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밟고 가다

by 현목




내가 걸은 발자국의 무게가 비봉산 벚나무 길을 열었다

밤톨만한 황토빛 자갈길에 햇빛이 떨어져 숨어 있다

햇빛을 밟고 가면

사각사각 부서지면서 나는 소리

팔 한아름 속에 안긴 벚나무 줄기 속에 아픔이 잠겨있다.

제 삶의 사연을 줄기 안에 담고 하늘로 가지를 펼쳤다

가지 사이로 조각난 파란 하늘

먼 훗날 내 영혼이 여기 오면 먼 풍경을 바라보리라

바람 속으로 흩어지는 지난 세월이,

햇살을 밟고 간 소리들이 다 벚나무 속에 들어가 살고 있다

봄이면 그 밝은 곳을 딛고 하늘로 올라가야겠다

벚꽃이 피는 것이 내가 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