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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Mar 24. 2024

<<겨울을 지나가다>> 사라진 건 없다 - 조해진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왔다. 아마도 신간 코너였던 것 같다.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니며 읽기 좋은 크기였고, 표지가 예뻤다. 가방에서 꺼내 앞의 몇 줄을 읽고 슬픈 이야기임을 짐작했다. 겨울을 지나간다고 했으니 화자는 아마도 어려움을 잘 통과하리라 예상했다. 가방에서 이리저리 치이다가 오랜만에 스터디카페에 가는 날까지 살아남아 나의 자양분이 되었다. 생각보다 훨씬 마음에 드는 이야기였다. 


췌장암을 앓는 엄마. 이제는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 만큼 진통제로 버티는 엄마 옆에서 영상 편집을 20년 동안이나 해 왔던 저자는 초조함을 달래며 술을 마신다. 일 핑계로 엄마를 제대로 간호하지 않고 간병인에게 맡겼다는 죄책감과 엄마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남편 없이 두 딸을 억척스럽게 키운 엄마는 작은 사람이 되어 결국 흙으로 돌아갔다. 엄마가 남긴 집과 식당에서 엄마의 옷을 입고 엄마의 신발을 신고 다니는 정연의 겨울은 어떨지 안타까움 반, 희망 반의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책을 다 읽으니 마음이 따뜻하다. 작가의 다른 책이 궁금해 책표지 안쪽을 찾아보니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본 영화 ‘로기완을 만났다’를 쓴 작가였다. 아직 책으로는 만나보지 못했지만 그동안 작가가 많은 책들을 보며 앞으로 읽을 책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싶었다. 좋은 작가와 좋은 작품을 만나는 건 책 읽기의 행복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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