정입니다. 하지만 풀어놓고 낙상이 일어나면 심하면 사망으로 갈 수 있고 아니면 그야말로 와상 상태로 평생 있게 됩니다. 어떤 환자는 똥을 온 침대에 바르거나 심하면 똥을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RT(Restrain)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튼 메릴이 본다면 난리가 나겠지만 말입니다.


행동심리증상을 나타내는 환자에게 진정제를 투여하는 문제 때문에 메릴은 분노해서 하비를 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만 이것은 일도양단으로 말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상황에 따라 의사가 환자, 타환자, 보호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완벽할 수는 없지만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시어머니는 부당하게 대우 받았다고 분노하고 며느리는 사정도 모르고 그런 말을 한다고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격입니다. 물론 여기서 시어머니는 메릴 코머이고 며느리는 요양병원입니다. 각자의 입장에서는 정당한 변명을 하는 셈입니다. 메릴의 말처럼 병원이 병원의 일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 그랬다는 점을 완벽하게 부정할 수는 없으나 그림을 크게 보아서 거기에 흘러가는 큰 줄기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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