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목 Jul 28. 2024

『의사 할배가 들려주는 조금 다른 글쓰기』 김명서

                


  저자가 쓴 책을 저자가 독후감을 쓴다고 하니 제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독후감을 쓰자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습니다. 김해 진례에 와서 근무하면서 알게 된 장유 율하카페거리를 시간이 나면 자주 가는 편입니다. 어느 날 보니 동네책방이 있었습니다. 간판 이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숲으로 된 성벽’입니다. 기형도의 시 제목이기도 합니다. 거기서 열리는 북토크에 세 번 참석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북토크를 경험한 셈입니다.


  북토크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에 이르자 갑자기 저도 북토크를 해보자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 욕심의 하나는 제가 쓴 글쓰기를 다른 사람과 많은 공감을 가져보자는 것과 다른 하나는 불순한 마음이지만 이렇게 하면 책이 한 권이라도 더 팔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쓴 책을 다시 읽고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또 ppt를 어떻게 작성하나 보려고 인터넷을 뒤졌습니만 제 역량으로는 무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어떻게든 해결을 보려고 생각은 합니다.


  이 책은 시나 소설 같은 문학책이 아닙니다. 글쓰기에 대한 저 자신의 경험담입니다. 독후감을 쓴다고 해도 제가 느낀 감동이나 정서가 아니라 글쓰기에 대한 정보입니다. 어쩌면 독후감이라기보다는 책소개에 그칠 것 같습니다. 제가 제시한 글쓰기 방법이 읽는이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제가 쓴 『의사 할배가 들려주는 조금 다른 글쓰기』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약 7년간 손주들과 글쓰기를 한 내용을 정리한 책입니다. 사실 원래 책 제목은 ‘몽상하는 촛불’이었는데 출판사에서 판매 전략상 독자에게 어필하려고 바꾼 것 같습니다. 


  손주들에게 글쓰기를 시킨 이유는 딴 데 있지 않습니다. 큰손주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손주들에게 딱히 물려줄 유산도 별로 없다면 내가 평생 공부해 온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해 주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시작한 것이 나탈리 골드버그의 ‘프리라이팅’이었으나 초등학교 저학년에는 무리였는지 실패했습니다. 글쓰기가 끝난 7년 후에 느낀 것은 글쓰기도 어린아이들이 어릴 때 배우는 피아노나 바이올린 배우기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글쓰기에 대한 기초가 없다 보니 너무 나이 들어 시작한 것이라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실제에서는 언제나 부족함을 느낍니다. 이것이 손주들에게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시켜야겠다는 또 하나의 동기가 됩니다.


  이것저것 하다가 큰손주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메타포 만들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4년을 더하다가 큰손주가 중학교 2학년 때 글쓰기는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학교생활이 바쁘다 보니 제가 보내주는 과제를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의 핵심은 메타포이며 ‘어떻게 메타포 문장을 만드냐’입니다. 책의 구성은 프롤로그, 제1장 은유의 주변은 ‘기초 다지기’이다, 제2장 상상과 발견은 창조의 기쁨이다, 제3장 은유의 실전은 백련자득의 길이다, 제4장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쓴 편지엔 세월이 묻어 있다, 에필로그로 되어 있습니다.


     

프롤로그     


  세상에는 유명하고 훌륭한 글쓰기에 대한 책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굳이 책을 쓴 이유는 손주들과 7년간 메타포를 중심으로 글쓰기 연습한 것을 정리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문학적 글쓰기는 상상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수사법이 있어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메타포야말로 상상과 발견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취향이고 평범한 진술로도 훌륭한 시나 소설을 쓰는 작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처음에 시도한 것이 나탈리 골드버그의 ‘프리라이팅’이었고 그 다음이 그림책을 보고 ‘눈으로 보이는 대로 쓰기’였습니다. 2018년 1월 6일부터 메타포 만들기 연습을 했습니다. 빌 루어바흐·크리스틴 케클러의 책 『내 삶의 글쓰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메타포 만들기의 예를 보았던 것입니다. 세 장면 쓰기(이건 제가 임의로 만든 말입니다)를 시켰습니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마시는 장면을 간단히 쓰면 이렇습니다. ‘나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셨다.“ 이것을 자판기에 동전을 넣는 장면, 커피가 나오는 장면, 커피를 마시는 장면, 이렇게 세 장면으로 세밀하게 쓰는 것입니다. 김상환 교수의 칸트에 관한 책을 읽다가 보니 거기에 분석명제, 종합명제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종합명제가 다름 아닌 메타포인 것을 발견하고 손주들 글쓰기에 적용시켜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브레인스토밍’도 해보았습니다.


  국어 교수도 아니고, 전문 작가도 아닌 그야말로 아마추어의 어쩌면 유치한 글장난 같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몇 년 지나다 다시 보니 외람되지만 저나름의 보람도 없지 않았습니다.  

   

메타포의 주변은 기초 다지기이다     


프리라이팅이라고 다 자유로운 건 아니다     


  어쩌면 저의 본격적인 글쓰기의 시작은 나탈리 골드버그와의 만남이었을도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책은 『뼈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비롯해서 다 읽고 요약정리했습니다. 나탈리 골드버그가 말한 프리라이팅의 3대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잘 쓰려고 하지 말고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써라. 둘째 거침없이 쉬지 말고 써라. 셋째 정한 시간, 예를 들어 십 분이 되면 무조건 연필을 놓아라. 그녀가 프리라이팅을 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거침없이 쓰면 우리의 내부의 검열관이 글쓰기를 저지하지 못합니다. 다른 하나는 가식 없는 마음과 야성에 닿을 수 있고 진정한 자라를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제 자신이 믿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때는 아마 글쓰기에 미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13년 1월 2일부터 ‘느티나무 이야기’라는 같은 제목으로 프리라이팅을 시작하여 2013년 3월 13일 100회로 끝납니다. 곧 이어 2013년 3월 14일부터 ‘봄비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시작하여 2013년 10월 28일 136회로 끝납니다. 평균 2,3일에 한 번 A4용지 한 장 글쓰기를 한 셈입니다. 지금은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언젠가 자비 출판이라도 하려고 합니다.     


2 A4 용지 한 장 쓰기     


  초보자는 우선 글쓰기의 질보다는 양을 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A4용지 한 장 채우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10분간 프리라이팅하면 A4용지 반 정도 쓰게 되었습니다. 저의 경우는 A4용지 한 장 쓰는 데는 약 23분 정도 걸렸습니다.     


베껴쓰기는 글을 퍼나르는 양수기가 아니다     


  베껴쓰기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은 이순원 소설가에게서였습니다. 2014년 이순원 선생님의 단편소설쓰기 인터넷 강좌를 2년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베껴쓰기를 하는데 단어 하나, 문구 하나를 옮겨쓰지 말고 아무리 긴 복문이라도 반드시 외워서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베껴쓰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효과가 당장 눈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적어도 1년 반 내지 2년은 걸리는 것 같았습니다.


  저의 주관적 생각입니다만 베껴쓰면 자기도 모르게 문장력이 좋아진다고 봅니다. 비문(非文)도 적어졌습니다. 이순원 선생님이 추천하는 작품을 소개합니다. 이광수 「무명」, 황순원 「소나기」, 이청준 「눈길」, 오정희 「중국인의 거리」 「완구점 여인」, 김승옥 「무진기행」, 최인호 「타인의 방」, 양귀자 「원미도 시인」, 윤대녕 「소는 여관으로 돌아온다 가끔」, 서하진 「제부도」, 김애란 「달려라 아비」, 황석영 「삼포 가는 길」, 윤흥길 「꿈꾸는 자의 나성」, 한수산 「사월의 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광수의 「무명」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쳐쓰기는 대장장이의 노동이다    

 

  『초등 글쓰기 좋은 질문 642』에 나오는 질문을 글쓰기의 과제로 주었습니다. 가장 문제가되는 것은 반복되는 단어였습니다. ‘나는~’, ‘~처럼’, ‘~같이’,  접속사 ‘그런데’, ‘그리고’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것 고치는 데 2년 정도 걸렸습니다.


  맞춤법은 논외로 하고 시제가 일치하지 않고 제멋대로였습니다. 문단을 적당히 나눌 줄 몰랐습니다.    

  

사물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것은 저의 독창적인 생각은 아닙니다. 진주 과학기술대학의 평생교육원 시창작 교실에서 2020년부터 약 2년 동안 박종현 선생님에게 배운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 이토게이치(伊藤桂一)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가 사물을 보는 방법인데 원래는 ’사물을 보는 시각의 차이‘라고 해서 아홉 가지로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요약하면 다섯 가지가 됩니다.


①사물의 외면

②사물의 내면

③사물의 감정

④주변 사물과의 관계

⑤사물 너머의 영적 세계. 즉 영혼, 신과 우주.


  제가 틈만 나면 올라가고 있는 집 근처에 있는 143미터의 나지막한 산, 비봉산이 있습니다. 가다 보면 수령이 350년 된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느티나무라는 사물을 그냥 보지 말고 다섯 가지 면을 살피라는 말입니다.     

글은 왜 쓰나     

  박종현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때였습니다. 선생님은 행복해지기 위해 글을 쓴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그때는 그 말이 뜨악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한 번도 글을 쓰고 나서 행복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네스트 헤밍웨이도 행복해지기 위해서 글을 쓴다는 말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의 천견(淺見)으로는 저 자신이 생각을, 마음을 정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어쨌든 머릿속이 정리가 안 되었을 때 글을 쓰고 나면 뭔가 편안하고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듭니다. 다음으로는 속되게 말하면 잘 난 체하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말로 말하면 뭔가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것입니다. 칸트의 심미적 판단도 있습니다. 어떤 아름다움에 대한 감성이 우리의 이념(이성) 만나 인식의 자유로움과 함께 마음에 생기(esprit)가 일어나는 정신의 원리입니다. 붉은 장미의 아름다움이 ’사랑‘이라는 이념과 만날 때 미적 쾌감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붉은 장미는 사랑의 숨길을 껴안는다’라는 문장이 있다면 붉은 장미라는 구체적 감성이 ‘사랑’이라는 관념어와 만나서 이미지를 만들어 우리는 관념어에 머물지 않고 상상의 이미지를 봄으로써 관념을 넘어서 미적 쾌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저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책이 세 권 있습니다. 오규원의 『현대시 작법』, 나탈리 골드버그의 『글쓰며 사는 삶』 수잔 티베르기앵의 『글 쓰는 삶을 위한 일 년』입니다. 오규원에게서 배운 것은 시적 대상에 대한 관점과 지각입니다. 시적 대상에는 관념적 대상과 실재적 대상이 있습니다. 전자에는 풍자적 지각과 해석적 지각이 있고 후자에는 사실적 지각과 감각적 지각이 있습니다. 저의 시에는 주로 실재적 대상이면서 감각적 지각, 즉 이미지를 주로 합니다. 나탈리 골드버그를 통해서 글쓰기의 발을 들여놓은 셈입니다. 수잔 티베르기앵에게서 산문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그녀의 「배나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산문시의 예를 보여줍니다. 평범하게 집 앞마당에 있는 늙어가는 배나무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장면이 바뀌어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가 등장합니다. 마지막에 반 고흐의 「꽃을 피운 배나무」 그림이 그려진 엽서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넓은 의미의 메타포입니다. A문단=B문단=C문단이 그것입니다. 이와 같은 작법을 하는 시인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본의 이노우에 야스시(井上靖)가 있습니다. 그는 원래 마이니치 신문기자를 하다가 시를 썼지만 나중에는 일본에서도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습니다. 그의 시집을 제가 혼자 번역했습니다만 저작권 때문에 저의 블로그에 올리지 않고 혼자 갖고 있습니다. 그의 유명한 시 「엽총」이 딱 이런 수법입니다.



아이들이 잘 빠지는 함정     


  아이들이 저학년일수록 잘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같은 단어를 계속 반복합니다. 직유법 ‘~처럼‘, ’~같이‘를 많이 씁니다. 저는 손주들에게 글쓰기 연습을 시킬 때 일부러 ’절대로‘ 직유법을 쓰지 말라고 강압했습니다. 접속사, ’그런데‘, ’그리고‘ 등이 너무 많습니다. 문단으로 나누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이런 것을 교정하는 데 거의 2년이 걸렸습니다.     


꼬시기 작전     

  칠 년 동안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과제를 내주던 것이 2주일에 한 번으로 바뀌고 나중에는 한 달에 한 번도 버거웠습니다. 그 중에는 그나마 쓰지 않겠다고 땡깡부리는 녀석도 나왔습니다.


  제가 과제를 이메일로 아들에게 보내면 손주들이 그걸 보고 공책에 답을 적습니다. 그것을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보내면 저는 다시 컴퓨터에 옮겨 적고 강평을 씁니다. 그 결과물을 다시 아들에게 보내서 손주들에게 보이면서 설명을 합니다. 이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아들과 며느리들도 마음 고생했습니다. 시아버지가 설치니 거역할 수도 없고 자식놈들은 요리저리 빼고 하는 그 틈바구니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입니다. 그것도 하루이틀이 아니고 7년 동안이나 했으니 말입니다. 진짜의 위기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큰손자와 어쩌다가 전화하다가 과제 안 한 것을 가지고 설왕설래하는데 옆에서 듣던 아들이 화가 나서 소리를 뻑 질러버렸습니다. 자기가 오만 미끼를 주면서 달래가며 시켰는데 정작 공부를 안 하니 열이 뻗친 겁니다. 그때는 마음이 착잡했지만 손주가 답을 주든 말든 상관 말고 저는 과제만 주자고 타협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손주들의 설문조사     

  어느 날 손주들이 과연 이 글쓰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나 하는 생각이 나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추려봅니다.     

①처음 시작할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하기 싫었던 것 같다.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②하면서 제일 좋았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은유는 할 만했다.

∙은유가 그나마 좋았다.

③하면서 제일 싫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글쓰기가 너무 귀찮았다.

∙시간이 너무 걸렸다.

④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글쓰기 구상하는 것이 어려웠다.

∙메타포를 스토리와 연관시키는 것이 어려웠다.

⑤글쓰기 실력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도움이 된 것 같다

∙다른 학생들보다 더 창의적이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⑥그림 보고 쓰기, 프리라이팅, 은유, 세장면 쓰기, 브레인스토밍 중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은유

∙브레인스토밍

⑦그 외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종합명제 문제도 많이 내 주세요.

∙감사합니다.          



II 상상과 발견은 창조의 기쁨이다    

 

은유는 몽상하는 촛불이다     


  이 챕터는 다음 챕터인 은유의 실천편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설명한 곳입니다. 제가 글쓰기를 시작한 대학교 예과 2학년 때는 물론이고 2001년 인터넷 시창작 교실(포엠토피아)에서 배울 때까지도 메타포가 뭔지 잘 몰랐습니다. 국어책에서 설명하는 비유법이라는 정도만 알았습니다.


  제게 메타포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준 책이 두 권 있습니다. 하나는 엄희경 교수의 『은유』였고 다른 하나는 빌 루어바흐·크리스틴 케클러의 『내 삶의 글쓰기』였습니다.


  엄희경 교수의 책을 읽음으로써 메타포에는 유사성을 축으로 한 메타포와 차이성을 축으로 한 메타포의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는 메타포 하면 전자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김동명의 시 ’내 마음은 호수요‘에서 A=내 마음, B=호수는 유사성을 축으로 한 메타포 문장입니다. 이것을 차이성을 축으로 한 메타포 문장을 만들려면 ’내 마음은 호수의 문을 흔들었다‘로 됩니다. A=내 마음, B=호수의 문은 A와 B의 층위의 차이성을 유지하면서 두 사물을 연결시킴으로써 새로운 의미와 이미지를 만들어 냈습니다.


  빌 루어바흐의 책에는 메타포를 훈련하는 방법이 간략하게 나옵니다. 이 책은 제가 2011년에 처음 읽었는데 그 당시는 이런 깊은 뜻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이 발견이야말로 제 인생에서 컬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너무 중요해서 조금 길지만 원문을 인용하겠습니다.


  「메타포를 만드는 간단한 방법」에서 A항목과 B항목에 각각 11개의 단어가 있습니다. A항목의 단어와 B항목의 단어를 연결하여 문장을 만들므로써 메타포가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봅니다. ’이혼에는 쇠스랑 소리가 난다.‘                    

 

   

   2018년 1월 6일부터 빌 루어바흐 식의 메타포 만들기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A항목은 궁전, 넓은 도로, 골목길, 황금, 시작이었고 B항목은 탁 트인 하늘, 뜨거운 햇볕, 소낙비, 비바람, 담벽 틈새였습니다. 처음에 쓴 아이들의 문장은 대부분 진술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궁전에서 탁 트인 하늘을 본다.‘였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2년 2월 14일 과제는 A항목은 몰티즈, 신발, 상처, 마스크, B항목은 문화, 통일성, 질서, 균형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만든 메타포입니다. ‘마스크는 어쩌다가 질서의 아버지가 되었다.’ ‘마스크가 통일성을 덮었더니 변종 코로나가 나타났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장은 글 읽는 사람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간단명료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간단명료한 문장은 논리적인 글쓰기, 예를 들어 자기계발서, 보고서, 자기소개서 같은 경우입니다. 문학적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상상에 근거하므로 간단명료한 것이 아니라 애매모호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다의성을 갖게 되고 읽는 사람마다 그 문장의 느낌이 다릅니다. 그러한 문장을 만드는 데는 진술보다는 메타포가 적당합니다.


  2018년 1월 6일 처음으로 메타포 만들기 연습할 때 아이들은 메타포를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 때 손주 한 명이 ’할아버지 말도 안 되는 소리하면 되는 거지요’라고 하길래 바로 그거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아이들이 메타포를 만든 것이 있습니다.

∙골목길이 뜨거운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절교를 했다.

∙황금이 뜨거운 햇볕에게 화상을 입었다.     


지상렬 식으로 글쓰기     


  개그맨 지상렬은 언술이 독특합니다. 그의 언술은 메타포를 잘 구사합니다. 그의 상식 밖의 말에 동료들이 더 놀래고 신기해 하는 것을 티비에서 종종 보았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지상력 식 말하기는 종합명제이기도 합니다.

∙구라도 마일리지가 이제 53살 아니에요?

∙혈압이 장난이 아니야. 지금 마운틴이야.

∙너가 왜 내 인생에 깜박이 켜고 들어와?


  김상환 교수의 『왜 칸트인가』를 읽다가 놀라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분석명제과 종합명제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명제(proposition))는 논리학에서 참과 거짓을 물어보는 뜻이 담긴 것을 의미합니다. 분석명제(analytic proposition)는 분석판단을 내용으로 하는 명제입니다. 반면에 종합명제(synthetic proposition)는 종합판단을 명제로서 표현한 것입니다.


  분석명제에서는 술어에 해당하는 속성이 주어에게 이미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각형은 세 변을 가진다‘에서 술어는 주어 삼각형의 속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명제는 보편적이고 필연적입니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쓰는 대부분의 문장은 분석명제로 되어 있습니다.


  종합명제에서는 주어에 없는 속성이 술어에 의해 덧붙여집니다. 예를 들어 ’이 삼각형은 초록이다‘. 이때 ’초록‘은 삼각형의 정의에 없는 요소입니다. 종합명제는 보편적이지도 않고 필연적이지도 않습니다. 다만 개연적입니다. 종합명제는 대부분 차이성을 축으로 한 메타포입니다.


  엄경희 교수도 『은유』에서 종합명제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엄경희 교수는 ’주어의 속성‘이라는 말 대신 ’선택 제약‘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엄경희 교수는 강은교 시인의 「자전 I」이란 시에 나오는 시구들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빈 뜰이 넘어진다

∙사람은 혼자 펄럭인다

∙햇빛이 도시를 끌고 간다

∙여자들은 떨어져 쌓인다

∙집이 흐느낀다     


 세 장면 쓰기     


  세 장면 쓰기‘는 공식적인 용어가 아닙니다. 제가 임의로 만들어 낸 말입니다. 10년도 전에 저의 노트북에 어떤 분의 글이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먹는 것을 간단히 ’나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먹었다‘라고 쓸 수도 있지만 이것을 세 장면 혹은 그 이상으로 세밀하게 묘사할 수 있습니다.


①그는 동전을 자판기에 넣는다

②스위치를 누른다

③플라스틱 뚜껑을 열고 컵을 뽑아들고 커피를 마신다.


  각 장면을 세밀히 묘사합니다. 예를 들어 세 장면을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5백원짜리 은화가 반짝이는 것을 보면서 그는 반짝이는 강물을 생각했다. 스릿으로 된 구멍의 안쪽은 무한히 넓은 어둠이라는 것을 느끼면서 그는 동전을 살며시 집어넣었다.

∙블랙과 밀크와 여러 가지 메뉴가 갑자기 어른거리는 복권 돌리기판처럼 윙윙 돌아가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어느 것을 눌러야 할지 모르겠다는 망설임과 곤혹감이 흘낏 지나갔다. 사는 것은 이렇게 형편없는 선택의 연속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3백 원짜리 커피도 기다려야 한다. 모든 것이 찰 때까지. 천천히 무슨 판결문을 읽듯 뽑아들고 코앞을 지나가는 향수를 맡았다. 싸구려 커피도 어떤 고급 커피처럼 품위를 느낀다. 반환 레버를 당기면 잔돈 떨어지는 소리가 커피값에 비해 엄청나게 크게 들린다.

∙입속으로 퍼져가는 커피향과 푸름의 배합이 뇌수의 어디를 흔들어 놓는다.

  세 장면 쓰기의 장점은 묘사가 디테일해지고 이것이 좀 더 극대화하면 의식의 흐름을 쓰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또 원고량이 모자랄 때 이렇게 세밀하게 쓰면 원고량을 수월하게 채울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단점이랄까 하는 것은 글의 진도가 나아가지 않아 지루해질 수 있습니다.     


그림 보고 보이는 대로 글쓰기     


  아이들에게 시각을 통해 보이는 대로 쓰는 글쓰기를 해 보았습니다. 교제는 세잔이나 고흐의 그림책을 보고 썼습니다. 이때 해야 할 일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꼼꼼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감정을 배제합니다. 의미는 생각하지 말고 눈에 보이는 대로 씁니다. 다른 하나는 대상을 보고 설명하지 말라입니다. 설명하려면 관념어를 쓰기 쉽습니다.


  아래 글은 2017년 1월 14일 초등학교 3학년 손자가 썼습니다. 제목은 고흐의 그림 「아를의  빈센트 방」입니다.     


    빈센트의 방은 파란색과 하늘색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연한 황토색 의자가 왼쪽 문 앞에 하나, 침대 옆에 하나가 있다. 바닥은 초록색과 갈색이 있고 파란 2개의 문이 있다. 책상은 갈색이고 서랍이 하나 있고 그 위에는 주전자, 컵, 맥주 등등이 있고 벽에 수건이 걸려 있다. 그리고 침대는 갈색이고 베개와 메트리스는 흰색, 이불은 빨간색이다. 벽에는 파란 셔츠가 걸려 있다. 그리고 벽에 거울과 빈센트의 사진들이 액자에 걸려 있다. 창문은 초록색이고 조금 열려 있다. 그리고 의자 다리가 야구 방망이 같고 내가 이 방에서 살고 싶다. 파란 셔츠가 걸려 있는 옷걸이는 갈색이다. 바닥은 원래 다 초록색이었는데 바닥이 벗겨져서 갈색도 있는 것 같다. 액자 틀은 갈색이고 노란 액자들도 있다. 수건과 액자는 못에 걸려 있다.   

  

  접속사 ’그리고‘가 세 번이나 나옵니다. 감정을 넣지 말라고 했는데도 손자는 ’내가 이 방에서 살고 싶다‘라고 썼습니다.

      

세잔의 그림을 보고 메타포 만들기     


  바버라 베이그는 『하버드 글쓰기 강의』에서 말했습니다. “상상력이란 감각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마음 속에 그림을 그려주는 정신적 기능이다.“ 세잔의 그림과 이수동의 그림을 가지고 저는 상당히 오랫동안 평범한 진술보다는 메타포를 사용하여 그림의 이미지의 다의성, 상상과 발견하면서 짧은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손주에게 적용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세잔의 그림 「생 빅투와르 산과 절개길」을 가지고 제가 쓴 글은 이렇습니다.     

    생 빅투와르 산은 내가 평생 쌓아올린 형이상학이다. 몸에 각을 세우고 서 있는 것은 사는 것이 전율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내가 품은 말들은 형태도 없이 산의 어둠에 잠겼다. 나의 절망을 가른 절개길을 따라가면 견디고 있는 푸른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저 푸른 하늘에 구름의 한적함은 언제나 나의 능력 너머에 있는 평온함이다. 하지만 나는 멀리서 쳐다보아야만 한다. 시원하게 뚫고 지나가는 직선의 길들은 내가 타기해야 할 상투성이다. 지붕이 붉은 조그만 집에 들어앉아 조그만 창을 내고 프루스트처럼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야겠다.          

7 ’브레인스토밍은 무의식이 찾아가는 길이다     


  브레인스토밍이란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여러 사람이 생각나는 대로 마구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방법입니다. 주로 기업에서 사원들의 아이디어를 이런 식으로 모집하여 새로운 상품이나 영업 방법에 이용한다고 합니다. 저는 시나 산문을 쓸 때 무언가 잘 풀리지 않거나 진행이 안 되면 이 방법을 써먹었습니다.


  예를 들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13분 소요)을 듣습니다. 각 장을 듣고 머릿속에 생각나는 이미지를 단어, 문장 등으로 무엇이든지 노트에 적습니다. 엉뚱한 것일수록 좋습니다. 각 악장마다 자신이 브레인스토밍한 재료를 가지고 문장을 만들어 냅니다.


  문맥이 맞는지 여부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나중에 주제에 맞는 것을 취사선택하면 됩니다. 우리의 무의식이 풀어놓은 말은 겉보기에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것은 줄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브레인스토밍에도 자기가 말하고 싶은 의미가 담깁니다. 예를 들어 봅니다.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하기

1악장(6분): 어둠 속에 혼자 서 있다. 가망이 없어 보인다. 쓸쓸하다. 삶은 꿈을 꾸고 있다. 머리가 이별 속에서 온다. 비밀의 문앞에 있다. 연인과 헤어짐.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산 정상이 아직 많이 남음. 앉아서 좌절 중. 의식을 잃고 있다. 길을 잃어버렸다. 눈앞이 보이지 않는데 눈물이 나옴. 고독하게 산책.    

 

⇒어둠은 혼자가 아니다. 어둠과 같이 있어도 가망은 돛단배를 타고 가물가물 멀어진다. 내 삶은 꿈속에서 걷고 있다. 이별이 내 머리 속에서 걸어나온다. 비밀로 들어가는 문앞에서 나는 멍청히 서 있다. 연인과의 헤어짐이란 나뭇잎이 떨어짐이다. 헨드폰이 떨어지면서 내 이별을 소리친다. 산 정상은 걸으려면 아라비안 나이트가 되어야 한다. 좌절은 나를 서 있지 못하게 하고 앉으라고 한다. 의식이 길을 잃었다. 나오는 눈물이 눈앞을 막았다. 산책하는 나에게 고독이 질리도록 따라오면서 중얼거린다.      


  위의 글들은 뒤죽박죽인 것을 발견합니다. 그 중에서 어떤 흐름(주제)에서 벗어난 것은 과감히 버립니다. 브레인스토밍으로 연상한 것은 무의식의 흐름입니다. 무의식도 말하고자 하는 하나의 주제가 있습니다.

  브레인스토밍은 시 쓰기에도 응용할 수 있습니다. 예들 들어 「겨울비」라는 제목으로 시를 쓴다고 합시다. 시상이 잘 안 떠오르면 브레인스토밍을 해 봅니다. 공책에 적어 놓은 단어들을 가지고 A=B로 메타포를 만들든지, 한 단어를 주어로 선택하여 종합명제를 만들어 봅니다. 모은 것 중에 「겨울비」의 이미지와 상관없는 것은 버립니다. 「겨울비」에 맞는 이미지만을 선택하여 완성합니다.  


        

III 은유의 실전은 백련자득(百鍊自得)이다     


은유를 만들려면 우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자     


  은유의 실전 연습을 2018년 1월 6일부터 2022년 5월 17일까지 4년 넘게 했습니다. 손주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메타포를 가르치면서 그것은 저에게 공부가 되었습니다.


  사실 챕터1과 챕터2는 챕터3을 위한 사설(辭說)이기도 합니다. 챕터3이야말로 이 책의 메인디쉬(main dish)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글쓰기 방법의 개념을 설명하는 책이 아닙니다. 어린 손주들이 처음에 어떻게 메타포를 쓰는지를 보여주고 4년이 지난 후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이 책에서도 손주들이 실전한 글쓰기를 전부 보여줄 수 없어 처음 시작한 2018년의 기록과 마지막인 2021년, 2022년까지의 네 명의 손주의 글을 실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것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각 연도별로 손주 한 명의 글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실전에 실제로 사용한 글쓰기 방법은 일곱 가지입니다. ①메타포 만들기, ②질문에 답하기, ③세 장면 쓰기, ④그림 보고 쓰기, ⑤시 쓰기에서 ‘사물의 본질’ 찾기, ⑥종합명제 만들기, ⑦브레인스토밍이 그것입니다.  

 

  빌 루어바흐 식의 메타포 만들기가 주목적입니다. 큰손주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18년 1월 6일에 쓴 것과 2021년 8월 1일 때 쓴 것을 비교해 보기 바랍니다.     

2018년 1월 6일 토요일                     


----------------------------------------------------------------

순유(5)     

궁전이 탁 트인 하늘 아래 심심하게 앉아 있다.

궁전이 햇볕 때문에 눈부셔하고 있다.

궁전이 소낙비 때문에 몸이 다 젖었다.

궁전이 비바람 때문에 콧물이 날라고 한다.

5 궁전 안에 담벼락 틈새에서 나온 쥐가 들어가려고 해서 싫어하고 있다.  

   

1 넓은 (활주로) 도로에 있는 비행기가 탁 트인 하늘로 날라가고 있다.

2 넓은 도로가 뜨거운 햇볕에 뜨거워지고 있다.

넓은 도로가 소낙비에 홀랑 젖어서 슬퍼한다.

넓은 도로에 비바람 때문에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서 슬퍼하고 있다

5 넓은 도로에 담벽이 있는데 담벽 틈새가 생겨서 넓은 도로가 그 틈을 고치려고 한다.

     

골목길이 탁트인 하늘 때문에 소풍을 가고 싶어한다.

골목길이 뜨거운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절교를 했다.

골목길이 소낙비 때문에 저체온증에 걸렸다

4 골목길에 비바람 때문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골목길이 담벽틈새로 들여다 보고 있다.     


황금이 탁트인 하늘 아래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황금이 뜨거운 햇볕에 화상을 입었다.

황금이 소낙비가 오니까 태풍이 올까봐 겁을 먹었다.

황금이 비바람 때문에 오돌오돌 떨고 있다.

황금이 담벽 틈새로 들어가서 주인한테 가려고 한다.     


1 시장이 탁 트인 하늘 아래에서 물건을 팔고 있다.

시장이 뜨거운 햇볕 때문에 장사가 안 되어서 싫어하고 있다.

시장이 소낙비 때문에 파라솔과 팔 것이 다 젖어서 슬퍼하고 있다.

시장이 비바람 때문에 파라솔이 날라가고 아수라장이 돼서 이사를 갔다.

5 시장에 담벽 틈새에 해충이 나와서 사람이 싫어하고 있다     

                                                                 *     

1. 잘 썼네. 아이들이라 그런지 역시 어른인 나보다 발상이 신선하네.

2. 줄 친 부분은 내 생각에는 신선한 발상의 예들이다.     

-----------------------------------------------------------------------------     

2021년 8월 1일 일요일                    


----------------------------------------------------------------

순유(2)     

1 칼이 영혼을 베었더니 막대기가 되었다.

2 칼이 성찰과 일체가 되었더니 닌자가 되었다.

3 칼은 지조의 아들이다.

4 칼이 환상에 박치기를 했더니 장난감용 칼이 되었다. 

    

1 빛이 영혼한테 직진했더니 목숨이 두 개가 되었다.

2 빛이 성찰을 왕따시키면 어둠이 된다.

3 빛이 지조를 흡수했더니 태양이 불사신이 되었다.

4 빛이 환상에게 먹혔더니 디즈니랜드가 되었다.     


1 감자는 영혼의 머리통이다.

2 감자가 성찰한테 잽을 한 대 날렸더니 고구마를 존경하게 되었다.

3 감자는 지조의 창조물이다.

4 감자가 환상 속에서 잠을 자다가 아이스크림이 되었다. 

    

1 잠은 영혼의 놀이동산이다.

2 잠이 성찰을 재워주었더니 하루만에 억만장자가 되었다.

3 잠은 항상 지조랑 싸운다.

4 잠과 환상이 결혼해서 낳은 자식이 꿈이다.     


                             *     


1 은유는 잘 하네. 그 중에서도 ‘잠과 환상이 결혼해서 낳은 자식이 꿈이다.’는 정말 기똥차다!!

2 내가 진주에서 말한 종합명제를 항상 기억하고 산문을 쓸 때 이용해라. 다시 복습하면 종합명제는 주어의 속성 중에 없는 것을 서술어로 사용한다.

3 잘 했다.

4 세 장면 쓰기도 은유를 잘 사용해서 써라. 제발!!         

 

2 ‘질문에 답하기의 관건은 은유의 구사에 달렸다     


  『창의력을 키우는 초등 글쓰기 좋은 질문 642』를 보고 문제를 내었습니다. 다음과 같은 원칙을 잊지 말라고 했습니다.

①문제를 보고 머릿속에 그림을 그릴 것

②눈에 보이는 대로 쓸 것

③거기서 구체적 사물 두 가지를 골라 은유를 하나 이상 쓸 것

④나머지는 그냥 이야기하듯이 쓰면 된다. 

    

2019년 7월 20일 토요일     

002 여러분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피자를 개발하라는 과제를 받았어요. 어떤 재료를 골라 무슨 피자를 만들건가요? (You've been assigned the task of inventing the world's greatest pizza―what ingredients will you choose?)     

-----------------------------------------------------------------------------

서우(2)(2021.9.19.)     

The Kindness Pizza     

If I was the greatest chef, I will make a pizza called The kindness pizza and I will add sweet and juicy apples from the Love tree, crunchy and healthy green pepper from the kindness tree, salty and yummy cheese from the respectful tree, and red and juicy tomatoes from the funny tree. And for the olive oil, it comes out from Superman’s laser eye. For the pizza dough it come from the humans skin!

 THE END 

 I hope you enjoyed Jeslyn’s Kindness Pizza!!!!     

                                          *     

친절 피자

----ⓜ(metaphor) ----ⓢ(statement)     

만약 내가 최고의 요리사였다면, 나는 친절피자라고 불리는 피자를 만들 것이고 그리고 사랑나무의 달콤하고 즙이 많은 사과를, 친절나무의 아삭아삭하고 건강한 피망을, 존경받는 나무의 짜고 맛있는 치즈를, 그리고 웃기는 나무의 붉고 즙이 많은 토마토를 첨가할 것이다. 

----ⓜ

올리브 오일은 슈퍼맨의 레이저 눈에서 나온다. ----ⓜ

피자 반죽은 인간의 피부에서 나온다!----ⓜ

끝.

제슬린의 친절 피자를 맛있게 드셨기를 바래요!!!!----ⓢ


                                           *     

1 와우!! 서우 정말 잘 썼네. 왜 그런지 볼까.

2 첫문장이 완전히 압도하네. 나는 처음에 나이도 어린 아이가 뭔 문장을 이렇게 길게 썼지?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문장을 분석해보니 이건 어른도 쓰기 힘든 문장이다.

3 왜냐고? 아래 다섯 가지 은유가 나오기도 하지만 문장의 구조가 균형이 어그러지지 않고     완벽하다. 

①친절피자가 은유다. 친절=피자

②사랑나무의 달콤하고 즙이 많은 사과를

③친절나무의 아삭아삭하고 건강한 피망을

④존경받는 나무의 짜고 맛있는 치즈를

⑤웃기는 나무의 붉고 즙이 많은 토마토를      

여기서 그냥 ‘나무에서 달콤하고 즙이 많은 사과를’ 라고 했다면 은유도 아니고 그냥 평범    했을 것이다. 사랑나무, 친절나무, 존경받는 나무, 웃기는 나무라고 했기 때문에 멋있는 은    유가 된 것이다.

4 짧지만 잘 썼다. 앞으로 서우 글쓰기가 기대된다.      


세 장면 쓰기는 의식의 흐름이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는 장면을 생각해 봅니다. 대개는 이렇게 쓸 것입니다. ‘나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셨다.’ 이 장면을 세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장면으로 나누어 묘사하는 것입니다. 

①그는 동전을 자판기에 넣는다

②스위치를 누른다

③플라스틱 뚜껑을 열고 컵을 뽑아들고 커피를 마신다.  

   

문제13) 보리 국어 사전을 펴다     


*세 장면 쓰기의 정확한 의미를 이제는 잘 알겠지. 보리 사전을 펼 때, 볼 때, 사전을 닫을 때의 세 장면을 세밀하게 쓰는 것이다. 

*knife: 길이가 짧은 칼. sword: 길이가 긴 칼

*지조(志操/뜻 지, 잡을 조): 원칙과 신념을 굽히지 아니하고 끝까지 지켜 나가는 꿋꿋한 의지.

*질보다 양이라고 했지. A4 용지 1장, 즉 200자 원고지 10장을 써라.     

-----------------------------------------------------------------------------

순규(6)     

1. 보리사전이 입을 열다.

나는 너무 배가 고파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으로 보리가 쓰여있는 사전을 열었다.

보리사전은 나에게 윙크를 날리고는 부끄럼을 타는지 숨어버렸다.

갑자기 내가 최면에 빠져드는 것 같은 느낌이 나를 지배했고 나는 그 윙크가 최면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면서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2. 보리사전을 보다.

내가 정신을 차렸더니 나는 고유명사로 보리사전 안에 박혀 있었다. 그러자 보리사전 안에 있는 글자들이 나를 신입생이라고 노려보는 것 같았다. 그러고는 글자들이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나는 오직 서열정리라고 느껴지기 따를 뿐이었다. 나는 지기 싫어서 내 팔들을 움직여 볼라고 했다. 그러나 내 팔은 한국어로 ‘팔’이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온몸을 다 보았지만 한국어로 쓰여 있는게 전부였다. 나는 느꼈다 이 글씨들이 내 팀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반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격을 했는데 공격을 맞은 글씨들은 사라지고 있었다. 그렇다. 이 세상에서 그런 단어는 사라지는 것이었다. 나는 기쁜 마음에 공부라는 단어를 사라지게 할려고 했는데 공부는 이 세상에서 왕이나 다름없는 단어였다. 나는 하는수없이 돌아섰지만 ‘놀기’ 라는 단어들이 반역을 일으킬려고 했었다. 나는 그 녀석들과 한패가 되어 계략을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어떻게 탈출할까 라는 마음도 조금씩 내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1일 후 공부는 갑자기 몹쓸 병에 걸렸다. 우린 그 틈을 타서 방귀라는 첩자를 보내 암살시킬 계획이었다. 그러자 결국 공부가 죽자 나는 다시 어떻게 나갈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자 착한 글씨들이 나를 순간 이동시켜줘서 나는 밖으로 나갔다.  

   

3,보리사전이 입을 닫다.

나는 밖으로 나간 뒤 다시는 이 책을 절대로 열어보지 않겠다면 다짐하고 책을 닫았다. 그리고 뒷면에 이 책에는 당신의 미래를 미리 보여줄 마법이 있습니다라고 씌여 있었다. 그렇다 이 모험은 계속 이어진다.     


                                         *


보리 국어 사전을 펴다

---ⓜmetaphor ---ⓢstatement     


1. 보리사전이 입을 열다.

나는 너무 배가 고파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으로 보리가 쓰여있는 사전을 열었다.--ⓢ

보리사전은 나에게 윙크를 날리고는 부끄럼을 타는지 숨어버렸다.---ⓜ

갑자기 내가 최면에 빠져드는 것 같은 느낌이 나를 지배했고 나는 그 윙크가 최면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면서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     


2. 보리사전을 보다.

내가 정신을 차렸더니 나는 고유명사로 보리사전 안에 박혀 있었다. ---ⓜ(우와!! 멋있네)

그러자 보리사전 안에 있는 글자들이 나를 신입생이라고 노려보는 것 같았다. ---ⓜsimile

그러고는 글자들이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나는 오직 서열정리라고 느껴지기 따를 뿐이었다. ---ⓢ

나는 지기 싫어서 내 팔들을 움직여 보려고 했다. ---ⓢ

그러나 내 팔은 한국어로 ‘팔’이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온몸을 다 보았지만 한국어로 쓰여 있는 게 전부였다. ---ⓢ

나는 느꼈다. 이 글씨들이 내 팀이라는 것을 알았다. ---ⓜ

나는 반격하기 시작했다. ---ⓢ

그러나 공격을 했는데 공격을 맞은 글씨들은 사라지고 있었다. ---ⓜ

그렇다 이 세상에서 그런 단어는 사라지는 것이었다. ---ⓢ

나는 기쁜 마음에 공부라는 단어를 사라지게 하려고 했는데 공부는 이 세상에서 왕이나 다름없는 단어였다. 

---ⓜ

나는 하는수없이 돌아섰지만 ‘놀기’ 라는 단어들이 반역을 일으키려고 했었다. ---ⓜ

나는 그 녀석들과 한패가 되어 계략을 세우고 있었다. ---ⓢ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어떻게 탈출 할까라는 마음도 조금씩 내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

그리고 1일 후 공부는 갑자기 몹쓸 병에 걸렸다. ---ⓜ

우린 그 틈을 타서 방귀라는 첩자를 보내 암살시킬 계획이었다. ---ⓜ

그러자 결국 공부가 죽자 나는 다시 어떻게 나갈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

그러자 착한 글씨들이 나를 순간 이동시켜줘서 나는 밖으로 나갔다.---ⓜ  

   

3,보리사전이 입을 닫다.

나는 밖으로 나간뒤 다시는 이 책을 절대로 열어보지 않겠다면 다짐하고 책을 닫았다. ---ⓢ

그리고 뒷면에 이 책에는 당신의 미래를 미리 보여줄 마법이 있습니다 라고 씌여 있었다. 

---ⓢ

그렇다 이 모험은 계속 이어진다.---ⓢ     


                                            *     


1 우와!! 순규야 2번의 보리 사전에 들어가는 상상력은 정말 빼어나다(excellent). 축하한다.     너의 상상력을. 사실 2번 쓰는 걸로 게임 끝났다. 

2 총 24개 문장 중에 13개가 은유이다.

3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이 두 가지 보인다.

①‘나는‘이라는 단어가 10번이나 나온다. 어쩔 수 없이 반복할 수밖에 없는 수도 있으나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같은 단어를 반복하면 2번의 탁월한 상상력을 훼손시킨다. 이건 글쓰기 하면서 내가 수도 없이 주의준 것인데 요즘 글쓰기를 자주 안 하다보니 잊어버렸는가 본데 다시 한번 머릿속에 명심해 두어라.

②그러나, 그리고 등의 접속사를 9번이나 남발하고 있다. 접속사도 안 쓸 수 없지만 될 수 있는대로 안 쓰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논리적으로 꼭 필요할 때만 써야 한다. 여기서의 접속사는 대부분 생략해도 아무 지장이 없다. 이것도 꼭 기억해 두어야 한다. 옛날에 다 했던 말들이다.

4 수고했다.          


4 ‘그림 보고 쓰기는 감정을 넣지 마라     


  큰손주가 초3일 때(2016년 1월 8일) 시작했습니다. 주로 세잔이나 고흐의 그림책을 보고 썼습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씁니다. 대상에 자신의 감정을 넣지 않습니다. 어리기 때문에 ‘~처럼’, ‘~같이’ 직유와 접속사를 너무 많이 썼습니다.     


2016년 1월 8일 월요일     

----------------------------------------------------------------

순유(3)     

「우유를 따르는 여인」  요하네스 베르메르     

  이 그림은 한 여인이 그릇에 우유를 따르고 있다. 아마도 빵쪼가리를 우유에 찍어서 아침을 먹으려는 것 같다. 여인은 하얀색 모자를 쓰고 있고 노란색 윗도리를 입고 있고 파란 치마를 입고 있다. 그리고 벽에 바구니들이 걸려 있다. 그리고 식탁에는 바구니에 빵이 담겨 있고 그 옆에 빵쪼가리들이 있다. 그리고 검은색 병도 있는데 우유를 보관하는 병인 것 같다. 그리고 우유 그릇이 있고 파란 천도 있다. 바닥에는 발판이 있고 창문은 체크 무늬로 되어 있다. 이 그림을 보니까 엄마가 우리를 위해서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게 생각나서 엄마를 도와드리고 싶었다. 벽은 흰색이고 식탁보는 녹색 빛깔이고 우유 담는 그릇이랑 우유 따르는 병의 색깔은

진한 황토색이다.     

                                        *     

1 순유 관찰력이 섬세하네! 잘했어!!

2 두 번째 문장, ‘아마도 빵쪼가리를 우유에 찍어서 아침을 먹으려는 것 같다.’에서 ‘~것 같다’가 왜 나오냐.

3 이 짧은 문장 속에 접속사 ‘그리고’가 세 번이나 나온다. 접속사는 될 수 있는 대로 쓰지 말자.


                        

시 쓰기는 사물의 본질’ 찾기이다     


  시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멀리합니다(敬而遠之).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난해함 때문입니다. 난해함의 주범 중 하나가 바로 메타포입니다. 시 쓰는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단순한 진술의 문장으로도 시적 정서를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시 쓰기는 사물의 본질 찾기’는 시 쓰기의 많은 길 중 하나입니다. 결코 이것만이 왕도는 아닙니다.


  저의 시쓰기의 요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사물의 본질 혹은 특징을 세 가지 정도 발견한다.

②그 본질들을 갖고 메타포를 만든다.

③메타포만 쓰면 너무 난해하므로 중간중간에 진술의 문장을 넣는다.

④리듬은 적절한 행갈이를 하고, 행의 어미가 모두 같으면 지루하므로 적당히 변화시킨다.   

  

  송재학의 시 「튤립에게 물어 보라」에서 예를 들어봅니다.    


      

지금도 모차르트 때문에

튤립을 사는 사람이 있다

튤립, 어린 날 미술 시간에 처음 알았던 꽃

두근거림 대신 피어나던 꽃

튤립이 악보를 가진다면 모차르트이다

리아스식 해안 같은

내 사춘기는 그 꽃을 받았다

튤립은 등대처럼 직진하는 불을 켠다

둥근 불빛이 입을 지나 내 안에 들어왔다

몸 안의 긴 해안선에서 병이 시작되었다

사춘기는 그 외래종의 모가지를 꺾기도 했지만

내가 걷던 휘어진 길이

모차르트와 더불어 구석구석 죄다 환했던 기억

……튤립에 물어보라     


  여기서 송재학 시인이 본 ‘사물의 본질’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튤립은 모차르트다, 둘째 튤립은 리아스식 해안이다, 셋째 튤립은 등대다입니다.. 송재학은 이 본질 세 가지를 가지고 적절히 메타포를 만들어 시를 완성했습니다.     


-----------------------------------------------------------------------------

서윤(4)     

Tulips happiness


  Tulips are balls that are made of bubbles

  If you blow bubbles there are small tulips hidden

inside the bubble's love     

  The tulips fragile fragrance can confess someone

heart to one another.

  One long smell of the tulip can fill your heart with

your sweethearts perfume.     

  The fuzzines of the tulip can bring a person creative

thoughts into action.

  One touch of the pom pom it will take you the 

farthest thoughts of your brain.     


                                *     

튤립 행복          

튤립은 거품으로 만들어진 공이다.
 거품을 불면 거품의 사랑 안에 작은 튤립이 숨겨져 있다.
 
 튤립의 연약한 향기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고백할 수 있다.
 튤립의 한 가지 긴 냄새는 당신의 애인 향수로 당신의 마음을 

채울 수 있다.
 
 튤립의 솜털은 창조적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방울 한 번 만지면 그건 너를 너의 머리의 가장 먼 생각으로 데려갈 것이다.     

                                         *     

1 서윤이 정말 잘 썼네. 솔직히 말해 이 정도로 쓸 줄은 기대하지 않았다. 아직 중학생도 아닌데 말이다. 10대 여자는 남자애들보다 언어가 2년 정도 앞선다고 하더니 빈 말이 아니네.

2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자. 영어보다는 한글이 내게는 더 빨리 이해되므로 한글 위주로 하게 된다는 걸 양해해 주길 바란다.     

첫째 연을 보면,

①튤립은 거품으로 만들어진 공이다.
   완전히 은유이다. 굿!!

②거품을 불면 거품의 사랑 안에 작은 튤립이 숨겨져 있다.

  이 구절은 정말 좋네. 이런 걸 발견이라고 하는 것이다.
 

둘째 연을 검토해 본다.

①튤립의 연약한 향기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고백할 수 있다.

  이것도 좋은 은유야. 
 ②튤립의 한 가지 긴 냄새는 당신의 애인 향수로 당신의 마음을 

  채울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영어 자체 해석이 잘 안 되더라만 자꾸 읽어보니 알겠다. 좋아.     

셋째 연을 보자면,

①튤립의 솜털은 창조적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요건 은유로 치면 A=튤립의 솜털 B=창조적 생각, 즉 B를 추상명사로 해서 썼는데 그것까지는 좋았지만 이 시가 이제까지 이끌어왔던 분위기와는 잘 안 어울리는 같애. 문장 자체는 좋아.
 ②방울 한 번 만지면 그건 너를 너의 머리의 가장 먼 생각으로 데려갈 것이다.

  사전 찾아보니 pompom을 방울로 나와 있더라. 방울(=튤립)을 만지면 머리의 가장 먼 생각을 하게 된다는데 그건 먼 옛날의 기억을 말하나. 아무튼 시적 발상과 전개는 틀린 것은 아니다.

3 전체적으로 잘 썼는데 지금은 연습이니까 연들이 연관성이 없는 글이 되지만 나중에는 이런 이미지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그걸 시적 이미지의 통일성이라고 한다. 이건 나중에 할 일이고. 잘 했다. 수고했네.


  나중에 보니 서윤이가 튤립에서 본 사물의 본질 세 가지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튤립은 거품 공이다, 튤립의 향기는 고백이다, 튤립의 솜털은 창조적 생각을 옮기는 행동이다.     


---------------------------------------------------------------------     

  손주들과 은유를 만들고 산문을 쓰고 시도 지으면서 전문적 지식도 없는 제가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렇게 만 4년을 지나는 때 문득 전문가의 객관적 평가를 받아보고 싶었습니다. 2021년 마침 제가 경남 과학기술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시창작 교실에서 수업받고 있었습니다. 지도하여 주시는 박종현 선생님에게 아이들의 시와 산문에 대해 강평을 부탁했습니다. 선생님께서 귀한 답장을 보내주셨습니다. 과분한 강평을 듣고 보니 지난 시간 동안 애썼던 것이 헛수고는 아니었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많은 보람과 위안이 됐습니다.     


                                           *     


순유 시 6편에 대한 박종현선생님 강평     


원장님

매우 영민한 손자를 두신 것 같습니다

중2 수준을 훨씬 넘어선 것처럼 보입니다  

   

튤립1은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참신합니다. 무엇보다도 그 참신한 안목으로 찾아낸 발견(기지개, 예배, 막대사탕 등)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점이 매우 돋보입니다.     

튤립2는 

시적 화자가 할아버지이신 원장님의 목소리(산문성)를 닮아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진술적 표현이 다소 복고적인 듯한 느낌도 들지만 시에서 삶의 깊이를 느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전쟁은

자연에서 일어난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품새가 정말 돋보입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썼다고는 믿기지 않습니다. 시적 감각도 뛰어나고 문학적 완성도도 매우 높은 작품입니다.     

파도와 애월

소년다운 참신한 발상이라 읽으면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작품입니다.     

빨래는

세탁과정을 표현한 작품인데 시적 화자를 사람으로 잡지 않고 세탁물인 사물로 잡은 것이 매우 독특합니다. 아주 재밌는 시입니다.     

매일 같은 생활

이 시가 중2학년 학생 수준의 작품입니다. 시가 매우 논리적이면서 단아한 형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원래 중학생들의 시들은 대체로 이 시처럼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에 맞춰 처음 중간 끝 형식의 내용으로 전개해 놓습니다.     


원장님

여섯 편의 시 잘 읽었습니다. 중학생인데도 그 수준은 매우 높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행복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

서윤     

원장님

보내신 작품 잘 읽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 쓴 작품인데 저를 몹시 당황하게 했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먼저 시 5편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튤립 행복

말 그대로 은유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시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작품으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은유적 표현에 품격이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뭇잎

사물을 바라보는 안목이 매우 창의적입니다. 사물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안목을 지닌다는 것은 오늘날의 시가 지향하는 큰 덕목 중의 하나입니다.          

창백한 불

이 시 또한 초등학생으로서의 안목을 넘어선 아주 빼어난 안목을 통해 사물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참 좋습니다.     

매력이 넘치는 모래, 아침이 올 때

이 두 편의 시는 발견과 은유가 절묘하게 직조된 매우 빼어난 작품들입니다. 어린이들은 주로 서정 중심으로 시의 내용을 전개하는데 이 두 작품은 현대적 감각을 바탕으로 해서 사물에 대한 발견+품격 높은 은유를 동시에 구현한 점이 저를 몹시 당황하게 했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산문이라고 하신 작품 3편은

제가 보건데 은유의 창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좋은 표현들이 많습니다. 표현을 조금만 정제하면 좋은 시가 될 것 같습니다. 대신 현재 내용을 뼈대로 삼아서 살을 조금 더 붙인다면 훌륭한 산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손녀의 수준이 어른의 작품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기원드립니다.    

       

*박종현 선생님의 약력

삼천포 고등학교 국어 교사

삼현여중 국어 교사 은퇴

시인 

진주문협 부회장 역임                


종합명제를 연습할 땐 주어의 속성을 살펴라    

 

  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은 이강빈 사진작가와 전국을 자전거로 여행한 서정을 글과 사진으로 실은 책입니다.   

  책 내용의 구성을 보면 처음에는 메타포로 김훈 자신의 서정을 소개합니다. 그런 다음에 그곳의 정보와 경험을 기술합니다. 이때 김훈의 메타포가 대단히 아름답습니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의 메타포 부분만 발췌하여 베껴쓰기를 하면서 아이들에게도 메타포 만들기 연습을 시키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법은 종합명제를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김훈의 메타포 문장의 주어 부분만 주고 나머지 술어 부분은 아이들이 완성하는 연습입니다.


  종합명제 식으로 표현하자면 조금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어가 주어지면 한 템포 쉬고 주어의 속성이 아닌 술어를 찾아보아야 합니다. 

    

2021년 10월 1일 금요일     


순유(2)     

1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 (언제나 나를 응원해준다.)

2 생사는 자전거 체인 위에서 ~~. (열심히 균형을 잡으려한다.)

3 흘러오고 흘러가는 길위에서 몸은 ~~. (바람을 흡입한다.)

4 이끄는 몸과 이끌리는 몸이 현재의 몸속에서 합쳐지면서 자전거는 ~~. (행복해하며 열심히 달린다.)

5 그 나아감과 멈춤이 오직 한몸의 일이어서, 자전거는 ~~. (항상 나와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6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과 길은 ~~. (서로 인사한다.)

7 몸 앞의 길이 몸 안의 길로 흘러들어왔다가 몸 뒤의 길로 빠져나갈 때, 바퀴를 굴러서 가     는 사람은 ~~. (길을 잡아먹는 쾌감을 느낀다.)

8 길은 저무는 산맥의 어둠 속으로 풀려서 사라지고, 기진한 몸을 길 위에 누일 때, 몸은~~. (길과 감정을 공유한다.)

9 그래서 자전거는 ~~. (나의 절친이다.)

10 자전거는 힘을 집중시켜서 ~~. (길에게 마사지를 해준다.)     


                                         *     


1 처음인데도 잘 했다. 

2 이 종합명제 연습을 많이 해두면 정말 은유 구사는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다. 어릴 때 이 부분에 특히 신경을 써주기 바란다.

3 이번에도 약속을 안 지키는가 했는데 지키기는 지켰는데 반쪽이 돼 버렸다. 다음에는 반쪽이 아니라 온쪽이 되도록 해라. 다시 말해 글쓰기도 하란 말이다. 제발!!     


글이 막힌다면 브레인스토밍으로 돌파하자     


  우선 제목을 주고 손주들의 머릿속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종이에 적게 합니다. 그 다음에는 그것을 재료로 해서 글을 씁니다. 마지막으로 메타포를 구사했는지 종합명제의 관점에서 체크합니다.    

 

-----------------------------------------------------------------------------    

대봉루(大鳳亭)*     


1)브레인스토밍

순규(6)     


-대봉정은 나의 이층 침대이다

-대봉정은 타이머 한 시간을 맞춰 놓은 선풍기이다.

-대봉정은 자장가를 불러주는 엄마이다.

-대봉정에서 자고 있으면 영원히 잠들 것 같은 개미 지옥 같은 존재이다.

-대봉정에 누우면 옛날 역사가 보인다.

-대봉정의 손잡이 사이에서 나에게 말을 건다.

-나에게 그 말은 드센 바람이다.

-대봉정에 누우면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기분이다.

-대봉정은 산의 위이다.

-대봉정에 누웠을 때 뻐꾸기들과 귀뚜라미의 콜라보레이션은 클래식 곡이다. 

-대봉정에 사는 매기가 나에게 말을 건다.     

*대봉정은 진주 비봉산에 있는 누각이다.     

                             *     

1 브레인스토밍은 이런 식으로 문장을 써도 된다.

2 다른 방식은 단어만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놓고 그것들을 은유로 연결시킨다.

  예를 들면, 선풍기, 자장가…라고 적어 놓았다면 ⇒‘선풍기가 자장가를 부르고 있다‘라고 쓸    수가 있다.     

2) 본문 쓰기     

대봉정    

                                         

(이것은) 타이머 한 시간을 맞춰놓은 선풍기이다

선풍기를 쐬고 있으면

옛날 고려시대 역가가 점점 떠오른다

역사를 그만 보고 싶지만 개미지옥처럼 빠져나갈 수 없다

이것이 그만하고 싶을 때 내가 빠져나간다

대봉정은 산의 위이다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있다

특히 배가 고프면 돌과 나무를 먹는다

거미가 나에게 말을 건다

나는 그 말이 드센 바람으로 느낀다

잠이 솔솔 오면 이것이 자장가를 부르며

나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하려고 한다

넋을 잃고 눈이 감기면 

뻐꾸기와 귀뚜라미의 콜라보레이션이 나의 귀를 통하여 심장에 박힌다

이것은 나의 아침이자 바다 위의 집이다

나에게 보금자리 같은 곳이다


                                    *     

1 잘 했네.

2 (이것은)---괄호 부분은 쓸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구태어 말 안 해도 읽는 사람이 대봉정이라고 알기 때문이다. 제목이 ‘대봉정’이니까 지금부터 말하는 것은 대봉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3 시는 원래 처음에는 운율이 붙었고(정형시) 나중에 지금처럼 하고 있는 자유시라고 하더라도 노래처럼 리듬(시에서는 운율이라고 하지만)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거의 모든 행이 ‘~다‘로 끝나면 시를 읽으면 단조롭고 지루하게 된다. 나중에 시간 나서 고쳐쓰기를 한다면 ’다‘로 끝나는 어미를 다른 것으로 적당히 다 바꾸어 주어야 한다.

4 나에게는 대봉정을 선풍기로 본 것과 ’뻐꾸기와 귀뚜라미의 콜라보레이션이 나의 귀를 통하여 심장에 박힌다‘라는 행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3)분석하기와 종합명제 추가하기 

----ⓜ(metaphor) ----ⓢ(statement)    

 

대봉정                                    

      

이것은 타이머 한 시간을 맞춰놓은 선풍기이다----ⓜ

선풍기를 쐬고 있으면

옛날 고려시대 역사가 점점 떠오른다----ⓢ

역사를 그만 보고 싶지만 개미지옥처럼 빠져나갈 수 없다----ⓢ

이것이 그만하고 싶을 때 내가 빠져나간다----ⓢ

대봉정은 산의 위이다----ⓜ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있다----ⓜ

특히 배가 고프면 돌과 나무를 먹는다----ⓜ

거미가 나에게 말을 건다----ⓜ

나는 그 말이 드센 바람으로 느낀다----ⓜ

잠이 솔솔 오면 이것이 자장가를 부르며

나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하려고 한다----ⓢ

넋을 잃고 눈이 감기면 

뻐꾸기와 귀뚜라미의 콜라보레이션이 나의 귀를 통하여 심장에 박힌다----ⓜ

이것은 나의 아침이자 바다 위의 집이다----ⓜ

나에게 보금자리 같은 곳이다----ⓢ     

 

IV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쓴 편지엔 세월이 묻어 있다   

  

  2019년 4월 21일부터 손주들에게 한 달에 편지 한통씩 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2024년 6월 29일 쓴 것이 63번째 편지입니다. 이들 편지 중에서 글쓰기에 관한 것만 일곱 편을 골라서 책에 실었습니다. 


  편지 내용이 앞에서 제가 얘기한 것과 중복되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참고삼아 제목만 밝힙니다.     

1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2 “시란 메타포다” 파블로 네루다

3 풍경을 ‘메타몰포시스’하자

4 수필은 관점이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다

5 시는 에둘러 말하는 것이다

6 손주에게 진짜 전해주고 싶은 글쓰기의 노하우

7 주어가 주어지면 일단 1,2초 멈추어라.          


에필로그     


  2015년부터 손주들과 글쓰기를 시작했고 2018년부터는 메타포 만들기 연습을 했습니다. 아이들 마음이란 얼마나 순수하고 유연한가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제가 오히려 배운 바가 많아 감사합니다. 어네스트 헤밍웨이 “돈이 되든 안 되든 행복해지기 위해서 글을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책의 내용의 핵심을 말한다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구체적 명사 혹은 추상명사를 가지고 A=B의 메타포 만들기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종합명제를 이용하여 메타포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주어가 주어지면 1,2초 멈추고 주어의 속성이 아닌 술어로서 문장을 완성합니다.


  어릴 때 하는 이런 연습은 어릴 때 피아노나 바이얼린 교습시키는 것과 비슷합니다. 어릴 때 피아노나 바이얼린을 배웁니다. 재능이 있으면 그 길로 나아가서 더욱 깊은 경지로 갈 수 있습니다. 아니면 그 배운 학습이 자산이 되어 자신이 성인일 때 그가 가는 인생을 위로해 주는 서정이 될 수 있습니다.

  메타포야말로 상상과 발견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메타포만이 글쓰기의 왕도는 아닙니다. 다만 저 개인적인 취향일 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좁쌀 영감의 변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