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가르치는 글쓰기』-2

2 프리라이팅은 자유롭지 않다

by 현목

제1장 은유의 주변은 기초다지기이다


프리라이팅은 자유롭지 않다

‘손을 멈추지 말고 쓰라’



항상 저는 제 아들놈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초중고 다닐 때 공부하는 것에 거의 개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먹고 사는 데 바빴다고나 할까요. 그런 덕분인지 입에 풀칠하는 데는 지장은 없으나 딱히 자식과 손주들에게 물려줄 번듯한 유산도 별로 없습니다.


맏손자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입니다. 마침 나탈리 골드버그의 책들을 읽고 있어서 손주들에게 물려줄 재산이 없는 대신에 글쓰기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맏손자에게 시킨 것이 ‘프리라이팅’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생각만이 앞섰고 아이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확실합니다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나탈리 골드버그가 말한 프리라이팅의 3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잘 쓰려고 하지 말고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써라. 둘째 거침없이 쉬지 말고 써라. 만약에 생각이 안 나서 끊기게 되면 그냥 가만히 있지 말고 차라리 ‘왜 이렇게 생각이 안 나지’라고 공책에 써라. 셋째 정한 시간, 예를 들어 십 분이 되면 무조건 연필을 놓아라. 이걸 아이가 알아듣지도 못했지만 입에 거품을 물고 설명을 하고는 하라고 다그친 셈입니다.


손자는 매번 공책에 몇 줄을 쓰고는 울상이었습니다.

“나는 아침에 계란 후라이를 먹었다. 참 맛있다. 김치는 시었지만 그래도 맛있다. 콩나물국은 시원했다.…….”

“할아버지, 생각이 안 나요. 뭘 쓰지?”

“그래 바로 그거야. 니가 ‘생각이 안 나요. 뭘 쓰지?’라고 말한 그것을 쓰면 돼. 왜냐고? 그 생각이 네 머리 속에 떠올랐으니까. 머리에 생각나는 대로 쓰는 거야.”

그래도 손자는 이해가 되지 않는지 연필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는 몸을 비틀고 그만하자는 듯이 눈빛이 애원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글쓰기를 하는 목적이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것 말고 또 뭐 있었지. 그래 공책 한 바닥을 막힘없이 좍 써 내려가는 거야.”


아이가 알아듣는지도 모르고 제 욕심에 겨워서 혼자 흥분하여 설명을 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너무 무리한 요구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결과는 별로 볼 것이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어서 시도하는 것이 좋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만큼 나도 안목이 없었던 것입니다.


프리라이팅에 대해 다른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보려고 유튜브를 보니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쓴다든지, 쓰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것을 쓰게 된다든지, 쓰는 가운데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모두 타당한 언급이라고 생각됩니다.


프리라이팅의 원리를 말하는 것은 역시 나탈리 골드버그가 가장 권위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녀의 글쓰기의 주장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바로 ‘손을 멈추지 말고 쓰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목적이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우리 내부의 검열관은 우리가 거침없이 쓰면 따라오지 못해 저지를 못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프리라이팅을 함으로써 우리는 가식이 없는 우리의 마음의 야성에 닿을 수 있고 거기서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가 있다고 합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면 10분 제한 글쓰기―니탈리 골드버그가 제안한 것입니다만―와 A4용지 한 장 쓰기 등을 해 보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꾸준히 연습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습니다. 운동선수도 각자의 재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만 어쨌든 누구나 운동량을 많이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프리라이팅을 염두에 두어 이거다 싶으면 이상적으로는 몇 년이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것이 글쓰기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