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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Mar 30. 2024

<<스타벅스 일기>> 스벅에서 일하는 번역가 - 권남희

강원도 고성은 이제 제2의 고향 같다. 조금만 틈이 있으면 자꾸 오고 싶어 지니 말이다. 오는 길에 속초에 들러 딸기 빙수를 먹으려 했으나 계절 메뉴라 지금은 없어서 체리 빙수를 먹었다. 예쁘긴 한데 딸기 빙수가 첫사랑이어서 그런지 더 맛이 좋은 것 같다. 계속 먹으면 한기가 도는데도 끝까지 다 먹었다.


작년에 일본 책 번역가 권남희 님이 쓰신 에세이를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이 나온 걸 알고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고성 북끝서점에 들렀다 샘플 코너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사실 기를 쓰고 북끝서점을 찾은 이유는 1월 여행 때 그곳에 들렀다 내 책이 꽂혀 있으면 참 좋겠다는 마음으로 사장님께 말을 꺼냈다 책이 없어 드리지 못하고 2월에 다시 오겠다고 했는데 그때는 문이 닫혀 있어 그냥 돌아오느라 이번에 약속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찾은 것이다. 책 한 권에는 사인을 하고 한 권은 혹시 찾는 분이 계시면 파시라고 두 권을 안겨드렸다. 그분이 샘플 코너에 꽂아 두겠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발견한 이 책. 나도 요즘 가끔 스타벅스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곤 하기 때문에 재미있을 것 같아 구입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건 샘플 책이라 새 책을 찾아주시겠다고 했는데 새 책이 없었다. 샘플 책이라도 괜찮다고, 원래 헌책도 잘 산다고 했더니 천 원을 깎아 주셨다. 책을 들고 해변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읽기 시작했다.


원래 권남희 번역가님은 집순이라고 한다. 그러던 그녀가 집을 나오게 된 건 딸의 독립으로 허전해진 마음 때문이다. 원래 책으로 쓸 생각은 없었고 두 달 정도 다니며 작업하던 중 옆자리 손님의 일화를 일기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록을 시작했고, 한 인터뷰에서 다음 작품으로 스타벅스 일기 쓴 것으로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고 싶다고 한 게 계기가 되어 책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처음 찾기 시작한 스타벅스는 집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왕복 2킬로미터는 걸을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갔다고 한다. 나도 집에서 즐겨 가는 스타벅스를 검색해 보니 1.5킬로미터였다. 내가 이곳에 걸어갔다 오면 적어도 하루에 3킬로는 걷는 셈이다. 사이렌 오더를 한 번도 해본 일이 없다. 항상 가서 대면으로 주문을 해 왔다. 별명을 어떻게 만드는지 몰라 항상 A-35 이런 번호로 음료를 받아 왔다. 언니뻘인 이분도 하는데 나도 해보자 싶어 앱에 들어가 별명 만드는 곳을 찾아 켈리라고 해 두었다. 다음에 가서는 사이렌오더로 주문해 봐야겠다.


작가는 80의 어머니와 20대의 딸이 있다.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다니고 간병하느라 고생이 많다. 다 자란 딸은 엄마와의 여행에서 가이드 노릇을 톡톡히 하는 효녀 집안이다. 내 처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공감하며 읽었다. 딸과의 일본여행 이야기를 읽으며 조만간 나도 딸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카페에 앉아 있으면 옆 사람과의 사이에 에피소드가 가끔 생긴다. 다른 사람에게 크게 관여하지 않는 요즘 세상에서 흔한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저자도 2년 동안 스타벅스에 다니면서 이 책에 소개된 일화는 그리 많지 않다. 다음에 스벅이나 카페에 가면 왠지 주위 사람들을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될 것 같다.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의외로 음료나 음식은 먹었던 걸 주로 찾게 된다. 한동안은 카페에서 항상 커피를 마셨다. 제대로 된 커피는 주로 카페에서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지만 눈에 안 좋을 수 있다는 걸 알고 끊었다가 얼마 전부터 하루 한 잔 정도는 마실 때도 있다. 커피를 끊고 맛 들린 게 코코아다. 처음에는 봉지에 든 걸 사서 먹었는데 달고 헤퍼 초코 가루를 사서 우유를 데워 설탕을 조금 타서 같이 마신다. 카페에서도 주로 그걸 마시고 있다. 한동안 스타벅스에서 유자민트티만 먹다가 요즘은 시그니처 초콜릿을 덜 달게 휘핑 없이 주문해서 마신다. 그런데 이분은 별을 많이 주는 기간 한정 메뉴를 즐겨 시도한다. 그렇게 많은 메뉴 중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것들만 먹어본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앞으로 자주는 아니겠지만 가끔이라도 다른 메뉴를 먹어봐야겠다.


그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스타벅스를 소재로 책을 쓸 생각을 하다니. 나온 다음에야 이제야 나온 게 의아할 정도다. 수많은 작가 중 스타벅스를 소재로 글 쓸 생각을 한 사람이 이분뿐이었을까? 그러고 보면 책은 소재가 반이다. 앞으로 이디아 일기, 빽다방 일기도 나올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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