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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지리산 천왕봉에 못 올라갈까 봐 애간장 태우
더니 어느새 비봉산이 좋아졌다 아니 이젠 평탄한 나불천
이 편하다 티비 켜면 맨날 처먹는 것만 나오니 ‘처먹어봐
야 똥된다’고 빈정대는 내 식욕은 어머니가 피난 오면서
꾸려온 겨울 식해 한점이면 ‘닥상‘이다 고상한 플라토닉
러브보다 분성산길 길동무해 주는 마누라가 고맙지 자식
새끼들 일류대학 나오고 떵떵거리고 살길 바랬지만 밥먹
는 데 지장없으면 어떠랴 폼나는 의사되는 게 꿈이었는데
시시한 의사돼 버렸네 꿈깨길 잘했다 누구에게도 말 안
한 비밀을 오늘 고백한다 남 잘 되는 게 배가 아팠다고
두려운 건 병과 죽음인가 장자는 ’그저 받아들이라‘고 했
지만 아직은 자신이 없다 다만 슬퍼하거나 울지 않으면
그런대로 살아온 셈이다. 내 시시한 욕망 채우기의 진수는
달달한 시바스 리갈 하이볼 딱 한잔 먹고 사물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박이문의 『노장사상』에서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