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기 1
V 시 쓰기는 사물의 본질 찾기이다
요즘 사람들은 시라고 하면 무언가 고상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자신과는 멀리한다. 겉으로는 공경하는 체하면서 실제로는 꺼리어 멀리한다는 ‘경이원지(敬而遠之)’의 사자성어가 딱 그런 처지를 잘 말해준다.
이런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난해함 때문이다. 아쉽지만 이 난해함의 주범의 하나가 바로 우리가 그토록 오랫동안 연습해 왔던 ‘메타포’, 즉 은유이다. 그러나 높은 산을 오르려면 높은 이념의 지향과 열정과 실제로 발을 떼는 걸음이라는 노력 없이는 이룰 수 없다. 시도 마찬가지이다.
시를 쓰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단순한 진술의 문장으로도 시인이 나타내고자 하는 감정과 의미를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시 쓰기는 사물의 본질 찾기’라는 것은 시 쓰기의 많은 길 중에 하나의 길이라는 것을 말해 둔다.
나 나름의 시 쓰기의 요령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사물의 본질 혹은 특징을 세 가지 발견한다. 이것은 생활하면서 어느 날 영감(inspiration)으로 떠오를 수도 있고, 이토 게이치(伊가藤桂一)가 말한 사물을 보는 체크 리스트를 이용하여 그 본질을 찾아 볼 수도 있다.
둘째는 세 가지 정도의 본질을 찾았으면 그 본질들을 갖고 은유로 만들기를 한다. 처음부터 은유로 되어질 수도 있으나 진술로 썼다가 나중에 고쳐쓰기 할 때 다시 은유로 재창조한다.
셋째는 은유만으로 된 시란 너무 난해할 수 있으므로 중간 중간에 진술의 구(句)나 문장도 조금 넣으면서 리듬도 살린다. 리듬은 적절한 행갈이를 하고, 행의 어미가 모두 같으면 지루하므로 알맞게 변화시킨다.
시 쓰기는 누가 시킨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성정이 그것에 끌려야 스스로 미적 쾌감을 느낄 수 있다.
1 2020년 8월 27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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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유(중1)
튤립 1
김순유
지금 나는 그것의 성장의 열정이 타오르는 것을
보고 있다
하늘을 좋아하는지 계속 하늘로 가고 싶은가 보다
지금 그것은 일광욕을 끝내고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만약 이게 기지개가 아니라면 하늘에 예배드리는
것인 것이다
나는 이것을 막대사탕으로 착각했다
내면에 더 깊은 단 맛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
1 잘 썼네. 처음에는 무슨 소린지 몰랐으나 자세히 읽어보니 할 말은 했구나. 너의 작품을 언급하기 전에 우선 일러두어야 할 말이 있다. 할아버지가 시에 대해서 말하는 것만이 시는 아니다. 사실 대로 쓰거나 산문처럼 쓰는 시도 얼마든지 있다. 다만 할아버지는 이미지 위주의 시를 지향하니까 그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또 하나는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은 그림 그리기, 은유(=말도 안 되는 소리하기)가 있다는 것도 생각해 두기 바란다.
2 우선 이 작품을 읽고 눈에 띄는 것은 없어도 되는 단어들이 있다는 것이다. 산문의 언어와 시의 언어가 다른 점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 하나는 시어의 언어는 압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읽는 사람이 충분히 짐작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생략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그것’이다.
3 그럼 하나하나 검토해 볼까.
첫째 연을 보자면,
①‘지금 나는 그것의 성장의 열정이 타오르는 것을 보고 있다’‘여기서 제일 먼저 지적하는 것은 ‘지금 나는’ ‘그것의’ 이 말은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이 두 말은 읽는 사람이 다 아는 사실이니까. 그것이 튤립 이라는 것을 굳이 지적 안 해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제목에서 튤립이 나오니까. 생략해서 써보면 이렇게 되겠지.
‘성장의 열정이 타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압축되는 것을 알 수 있겠지. 이것은 이미지는 아니고 성장의 열정이라는 관념적인 것을 제시했지만 그대로 인정하마.
②‘하늘을 좋아하는지 계속 하늘로 가고 싶은 가보다’ 여기는 네가 주어인 튤립을 생략했지만 읽는 사람은 당연히 튤립인 것을 알고 있으니까 안 써도 무방한 것이지. 튤립이 하늘을 좋아한다는 그림을 연상할 수 있다.
둘째 연을 보자.
①‘지금 그것은 일광욕을 끝내고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것도 ‘지금 그것은’은 필요가 없다.
‘일광욕을 끝내고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튤립이 기지개를 켠다는 이미지를 정확하게 쓴 것이다. 이런 것이 모범적인 것이다. 은유로 치면 A=튤립(생략되었지만) B=기지개를 가지고 은유를 한 셈이지.
②‘만약 이게 기지개가 아니라면 하늘에 예배드리는 것인 것이다’ 이것도 ‘만약 이게’는 생략해야 압축된 문장이 된다.
‘기지개가 아니라면 예배를 드린다’
셋째 연을 보면,
①‘나는 이것을 막대사탕으로 착각했다’ 이것도 ‘나는 이것을’을 쓸 이유는 없지.
‘막대사탕으로 착각했다’
②‘내면에 더 깊은 단 맛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이렇게 써도 안 될 것은 없지만 나라면 이런 식이 된다.
‘내면에 더 깊은 단 맛이 숨겨져 있다’
4 정리해 볼까.
튤립
김순유
성장의 열정이 타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늘을 좋아하는지 계속 하늘로 가고 싶은가 보다
일광욕을 끝내고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기지개가 아니라면 예배를 드린다
막대사탕으로 착각했다
내면에 더 깊은 단 맛이 숨겨져 있다
5 본래 너의 시보다 압축된 느낌, 혹은 시적 긴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해야 할 말이지만 그런 게 있다는 것만으로 알아다오. 네 시가 모두 어미가 ‘~다’로 끝났어. 이러면 재미가 없으므로 어미를 조금씩 바꾸는데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것은 없다.
6 시의 행을 쓰고 마침표(피리어드)를 찍는 시인도 있고 안 찍는 시인도 있다. 나는 후자이다. 안 찍는 이유는 그 시의 행이 마침표를 딱 끝나기보다는 무언가 여운을 남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7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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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규(초5)
튤립 1
김순규
튤립은 사랑을 이어주는 것 같다.
마치 빨간 색으로 사랑을 이어주는 꽃
튤립의 힘이 빠지면 무용지물.
튤립은 입을 벌린 상어처럼 우리에게 인사한다.
우릴 바다의 길로 안내하는 것 같다.
튤립은 기다란 마법 지팡이처럼 우릴 마법에 걸리게 한다.
그게 튤립에 매력이 아니겠어.
*
1 순규 첫 시이네. 축하한다. 네 평생에 남을 작품일 거야. 80점은 되겠다. 이 정도면 성공한 것이지. 시 정신은 충분히 보였다.
2 우선 네 시를 읽고 첫인상은 시의 언어의 압축이라는 기본이 안 된 느낌이다. 이건 순유에게도 말한 것이지만 시는 필요 없는 언어를 될 수 있는 한 다 생략해 한다.
3 순규 네 시의 제목이 ‘튤립’이니까 읽는 사람은 내용이 튤립에 대한 얘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으니까 본문에서는 튤립이라는 단어는 될 수 있는 대로 생략해야 한다.
4 그럼 하나하나 짚어볼까.
첫째 연을 볼까. 내가 말하는 이것은 꼭 기억해 둬라. 설명이나 진술, 서술 이런 표현 방식으로 시를 쓰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이미지(그림)를 주로 하는 시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처럼’은 직유인데 직유를 쓰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은유를 주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①‘튤립은 사랑을 이어주는 것 같다’ 이 행은 진술이고, 직유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까 차라리 A=튤립, B=사랑으로 해서 은유를 만들든지, 다시 말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든지 하면 된다.
은유로 한다면 ‘튤립은 사랑을 붉은 색으로 토해 내고 있다’ 정도로 되겠다.
②‘마치 빨간 색으로 사랑을 이어주는 꽃’ 이것도 직유로 되어 있고 설명이다. 설명이지만 약간 시적인 느낌은 준다. 왜냐하면 튤립이라는 꽃이 빨간색으로 사랑을 이어준다고 하니까. 이것도 A=튤립의 빨간색, B=사랑으로 은유로 만드는 것이 더 명확해진다.
은유로 한다면, 혹은 사랑이라는 그림을 그리면 ‘엄마의 품은 튤립의 빨간색이다’로 되겠다.
③‘튤립의 힘이 빠지면 무용지물.’ 갑자기 튤립의 힘은 사랑이 빠지면 다 무용지물이 된다는 생각은 기발나고 좋은데 전체 분위기와 맞는지 모르겠다.
둘째 연은 오늘의 시 중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다. 말하자면 착상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①튤립은 입을 벌린 상어처럼 우리에게 인사한다. 이것도 쓸데없이 직유를 썼다. 그냥 은유로 쓰면 된다.
‘튤립은 입 벌린 상어가 되어 우리에게 인사한다’ 혹은 ‘튤립이 우리에게 인사하는 것은 입벌린 상어다’라는 식이 되겠다.
②우릴 바다의 길로 안내하는 것 같다. 이것도 직유를 쓸 이유가 없다.
(튤립은) ‘우릴 바다의 길로 안내한다.‘
셋째 연을 보면,
①’튤립은 기다란 마법 지팡이처럼 우릴 마법에 걸리게 한다’ 이것도 직유를 썼다. 이 6행의 시 가운데 네 번을 직유를 썼다. 직유를 이렇게 남용하면 안 된다. 이것은 순규가 직유를 특별히 신경 안 쓰고 버릇처럼 쓴다는 걸 의미한다.
’튤립은 기다란 지팡이를 들고 우릴 마법에 걸리게 한다.‘
이것으로 족하다 다만 그 다음 행에서 그 이유를 설명이 아니라 그림=이미지=은유=말도 안 되는 소리로 표현을 해야 하는 거지.
②’그게 튤립에 매력이 아니겠어.‘ 이것은 진술(설명)이다. 그런데 이건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순규의 시를 읽고 ‘그것이 튤립의 매력이구나‘하고 독자가 스스로 느껴야 하는 부분이야. 순규는 독자가 그걸 느끼라고 은유, 그림, 이미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굳이 말하면 읽는 사람의 재미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다.
5 수고했다 할아버지가 8월 31일 시쓰기에 대한 편지를 보낸다. 그걸 읽어보고 다시 한번 써봐라. 그러면 아마 훨씬 나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6 고쳐 쓴 것을 정리해 보자
튤립
김순규
사랑을 붉은 색으로 토해내고 있다
엄마의 품은 튤립의 빨간색이다
힘이 빠지면 무용지물
우리에게 인사하는 것은 입 벌린 상어다
우릴 바다의 길로 안내한다
기다란 지팡이를 들고 우릴 마법에 걸리게 한다
7 다 정리해서 시를 보니까 압축이 되었고 나름 은유도 구사되어 있지 않느냐. 다만 어미가 모두 ’~다’로 끝나서 조금 지루해 보일 수 있다. 이것은 적당히 어미를 바꾸어 변화를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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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초4)
Tulips happiness
Kim Seo Yoon
Tulips are balls that are made of bubbles.
If you blow bubbles, there are small tulips hidden
inside the bubble's love
The tulips’ fragile fragrance can confess someone’s
heart to one another.
One long smell of the tulip can fill your heart with
your sweethearts perfume.
The fuzzines of the tulip can bring a person creative
thoughts into action.
One touch of the pom pom will take you to the
farthest thoughts of your brain.
*
튤립 행복
김서윤
튤립은 거품으로 만들어진 공이다.
거품을 불면 거품의 사랑 안에 작은 튤립이 숨겨져 있다.
튤립의 연약한 향기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고백할 수 있다.
튤립의 한 가지 긴 냄새는 당신의 애인 향수로 당신의 마음을
채울 수 있다.
튤립의 솜털은 창조적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방울 한 번 만지면 그건 너를 너의 머리의 가장 먼 생각으로 데려갈 것이다.
*
1 서윤이 정말 잘 썼네. 솔직히 말해 이 정도로 쓸 줄은 기대하지 않았다. 아직 중학생도 아닌데 말이다. 10대 여자는 남자애들보다 언어가 2년 정도 앞선다고 하더니 빈 말이 아니네.
2 구체적으로 지적하기 전에 서윤아, 시는 언어가 압축되고 리듬(운)이 있어야 한다. 제목이 ‘튤립 행복’이라고 하면 읽는 사람은 당연히 튤립에 대해 이야기하는구나 하고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네 시를 보면 이 짧은 시 안에 ‘튤립’이라는 단어가 네 개나 있다. 이건 생략해도 되는 것이다.
3 그럼 검토해 보자. 영어보다는 한글이 내게는 더 빨리 이해되므로 한글 위주로 하게 된다는 걸 양해해 주길 바란다.
첫째 연을 보면,
①‘튤립은 거품으로 만들어진 공이다.’
완전히 은유이다. 굿!! 다만 ‘튤립’은 생략하고 그냥 ‘거품으로 만들어진 공이다’라고 쓰면 읽는 사람이 “응? 이게 무슨 말이지?”하고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단다.
②‘거품을 불면 거품의 사랑 안에 작은 튤립이 숨겨져 있다.’
이 구절은 정말 좋네. 이런 걸 발견이라고 하는 것이다.
둘째 연을 검토해 본다.
①‘튤립의 연약한 향기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고백할 수 있다.’
이것도 좋은 은유야.
②‘튤립의 한 가지 긴 냄새는 당신의 애인 향수로 당신의 마음을/채울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영어 자체 해석이 잘 안 되더라만 자꾸 읽어보니 알겠다. 좋아.
셋째 연을 보자면,
①‘튤립의 솜털은 창조적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요건 은유로 치면 A=튤립의 솜털 B=창조적 생각, 즉 B를 추상명사로 해서 썼는데 그것까지는 좋았지만 이 시가 이제까지 이끌어왔던 분위기와는 잘 안 어울리는 같애. 문장 자체는 좋아.
②방울 한 번 만지면 그건 너를 너의 머리의 가장 먼 생각으로 데려갈 것이다.
사전 찾아보니 pompom을 방울로 나와 있더라. 방울(=튤립)을 만지면 머리의 가장 먼 생각을 하게 된다는데 그건 먼 옛날의 기억을 말하나. 아무튼 시적 발상과 전개는 틀린 것은 아니다.
4 정리해 보자. 필요없는 ‘튤립’이라는 단어는 생략했고 행갈이도 했다.
튤립 행복
김서윤
거품으로 만들어진 공이다
거품을 불면
사랑 안에 튤립이 숨어 있다
연약한 향기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고백할 수 있다
한 가지 긴 냄새는 당신의 애인 향수로
당신의 마음을 채울 수 있다
솜털의 창조적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방울 한 번 만지면 그건 너를
너의 머리의 가장 먼 생각으로 데려갈 것이다
5 산문처럼 하나의 행이 너무 길어서 리듬감이 없다. 행을 적당히 끊어서 행갈이를 해야 한다. 또 어미가 모두 ‘다’로 끝났는데 이것도 적당히 바꾸어 주어야 한다. 앞으로 좀 더 연습하면서 차차 배워가자. 솔직히 말해 영어는 어떻게 행갈이 할지는 나도 모르겠다.
6 전체적으로 잘 썼는데 지금은 연습이니까 연들이 연관성이 없는 글이 용서되지만 나중에는 이런 이미지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그걸 시적 이미지의 통일성이라고 한다. 이건 나중에 할 일이고. 잘 했다.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