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소설을 만났다. 요즘 폭 빠져 읽고 있는 리처드 폴 에반스의 책들 중 ‘걷다(The Walk)’라는 책이다. 이 작가를 알게 된 건 얼마 전 넷플릭스로 본 ‘노엘 다이어리’라는 영화 덕분이다. 원작 소설이 있다는 걸 알고 소설 ‘노엘의 다이어리’와 그의 첫 작품이라는 ‘크리스마스 상자’라는 책을 읽었다. 그의 책을 더 찾아보다가 헌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주문했다. 처음에는 걷기에 관한 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받아보고 소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의 작품을 이제 세 편 접했지만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썼음을 알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세 작품 모두 가족의 죽음과 관련되어 있다. 누군가를 위로하고자 글을 쓰기 시작한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 소설은 먼 길을 걷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광고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앨런 크리스토퍼슨은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맥케일과 결혼하여 남부럽지 않은 완벽한 삶을 살고 있었다. 불행은 때를 가리지 않고 동시에 찾아온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스스로 선택을 해야 하는 운명에 놓인 그는 맥케일의 말을 떠올리며 플로리다 키웨스트까지 도보횡단을 계획한다. 그가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마음으로 그를 따라 여행을 시작했다.
옆에 있는 것처럼 실감 나는 장면 묘사 덕분에 함께하는 느낌이었다. 오래전 읽은 ‘와일드’라는 책(실제로 걸으며 쓴 책)이 떠올랐다. 그녀가 걸었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는 멕시코 국경에서부터 캐나다 국경까지의 도보여행 코스(4,285km)였지만 앨런이 가려고 하는 길은 사람들이 많이 걷는 길이 아니다. 차들이 주로 다니거나 산길이어서 위험할 수도 있고, 정말 외로운 길이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하루에 40km가량을 걸으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한없이 말랑말랑해져 있던 자신을 단단하게 바꾸어 간다.
이 책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사는 도시 전체 도서관에 단 두 권만 있다. 책이 절판되었고, 알라딘에는 여섯 권이 팔리고 있다. (물론 원서는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원서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래서 더 이 책에 애정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가에 대해 찾아보다가 오래전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 ‘이프 온리’의 원작 작가라는 것을 알았다. 한동안 이 작가의 작품들에 빠져 지낼 것 같은 예감이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CzllNcUVbL4?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