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의 피아니스트 (나윤아)
이 책을 작년엔가 빌렸다가 읽지 못하고 반납한 후 이번에 다시 만났다. 공사장과 피아니스트라는 왠지 별개 같아 보이는 두 단어의 만남이 궁금했고, 표지 그림이 예뻤다. 청소년이 나오는 도서라 반 아이들에게 권할 수 있을까 하여 읽어보고 싶기도 했다. 다 읽고 작가의 글에서 알게 되었지만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조금은 녹아들어 있었다. 피아노 레슨을 줄기차게 받아도 교내에서 손가락 안에 들기 어려운데 사립학교에서 제대로 레슨 받지 않은 학생이 뮤지컬 피아노 연주로 뽑히는 장면이 조금 현실과 거리가 있어 보이긴 했지만 어른들의 강요가 아닌 자신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도전정신이 좋았다.
안정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님과 달리 작가가 되고 싶은 혜영이는 우연히 박하를 계속 마주치게 되면서 묘한 관심이 생긴다. 글 쓰던 공책을 놓고 가 박하가 찾아주면서 그녀는 자신의 글을 누군가가 인정해준다는 것에 자존감이 올라간다. 어두워 보이면서도 밝게 살려고 노력하는 박하를 알게 될수록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을 마주치던 혜영이는 결국 박하의 아픈 사연을 듣게 된다.
요즘 중고등학생이 책 속 주인공들처럼 용기 내어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을까? 물론 소수의 아이들은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배우고 싶은 것을 전공으로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에 따라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다. 피아니스트를 포기하고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은 수지처럼 오래 쌓아온 자신의 노력을 뒤로하고 용기 있는 결정을 할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발생할 부모와의 갈등, 뒤늦은 후회 또한 아이들이 감당해야 할 부분인 것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의 강요 때문이 아닌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도록 쉴 틈 없이 학원을 전전하게 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길을 모색할 기회를 주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하는 일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