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에 66세의 나이로 갑자기 돌아가신 김성철 교수의 유튜브 ‘운전자의 시점으로 살자’를 보다가 제가 생각해왔던 ‘너 자신의 삶을 살라’라는 말과 기본적으로는 같은 맥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성철 교수는 동국대 경주 캠퍼스의 불교학부 교수를 역임했다고 합니다. 서울대학 치과대학을 나오고 개업을 십여 년 하다가 불교학 연구에 자신의 생애를 다 바쳤습니다.
유튜브의 내용은 객관 세계에 있는 차 밖의 다른 차에 신경을 쓰지 말라는 것입니다. 소나타 타면서 자꾸 벤츠나 비엠다블유에 비교하여 기죽거나, 소형차가 옆으로 지나가면 으쓱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차 속의 주관 세계 속에서 자기 차만 열심히 진지하게 운전하면 행복하다는 요지입니다. 이건 자신의 삶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삶 속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말과 거의 비슷합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머릿속으로는 이게 가능하지만 실제 현실의 세계에서 과연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드는 게 사실입니다. 위대한 종교가들은 ‘욕심을 비워라‘라는 말을 선문답처럼 말하지만 인간의 모든 행동의 원동력은 ’욕심‘입니다. 밥을 먹으려고 해도 밥 먹으려는 욕심 없이 어떻게 그게 이루어지겠습니까. 좋은 대학을 가고 싶다면 누구보다도 자기 목표 달성의 욕심이 없이 가능할까요? 욕심을 버리라는 스님이 수행에 정진하고 있다면 그것도 자가당착인 것이 수행의 욕심이 있으니까 정좌하여 명상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 만큼 ’욕심‘이란 문제는 간단치 않은 것 같습니다. 남과 비교하여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분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간단히 비교하지 말라는 말이 적절한 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브런치‘에서 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이 있었고 지난 12월 20일 합격자 발표가 있었습니다. 저는 2021년 11월 26일 처음으로 브런치에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라는 제목의 수필을 게재했습니다. 요즘 조회수는 대개 20~50 정도이고 단 두 번 ’자연인의 허실‘ 수필과 ’호수‘라는 시로 몇백을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기록된 이유를 저도 잘 짐작이 안 되더군요. 구독자 수는 39로 나오네요. 구독자 수가 몇 천인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어떤 글을 쓰길래 저렇게 나오는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웃기는 게 통계에 신경 쓰지 말자고 하면서도 언제나 통계를 먼저 찾아서 봅니다. 그래도 50명 이상이면 기분이 좀 낫고 20명에서 질퍽대면 웬지 우울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에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게 된 것은 우연히 광고를 보고 밑져야 본전이겠지 하는 욕심이 생겨서 지금까지 쓴 글을 모아서 응모를 했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합격률은 10퍼센트나 될까 하면서 스스로 불합격 때의 충격을 방어하기 위한 잔수작을 부린 셈입니다. 그러나 한편 마음속으로는 합격되면 병원 식사 시간에 떡이라도 내어서 자축을 해야지 하는 망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2월 20일 불합격 소식을 듣자 약간은 기분이 얹잖아졌습니다. 젠장 이제껏 뭘 했길래 이런 신세지 하면서 제가 브런치에 들어온 속셈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2021년 11월에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여기 들어가 글을 올리면 재수 좋으면 돈 하나 안 들이고 책이 나올 수도 있겠네. 한 번 해 보자구‘ 하는 불순(?)한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막상 이런 결과가 되자 ’뭐하려고 브런치에 글을 싣지? 신경 쓰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내가 이제껏 혼자서 만들어 글을 올리던 네이버의 내 블로그에나 글을 올리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도 구독자 수가 별 수 없습니다만 두 군데다 애쓸 것 없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들은 말이 기억이 났습니다. ’네가 글을 쓴다면 누굴 위해 쓰는가? 단 한 사람의 구독자를 위해 글을 써라’ 그때 제 마음에는 제 처라는 단 하나의 구독자를 위해 글을 쓰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책을 낼 때 처에게 원고를 주면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지적해 주었습니다.
저의 수준 낮은 글들―브런치에서 확인해 주었습니만―을 그래도 ‘좋아요’를 때때로 눌러주는 구독자가 39명이나 되는데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미치자 마음을 다시 잡았습니다. 남은 여생 얼마 될지 모르지만 책을 10권 정도(현재까지 3권) 내자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출판하면 그것도 열등감이 있습니다. 이제껏 낸 책 두 권은 자비출판 했고 한 권은 운 좋게 친구 동생이 출판사를 하는 바람에 그분의 호의로 기획출판을 했습니다. 자비출판을 하면 주눅이 듭니다. 얼마나 책이 못났으면 출판사도 거들떠 보지 않는 책을 내겠다고 제 돈을 내냐.
순전히 나르시시즘(narcissism)에 빠진 건 아닌지. 남들은 출판사에서 모셔 가서 책을 내는 판에. 하지만 이것도 마음을 바꿨습니다. 제 돈으로 출판하여 친지들에게 공짜로 보내면 공치사하는 분도 있지만 진정으로 공감해 주는 분도 있어 기쁨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차피 고산준령의 인생도 아니고 동네 뒷동산 크기의 인생을 삐까번쩍하는 벤츠, 비엠다블유에 비교할 것도 없습니다. 김성철 교수의 말처럼 운전석에 앉아서 운전자의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