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요한 순백

by 현목



아파트 창가에 팔다리 전지(剪枝)해 버린 목련은 보도블록

틈새의 흙자락에 낑겨 사는 봄까치꽃에 다름 아니다 바람에

날려 운명이라는 한 줌 흙에 던져졌듯이 목련은 이곳에 왔다

가위가 지나간 자국에서 황토빛 절개지가 보인다 봄이 오는

것이 형벌이다 잎 튀우기를 위해 한 겨울 수도승이 길을

가듯이 견뎌왔지만 목련이 보여야 하는 것은 강요된 순백이다

부요하기에 아리다 밤이 오면 허무를 발로 차고 폭포처럼

떨어져 나뒹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