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부러라도 소설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은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데리고 왔다. 이 책의 배경이 2078년 평양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무너질 것 같지 않던 북의 정권이 막을 내리고 남북은 서로 왕래를 할 뿐 아니라 사건을 함께 해결하기도 하는 시대가 되었다. 연방수사국의 늑대라 불리는 이영훈 경위와 그를 감시할 임무를 새롭게 맡은 박세욱이 연달아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이야기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2048년의 사건들과 맞닿아 있다. 이야기는 3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오가며 진행된다.
조심스럽기도 한 미래 북의 상황을 실제 이야기처럼 써 내려간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웠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이후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핸드폰 대신 D-패드라는 것을 사용하고, 사람들은 거리에서 워킹 웨이로 빠르게 이동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1시간에 주파하는 KRX, 집의 모든 상황을 관리하는 AI 등 편리한 삶을 살고 있지만 돈과 권력을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지금과 다르지 않다. 어떤 어려움과 오해 속에서도 진실을 찾아내고자 하는 이 역시 그때도 있을 것이다.
연달아 죽는 사람들은 열람이 금지되어 있고 30년 전 사건과 관계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는 김태성과 진미옥은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가 된다. 사건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인물이 많이 등장해 적어 가며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그의 문장들에 더 관심이 갔다. 툭 내뱉는 대사나 문장들이 모두 그렇진 않지만 한 번씩 눈을 반짝하게 만든다.
책을 읽으며 이런 날이 정말 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젊은 간부들의 쿠데타와 급속도로 문을 여는 북한, 남한과의 교류, 눈부신 발전 이면에는 과거 정권 시절의 그림자가 공존할 것이다. 작가가 바라본 것이 그런 부분인 것 같다. 탈북을 돕는 것을 위장한 탈북자 색출을 사명으로 삼았던 이들의 미래, 그들로 인해 삶이 망가진 사람들의 절규 어린 복수는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것이다. 혼란스러운 시대에서 사건을 밝히겠다는 일념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고군분투하는 경찰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