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가르치는 글쓰기』-54

시 쓰기-2

by 현목

2 2020년 9월 26일 토요일-3


이번에는 그림을 보고 시 한 편을 한 번 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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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유(중1)

전쟁

김순유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이 외로운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파도와 이 제주도의 길고 긴 전쟁

수백 년째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바다는 군사가 엄청 많아서

5초에 한 번씩 병사를 투입한다

파도는 그렇게 육지에 머리박치기를 할 때마다

흰색의 구역질을 한다

한 번에 그 병사들을 투입하면 이길 텐데

한라봉만 까먹으면서 그 자리를 지키는

서너 채의 관중들은

그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다

그리고 결국 누가 이길지 궁금해서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사령관인 바다는 지능이 엄청 낮거나

몰래 육지와 동맹을 맺었나보다

*


1 순유야, 시 쓰느라고 고생했다. 재미있게 잘 썼네. 나는 시를 쓴다고 하는 세월이 5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개발새발이란다. 하루 아침에 잘 쓴다고 하는 것은 좀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백 미터 몇 번 달렸다고 육상 선수처럼 뛸 수 있겠느냐. 목표에 도달할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배워 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잘 썼지만 세부를 들여다 보자.

2 지난 번에 '튤립‘을 시로 쓸 때, 튤립의 특징(본질)을 서너 가지를 캣취하라고 했지. 송재학은 세 가지를 들었다. ①모차르트 ②리아스식 해안 ③등대가 그것이다. 반면에 너는 ①열정 ②기지개 ③막대사탕으로 생각해서 시의 이미지를 전개했다.

그런데 여기서는 애월 바다의 사진을 보면서 파도가 전쟁 치는 것으로 특징을 잡은 걸로 보인다. 그것도 상투적인 낭만이 아닌, 좋은 발견이기는 한데 너무 특징을 한 가지로 했기 때문에 시를 전개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물론 한 가지 특징을 가지고 깊게 파고 들 수도 있지만 이러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더 어려울지도 몰라.

3 시의 언어 구사는 일반적으로는 함축적이어야 하고 언어를 매우 절약해서 쓸데없는 것은 빼어 버려야 한다. 산문처럼 설명하듯이 구구절절 모두 다 이야기하면 시의 묘미도 긴장감도 없어진다. 이건 이제 처음 시를 쓰는 입장에서는 명심해 두어야 한다. 순규도 서윤이도 이게 아직은 몸에 익지 않아 보인다.

4 따라서 어찌 보면 퀴즈를 풀 듯이 앞뒤 생략하고 툭툭 내 던지는 형식이 된다.

5 이제 너의 시를 가지고 하나하나 지적해 보는데 그 기준은

①시어로서 생략이 있는가?

②은유 혹은 상상, 발견, ‘말도 안 되는 소리하기’가 되어 있는지?

③이미지가 있는지?

이 세 가지를 가지고 살펴보겠다.

6 본격적인 검토하기

①‘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이 외로운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ⅰ) 이것 자체도 이렇게 산문처럼 쓰면 안 된다. 이것도 생략을 해야 한다. ‘이 외로운 싸움은 계속된다.’ 이 정도라도 생략하고 압축해야 한다. 모든 걸 산문처럼 이렇게 쓰라는 것이 아니라 쓴다고 하면 이 정도의 생략이 있어야 한다는 걸 말한다.

ⅱ) 이것은 산문처럼 진술(설명)이다. 정 안 되면 다 쓰고 나서 고쳐쓰기 할 때 은유가 안 된 것을 네가 이제껏 우수하게 연습해 왔던 너의 장기인 은유 만들기를 가지고 해 보는 것이다.

A=파도(여기 주어는 생략 되어있다.) B=싸움이라고 가정하고 은유 만들기를 한다. ‘파도가 싸움을 하자 바다는 파랗게 질렸다.’ 이건 내가 한 것인데 순유 네가 A=파도, B=싸움(전쟁)을 갖고 은유 만들기를 해봐라.

②‘파도와 이 제주도의 길고 긴 전쟁 /수백 년째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ⅰ) 이 행도 ①과 거의 같은 논리이다. 은유도 아니다. 그냥 설명이다. 그나마 행이 시적 압축미도 없다. 이걸 압축해서 쓴다면 ‘파도와 제주도의 길고 긴 전쟁 /끝날 기미가 없다’ 이 정도로 될 것이다.

ⅱ) 이걸 은유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야 한다.

‘파도와 이 제주도의 길고 긴 전쟁/수백 년째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건 말이 된 다.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해야지. 다시 말해 은유를 해야 한다. 내 식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볼 게.

A=파도 B=제주도(애월)(제주도라는 말은 너무 크니까 애월이라는 지명으로 할 게)

‘파도는 제가 가진 창과 칼을 들고 애월을 찌르고 있다/수백년이 지났나 보다’

물론 순유 너도 이 A, B를 가지고 은유를 만들어 봐라.

③‘바다는 군사가 엄청 많아서 /5초에 한 번씩 병사를 투입한다’

ⅰ) 이것도 앞의 ① ②와 똑같은 논리다. 이걸 시의 행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말을 생략해야 한다. 예를 들면, ‘바다 군사는 바글바글 해서/ 눈 뜰 새없이 병사를 투입한다’

ⅱ) 이것도 아까 말했지만 글을 다 쓰고 나서 고쳐쓰기 할 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야 한 다. ‘바다는 군사가 엄청 많아서 /5초에 한 번씩 병사를 투입한다’ 순유가 한 것도 은유이 기는 하지만 내가 말이 안 되게 해 본다. A=바다 B=군사. ‘바다는 군사를 눈코 뜰 새 없이 들여보낸다.’

순유 너의 글도 이제 보니 은유가 되긴 했지만 약간 산문투이다. ‘5초에 한번’ 이런 건 과 학적 언어이다. 시어는 무언가 애매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눈코 뜰 새 없이’로 바꿨다.


④‘파도는 그렇게 육지에 머리박치기를 할 때마다/흰색의 구역질을 한다’

ⅰ) 행을 압축적으로 해라고 했지.

‘파도는 육지에 박치기를 할 때마다/ 흰색 구역질을 한다‘ ‘그렇게’를 뺏다

ⅱ) 이 ④는 네가 이 시에서 순유가 제대로 은유를 구사한 구절이 된다. 봐라 이 행은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⑤’한 번에 그 병사들을 투입하면 이길 텐데 /한라봉만 까먹으면서 그 자리를 지키는 /서너 채의 관중들은 /그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다‘

ⅰ) 사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서너 채의 관중’이란 무슨 말이 이해가 안 됐는데 나중에 보니 주황색 집을 말하는구나.

ⅱ)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기가 쉽지 않은데 엉성하지만 내가 해 볼게.

A=(한라봉만 까먹는) 관중 B=병사(=파도)

‘한라봉만 까먹는 서너 채 주황색 집들은 입이 근질근질하다, 병사들이 한꺼번에 투신만 하 면 이기는데…’


⑥‘그리고 결국 누가 이길지 궁금해서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ⅰ) 이것도 쓸데없는 단어 ‘그리고’를 썼다. 산문은 몰라도, 산문도 될 수 있는 대로 접속사 를 쓰지 않지만 시에서는 거의 필요 없다. ‘결국‘이란 단어도 마찬가지로 필요 없다.

ⅱ)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기

A=궁금 B=자리

‘궁금증이 자리 떠나는 것을 막아버렸다’


⑦‘사령관인 바다는 지능이 엄청 낮거나 /몰래 육지와 동맹을 맺었나보다’

ⅰ) 이것도 말을 생략한다면 이런 정도가 되지 않을까.

‘지능 낮은 사령관 바다는/육지와 동맹을 맺었나 보다

ⅱ) 이 행들도 ‘말이 안 되는’ 게 아니라 말이 된다. 따라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야지.

A=사령관 바다 B=동맹

‘사령관 바다는 애월에게 동맹을 팔아먹었다’

나는 육지보다는 애월이라는 지명을 쓰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 애월 바다를 보고 시를 쓰는 거니까 구체적인 지명을 대는 것이 훨씬 더 감각에 와닿는다.. 순유는 할아 버지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잘 할 것 같다.

⑧전쟁

제목을 ‘전쟁’이라고 했는데 추상명사이면서 너무 개념이 커서 좀 더 좁히고 구체적인 것이 좋을 것 같다. 제목 붙이기는 명사 하나를 내세울 수도 있고 구(phrase)를 제목으로 할 수 있고 문장(sentence)를 사용할 수 있다.

아무튼 ‘전쟁’은 너무 제목이 광범위해서 범위를 좁히는 것이 좋겠다. 예를 들면 ‘애월 바다의 파도는 전쟁 중이다’라든가, ‘전쟁 중인 애월의 파도’라든가, ‘파도’라든가, 이런 식 중에서 하나 골라야 한다.

8 시를 정리해 보자


애월 바다의 파도는 전쟁 중이다

김순유


파도가 싸움을 하자 바다는 파랗게 질렸다.

제가 가진 창과 칼을 들고 애월을 찌르고 있다

수백 년이 지났나 보다

바다는 군사를 눈코 뜰 새 없이 들여보낸다

파도는 그렇게 육지에 머리박치기를 할 때마다

흰색의 구역질을 한다

한라봉만 까먹는 서너 채 주황색 집들은 입이 근질근질하다

병사들이 한꺼번에 투신만 하면 이기는데…

궁금증이 자리 떠나는 것을 막아버렸다

사령관 바다는 애월에게 동맹을 팔아먹었다



9 정리하고 보니 어떠냐. 내용의 깊이는 차치하고 형식이 네가 처음 쓴 시보다는 시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결론적으로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해 두어라.

①시는 언어를 가장 절약하고 생략해야 언어에 긴장감이 생긴다. 항상 이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말은 생략하고 최대한 언어를 적게 만들어야 한다.

②애월 바다의 특징을 순유는 파도가 전쟁하는 것을 하나만을 선택해서 은유보다는 진술(설명)을 이번에는 많이 썼다.

할아버지가 보낸 그림을 보면 가장 쉽게 애월 바다에 특징을 찾을 수 있는 것은 ⅰ)코발트빛 바다 ⅱ)푸른 하늘 ⅲ)하얀 구름 등이다. 이건 잘못하면 상투적이 될 수 있는데 순유는 거기서 발견한 것은 대단한 것이라고 칭찬해야 하겠다. 하지만 이것을 진술이 아니라 은유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하는 연습도 이걸 목표로 하고 있다.

③물론 쓰면서 은유를 술술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직업적인 시인이면 모르겠으나 할아버지처럼 아마추어이거나 너처럼 이제 시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자신이 생각나는 대로 써서 완성해 놓고 그 다음 고쳐쓰기를 하는 것이다. 이 고쳐쓰기를 하면서 문장 하나하나를 가지고 A와 B를 선택해 놓고 A와 B를 연결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여기가 오늘 할아버지가 순유에게 말하는 제일 중요한 대목이다. 우리가 몇 년 동안 연습해온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틀림없이 순유는 잘 하리라 믿는다. 왜냐하면 이제는 순유는 할아버지보다 은유를 발휘하는 실력이 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상기할 것은 고쳐쓰기를 할 때, 이 행은 ‘말이 되는 소리’인가 ‘말이 안 되는 소리’인가를 구별해 놓고, ‘말이 되는 소리’이면 즉시 ‘말이 안 되는 소리’로 바꾸어야 한다.


10 수고했다. 조금 무리한 부탁이지만 할아버지의 이 강평을 듣고 제목을 비롯해서 다시 한번 써보아라. 지난번 내가 보여준 『10대의 뇌』에서 공부 잘 하는 비결이 Frequency(빈도)와 Recency(최근)였다. 공부한 것을 곧 다시(recency) 하는 것이 비결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시를 써보자.

11 시 다시 쓰기

‘말이 되는 소리’를 찾아서 순유가 단어 두 개를 골라 A와 B를 만들어 우리가 평소에 은유 연습하듯이 은유 문장을 만들어서 시를 써 본다. 제목도 다시 만든다. 사실 순유는 이제 은유를 잘 하기 때문에 시쓰기는 내가 보기에는 적어도 70퍼센트는 이기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 연습이 안 되어 있어 순유가 가진 그 재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2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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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규(초5)


반복되는 아침, 점심

김순규


돌들이 바다를 때리던 아침, 바다는 무서워 떨고 있다.

나무들은 무서워 나뭇잎이 없어진다.

바다는 항복의 의미로 돌의 먹을 것을 챙겨 준다.

아침에는 미역

점심에는 조개

저녁에는 랍스터

푸른 바다가 바다를 덮치는 점심, 바다는 무서워 닭살이 돋는다.

바다는 돌에게 구원을 요청해 푸른 바다를 물리친다.

*

1 순규가 중학생도 아닌데 이런 정도로 은유를 구사한다는 게 신통하다. 잘 했어.

2 그럼, 검토해 볼까.


①‘돌들이 바다를 때리던 아침, 바다는 무서워 떨고 있다.’

이 자체는 은유로서 좋다. 보통 사람들은 바다가 돌을 때린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반대로 돌이 바다를 때린다고 생각한 것까지는 기발해서 평가를 받을 만하다.

②‘나무들은 무서워 나뭇잎이 없어진다.’

이것도 은유로서는 인정할 만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애월 바다 풍경에서 나무들이 등장하지? 아마도 파도가 무서워 나뭇잎에 없어지나? 일단은 이것도 그렇다고 치자.

③‘바다는 항복의 의미로 돌의 먹을 것을 챙겨 준다.’

이것도 은유를 사용한 것은 좋은데 ‘의미로’라고 일부러 자세하게 설명해 줄 필요는 없다. 단순히 ‘바다는 항복했고 돌에게 먹을 것을 챙겨준다’라고 하면 좋겠다. 아마도 돌이 바다를 때리니까 바다가 항복한다는 말 같애.


④‘아침에는 미역’

⑤‘점심에는 조개’

⑥‘저녁에는 랍스터’

아침에 미역, 점심에 조개, 저녁에 랍스터라고 하나하나 행을 띄운 것은 순규가 그렇게 매끼니 때마다 바다가 돌에게 먹이를 준다는 것을 강조하니까 이렇게 세 행이나 사용한 셈이다. 이것은 이런 이 시를 쓴 사람의 마음이니 뭐라 할 수도 없다.

⑦‘푸른 바다가 바다를 덮치는 점심, 바다는 무서워 닭살이 돋는다.’

이 자체는 은유이다. 하지만 아무리 상상이고 은유라고 해도 그 나름의 논리는 갖추어야 한 다. 아마도 바다를 멀리서 보면 파도가 파도를 덮치면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들의 모습 을 상상한 것 같다.

⑧‘바다는 돌에게 구원을 요청해 푸른 바다를 물리친다.’

여기도 은유는 성립한다. 하지만 바다와 푸른 바다가 다른가? 이것도 아마 순규가 말하는 바다는 에메랄드 빛 바다를 말하는 것 같애. 자기만 알아서는 안 되고 읽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최소한의 정보는 주어야 한다.


3 제목이 ‘반복되는 아침, 점심’인데 본문의 내용 중에 이것을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여기서 순규가 다른 사람이 절대로 생각해 낼 수 없는 아이디어를 갖고 왔다. 즉, 돌이 바다를 항복시켰다고 했다. 따라서 이런 제목은 어떨까.

‘바다를 항복시킨 돌’ 멋있지 않니?

4 시를 정리해 보자


바다를 항복시킨 돌

김순규


돌들이 바다를 때리는 아침,

바다는 무서워 떨고 있다

해변의 나무들은 무서워 나뭇잎이 없어진다

바다는 항복했고

돌에게 먹을 것을 챙겨준다

아침에는미역

점심에는 조개

저녁에는 랍스터

푸른 바다가 바다를 덮치는 점심,

바다는 무서워 닭살이 돋는다

바다는 돌에게 구원을 요청해 푸른 바다를 물리친다

5 결론적으로 말하면 모든 문장을 아무튼 은유를 가지고 표현했다는 점을 칭찬해 주고 싶다. 아직은 초등학생이니 생각의 깊이라든가 논리는 당연히 모자라겠지. 그건 앞으로 나이를 먹고 책을 읽고 경험을 쌓으면 해결되리라 믿는다.

6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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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초4)


The Glamorous Sand

kim Seo Yoon



The sand stole the ocean water inside itself.

His breath sucked up the wind to start a storm.

Waves crashed to make a white dove.

The ripples formed a glittery rock.

Finally the sand started a glittery fashion show on the glittery rock.

*


매력이 넘치는 모래

김서윤


모래가 자기 안으로 바닷물을 훔쳐갔다.
그의 숨결이 바람을 빨아들여 폭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파도가 부딪쳐 하얀 비둘기가 되었다.
잔물결이 반짝반짝한 바위를 이루었다.
마침내 모래는 반짝거리는 바위 위에서 반짝거리는 패션쇼를 시작했다.

*


1 서윤이는 시를 잘 쓰는 것 같다. 그럼 한번 검토해 볼까.

①‘모래가 자기 안으로 바닷물을 훔쳐갔다.’ 모래가 바닷물을 훔쳐갔다. 좋은 은유네. 멋있다.
②‘그의 숨결이 바람을 빨아들여 폭풍을 일으켰다.’ 이것도 좋은 은유이고.
③‘파도가 부딪쳐 하얀 비둘기가 되었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하연 포말이 올라오는 걸 비둘기로 봤네. 은유이고.
④‘잔물결이 반짝반짝한 바위를 이루었다.’ 은유이고.
⑤‘마침내 모래는 반짝거리는 바위 위에서 반짝거리는 패션쇼를 시작했다.’ 좋았어. 물론 은유이고.

⑥제목도 은유이면서 재미있네. 매력이 있는 모래라!

2 서윤이는 은유를 잘 구사하고 있네. 이제 남은 과제는 서윤이가 쓴 은유들이 제 각각 놀지 않고 연결성이 있어야 한다. 이걸 ‘시적 이미지의 통일성’이라고 한다. 은유를 한 것들이 따로따로 놀면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 더 나아가서는 그런 통일성을 이룬 은유들이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한다.

그것을 통찰력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초등학생인 너는 아직 한계가 있다. 그건 시간이 걸린다. 순유 오빠만 해도 이런 통찰력에 있어서는 너희들과는 상대가 안 돼. 따라서 많이 쓰고 책도 많이 읽고 커 가면서 경험도 쌓아야 한다.

3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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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초3)

Piano

Kim Seo Woo



A piano is soft like a figure skater and a ballerina.

When I listen to the piano I feel like I am sleeping while I’m flying.

The piano reminds me of a beautiful angle fling across the calm waves.

The sound of a piano is like fluffy cotton candy made with sweet sugary music notes.

The piano reminds me of romance and beauty.

When a pianist hits a key it feels like you are stepping on soft marshmallow notes.

The piano music has to be well balanced.


*


피아노

김서우


피아노는 피겨스케이팅 선수나 발레리나처럼 부드럽다.

피아노를 들을 때 나는 비행 중에 자는 것 같아.

피아노는 잔잔한 파도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각도를 떠올리게 한다.

피아노 소리는 달콤하고 달콤한 음악 음표로 만들어진 솜사탕과 같다.

피아노는 나에게 낭만과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한다.

피아노 연주자가 건반을 치면 부드러운 마시멜로 음을 밟는 느낌이다.

피아노 음악은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


1 서우야, 시와 산문이 다른 점이 무얼까. 내용이나 의미는 내버려 두고 우선 시와 산문은 전체 글의 모양이 다르다. 산문은 그냥 달아서 쓰는 줄글이다. 그러나 시는 짧게 쓰면서 문장이 줄줄이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끊어져 있다. 이걸 시의 용어로는 행갈이(Line replacement)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시는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압축하여(내용도 그렇게 하지만) 글의 전체 모양도 짧게 만든다.

2 시는 의미도 함축하고(connote), 시의 전체 모양도 리듬(rhyme/운)을 나타내야 한다.

3 내가 뭐라고 했지. 압축하라고 했지. 제목이 ‘피아노’이니까 읽는 사람은 본문의 내용이 피아노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본문에 피아노라고 자꾸 언급한다는 것은 필요없는 단어를 쓰는 거니까 압축하고 상관이 없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은 구태어 쓸 필요가 없다. 이건 너뿐 아니라 순유도, 순규도, 서윤이도 처음에는 이랬다.


3 그럼 살펴보자.

①‘피아노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자 발레리나처럼 부드럽다’ ‘피아노’는 다 아는 사실이니 생략하고, A=피아노, B=피겨 스케이팅 선수, 발레리나로 해서 은유를 만들자. ‘피겨 스테이팅 선수나 발레리나이다’

②‘피아노를 들을 때 나는 비행 중 자는 것 같다’ 이건 직유이지만 하나쯤 살려두자.

③‘피아노는 잔잔한 파도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각도를 떠올리게 한다. 은유 비슷하지만 설명하는 것이다. ’피아노‘는 생략하고 A=B의 은유로 만든다. ’잔잔한 파도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각도가 하늘로 날아간다‘

④’피아노 소리는 달콤하고 달콤한 음표를 만들어진 솜사탕 같다‘ ’피아노 소리‘는 생략하고, 직유를 은유로 바꾼다. ’달콤한 음악의 음표는 솜사탕‘

⑤’피아노는 나에게 낭만과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한다‘ 이건 완전히 설명이다. 이렇게 고치자. ’낭만과 아름다움이 하얗고 검은 건반 위에서 물결친다‘

⑥’피아노 연주자가 건반을 치면 부드러운 마시멜로 음을 밟는 느낌이다. 이것도 거의 은유에 가깝기는 한데 결국 설명문으로 그쳤다. ‘느낌이다’를 빼고 바로 A=B로 만들면 된다. ‘건반을 치면 마시멜로 음을 밟는다’

⑦‘피아노 음악은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한다’ 이것도 완전히 설명하는 진술이다. 순유 오빠와 서윤이 언니가 연습하는 추상명사로 은유 만들기를 해보자. ‘균형의 색깔은 희고 까맣다’ 은근히 피아노의 흑백 건반을 떠올리게 하지 않니.

4 시를 정리해 보자.

피아노

김서우


피겨스케이팅 선수나 발레리나이다

비행 중에 자는 것 같다

잔잔한 파도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각도가 하늘로 날아간다

달콤한 음악의 음표는 솜사탕,

낭만과 아름다움이 하얗고 검은 건반 위에서 물결친다

피아노 연주자가 건반을 치면

상냥한 마시멜로가 달려가는 마시멜로

균형의 색깔은 희고 까맣다

5 서우가 시 쓰기를 하면 꼭 알아야 할 것 세 가지를 기억해 두어라

①읽는 사람이 이미 아는 사실은 생략한다. 다시 말해 압축해야 한다.

②진술을 처음에 썼다 해도 고쳐쓰기 해서 은유로 바꾸어라.

③행갈이를 적당히 해서 리듬이 있게 만든다.(한글은 어미가 다 같으면 지루하므로 적당히 어미에 변화를 준다. 영어는 압운(rhyme)이라고 해서 운을 맞추는 모양인데 난 잘 모른다)

6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