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 창백함에는 범접하지 못할 위엄이 있다
깍아지른 산의 옆구리를
비와 안개가 뜯어 먹은 것이라 말하지 말라
떨어져 나간 살점이
눈이 먼 운무가 되어 찾아 온다는 것은
중환자실의 흐느끼는 울음이 알고 있다
황토색 뼈마디마다 빽빽이 들어선 것이
소나무가 아니라 초록의 눈물이라고
지나가던 가이드가 슬쩍 일러준다
평생 허망한 세상살이 풍설에 씻겨보내고 남은
앙상한 편안함,
기골장대한 암벽으로 견뎌왔다
북경 오리구이를 핥고 있는 동안
허세의 옆구리가 동파되고
시간이 잠시 멈추고 서서
베토벤의 장엄미사의 키리에*를 펼치고 있다
돌부리마다 묻혀놓은 피칠갑,
잔나비가 무릉원 가는 흔적을 지워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