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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노엘 다이어리>&원작<노엘의 다이어리>

by Kelly

*** 영화 ***


마주 보는 통창, 컵에 조르륵 꽂힌 검은색 블랙윙 연필들, 벽에 옹기종기 붙은 포스트잇, 구형 타자기. 작가의 집 풍경이다. 넷플릭스 영화 중 소설가를 검색해 이 영화를 찾았다.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하는 영화였다.


첩보 소설을 쓰는 유명 소설가 제이콥은 사랑하는 개 에이바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평온한 그의 일상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다. 오랫동안 소원하게 지내던 어머니의 죽음이다. 어머니의 재산과 집을 정리하기 위해 옛 집에 들른 그는 수집벽이 있었던 어머니가 남긴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죽음을 아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장례식까지 치를 정도면 모자의 연을 끊은 지 얼마나 오래인지 알 수 있어 마음이 아팠다. 깊은 상처로 남은 가족은 그에게 떠올리기 싫은 상처였을지도 모른다. 제이콥 가족에게는 말 못 할 공통의 아픔이 있었다.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이웃 엘렌은 과거의 일들이 모두 상처만은 아니었음을 조금씩 일깨워준다. 그의 앞에 나타난 생모를 찾으려는 레이첼을 도우며 제이콥은 자신의 마음속 앙금들을 조금씩 걷어내기 시작한다. 그들의 여정을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하는 동안 행복을 느끼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에 대해 검색하다 소설 원작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원서도 팔고 있어 바로 구입하려고 하다가 도서관에 있는 한국어 번역 책을 먼저 읽어보려고 상호대차 신청을 해 두었다. 책과 어떻게 다른지 빨리 읽어보고 싶다. 소설가가 나오는 소설이라니. 벌써 기대가 된다.



*** 소설 ***


영화를 보고 도서관에 있는 이 책을 상호대차로 빌려와 하루 만에 읽었다. 책도 얼마나 재미가 있는지. 책을 먼저 읽었다면 영화를 보고 오히려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책의 저자는 오래전 가족의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크리스마스 상자’라는 이야기를 써서 사람들에게 주었고, 출판사에 전해지면서 책으로 만들어져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되어 있었다. 그래서 오래전 단종되고 도서관에도 없는 그 책을 헌책으로 구입해 먼저 읽었다. 이 책보다는 훨씬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이 책은 영화와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는 다른 부분이 많다. 간혹 대사까지 같은 부분이 있기는 했다. 영화에서는 첩보소설을 쓰는 소설가였지만 이 책에서는 따뜻한 사랑 이야기를 쓰는 작가로 나온다.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는 꿈속의 여인 이야기가 이 책에서는 여러 번 등장한다. 영화에서 극적인 재미를 위해 레이첼이 언어에 능통하고 노래를 가수 뺨치게 부르지만 책에서는 평범한 치기공사로 나온다.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했던 남녀 주인공은 같은 시기에 우연히 만나 자신들이 원하던 바를 찾고 이룬다. 그들의 마음에 남아있던 상처라 하나씩 드러날수록 연민과 사랑을 느끼면서.


문장이 너무 따뜻하고 아름다워서 책을 주문했다.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을 정도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 나도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 방금 ‘걷다’라는 책을 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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